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부진 ‘주범’ 부동산 잡는다… 자금난 건설사에 340조원 추가 지원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10. 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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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동산·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
‘화이트리스트’ 지원 4조위안까지 확대
도심 노후주택도 100만호 추가 개조
中 “부동산 바닥 쳤다… 10월 긍정 신호”

‘5% 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잇달아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이 이번엔 부동산 부문 지원에 나섰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동산 개발 업체에 340조원을 추가로 지원하고, 100만호의 주택을 개조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수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중국 부동산 부문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니홍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장관)은 1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말까지 ‘화이트리스트’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 규모를 4조위안(약 767조320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며 “도시 부동산 융자 협조 기구는 자격을 갖춘 모든 부동산 프로젝트를 화이트리스트에 포함시켜 대출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니훙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이 1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초 시작된 화이트리스트 제도는 자금난에 빠진 우량 부동산 개발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공 중이거나 바로 시공을 재개할 수 있는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은 적합한 담보물을 제시하면 지방정부 추천을 받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여한 샤오위안치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부국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화이트리스트에 승인된 대출 자금은 2조2300억위안(약 427조7800억원)이다.

이를 4조위안까지 늘린다는 것은 남은 두 달간 추가로 1조7700억위안(약 339조5400억원)을 투입한다는 의미다. 샤오 부국장은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된 프로젝트는 상업은행의 대출을 보장하고, 대출 자금 지급도 최대한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최적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니 부장은 도심 낙후 지역인 ‘성중촌(城中村)’과 노후 주택 등 100만호를 추가로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35개 대도시 중 개보수가 필요한 성중촌이 17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전국적으로도 개조가 필요한 노후 주택이 50만가구”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여건이 무르익은 100만호에 대해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 부장은 필요하다면 노후 주택 개조 프로젝트의 규모를 100만호보다 더 확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에 필요한 구체적 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니 부장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추정치는 있다”고만 답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치솟는 실업률에 더해 주거 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층과 저소득층을 위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적극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니 부장은 “올해 들어 9월까지 148만가구의 보장성 주택(저소득층 등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을 건설·조달했다”며 “올해 말까지 450만명의 신규 시민과 청년이 보장성 주택에 입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 경기 부진 근본 원인, 부동산… 中 “바닥 쳤다, 10월 긍정적 결과 나올 것”

이날 발표된 정책들은 경기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2021년 대형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면서 급격히 얼어붙었다. 다른 개발사들도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전국 부동산 프로젝트가 속속 중단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가계 소비까지 멈춰 세웠다. 가계 자산 65%가 부동산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연관된 건설업과 철강, 시멘트 등 건설 관련 자재 업종도 타격을 받았다.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하락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8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2% 하락했다. 8월 70대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 역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5.3%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2015년 5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로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시작된 침체가 중국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면서 올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최근 국내외 투자기관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치를 종합해 오는 18일 발표될 3분기 경제성장률이 4.4%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중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 5.3%로 출발했지만 2분기 4.7%로 꺾인 바 있다. 3분기에도 4% 중반에 그칠 경우, 5%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1조위안(약 191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정책금리인 역환매조부채권(역레포) 금리도 0.2%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약 보름 만인 이달 8일에는 확장적 재정·금융 패키지를 통해 내수와 기업 지원 확대, 부동산 시장 침체 방지 및 안정을 촉진한다고 했고, 12일에는 지방정부가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특별국채 발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정책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니 부장은 “많은 도시와 프로젝트에서 주택 방문 횟수가 증가했고, 판매량도 늘어났으며 주요 지표가 개선됐다”며 “특히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서는 10월 이후 전반적으로 매출이 안정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일련의 정책 영향으로 3년간의 조정을 거친 후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라며 “10월 데이터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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