
아들네 집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며느리가 현관까지 따라 나와 종이가방 하나를 들려 주었습니다.집에 와서 식탁에 올려놓고 하나씩 꺼내 보았습니다. 마지막 통을 열었을 때 한참 손을 멈추고 있었습니다.

반찬통마다 이름이 적혀 있었다
통 뚜껑마다 작은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어머님 짜지 않게 했어요라고 적힌 것도 있었습니다. 언제 먹으면 좋은지 순서까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며느리와는 말수가 많은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그 몇 글자가 오래 남았습니다.

며느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시부모 앞에서는 말을 고르게 됩니다. 편하게 굴면 버릇없다 할까 싶고 조심하면 정 없다 할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보면 말보다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반찬을 챙기거나 짐을 드는 것도 그런 마음입니다. 표현이 서툰 것과 마음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고마움은 늦게 알아채기 쉽다
받는 순간에는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혼자 있을 때 문득 알아채게 됩니다. 그때 전화를 걸기가 오히려 더 어색해집니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은 자꾸 미뤄집니다. 미룬 말은 대개 끝내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날 저녁 짧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잘 먹겠다는 한 줄이었지만 답장이 금방 왔습니다.가족 사이에서도 마음은 저절로 전해지지 않습니다. 알아챈 김에 한마디 남겨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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