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남편 빼고 다 바꿨다… 그룹 대표 8명, 구원·젊은인재로 ‘물갈이’

김수연 2025. 9. 2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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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8개 계열사 대표 교체
남편 문상욱 대표, 사장 승진
문성욱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이사 겸 시그나이트 대표이사 사장. [신세계그룹 제공]


그 삼촌에 그 조카였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을 했는데, 외조카인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남편·자식 빼고 다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2026년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가 그랬다.

신세계그룹 8개 계열사 대표가 대거 물갈이 되는 임원인사가 지난 26일 단행된 가운데,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는 사장 승진과 함께, 자회사 대표이사까지 두 개의 ‘완장’을 차게 됐다.

정 회장이 지난해 9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단행하는 첫 임원인사에서 신상필벌 차원의 ‘회초리’를 들면서도 남편인 문 대표의 권한과 보폭은 크게 확대해 줬다.

문 신임 사장은 이번 인사로 기존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 대표에 더해 신세계라이브커머스(홈쇼핑) 대표까지 겸하게 됐다. 문 사장은 인공지능(AI) 등 IT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이를 홈쇼핑 사업에 결합하는 것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사장 승진자 총 2명 중 문 대표와 함께 사장단에 오른 이는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다.

내수부진 속 올해 상반기 백화점 매출이 줄고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태에도 박 대표는 유임됐다. 백화점과 신세계센트럴을 겸하고 있는 박 대표를 유임시킨 것은 내수 성장 한계점에 다다른 백화점의 수익성 개선 모멘텀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마저 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어려운 상황 속에서 2024년도 매출을 전년보다 약 3% 신장시켜 역대 최대치인 7조2435억원을 달성한 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스위트 파크’ 개점과 본점의 ‘더 헤리티지’·‘디 에스테이트’ 개편 등으로 새로운 성장 기반을 다져놓은 점 등이 성과로 인정된 것도 유임 배경이다.

특히 정유경 회장은 2명의 사장 승진 인사와 함께, 백화점 계열사에서 5명의 새 대표를 등용하며 그룹 장악력을 외부에 알렸다.

회장 승진 첫 해엔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이 짜 놓은 판에서 타이틀을 ‘사장’에서 ‘회장’으로 바꿔 단 수준이었다면, 이번엔 본인이 어떻게 그룹을 이끌 것인지를 임원인사를 통해 보여줬다.

이번 인사에서 이명희 총괄회장의 사람이라고 할 만한 인사는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새 대표로 발탁된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 정도다. 1949년생으로 76세인 이 신임 대표는 현안이 생긴 계열사에 배치돼 ‘해결사’ 역할을 해 왔다. 조선호텔, 스타벅스,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 등을 지낸 그는 이번엔 업황 악화에 인천공항공사와의 임대료 갈등까지 덮친 면세점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부여 받은 셈이다.

이 외 인사에선 본격적인 정유경호(號)의 진용을 갖추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 K-뷰티 ‘황금기’가 도래한 때에 맞춰 뷰티 사업을 잘 키우라는 강한 메시지를 임원인사를 통해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외부 영입한 윌리엄 강 체제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 체제를 바꾼 것인데, 코스메틱 부문 대표 자리를 1개에서 2개로 늘리고 그 자리에 1980년대생 젊은 인재를 앉혔다.

‘비디비치’를 맡았던 1980년대생 이승민 어뮤즈 대표가 코스메틱 1부문을, 연작과 ‘로이비’ 등이 포함된 ‘Label 3’를 담당했던 1980년생 서민성 총괄이 코스메틱 1부문을 맡았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이 대표가, 고급(프리미엄)·수입 뷰티 브랜드는 서 대표가 맡아 젊은 감각으로 성장시켜 보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정 회장의 이번 인사로 그룹 1호 여성 최고경영자(CEO)도 나왔는데 이승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또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대표를 맡게 됐다. 김 신임 대표는 수입 패션 브랜드 라인업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뷰티&라이프 부문 김홍극 대표는 자주만 맡는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의 경우, 정유경 회장의 남편인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겸임한다.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대표급 인사 중 유일한 외부 영입인 제임스 장(한국명 장승환) 지마켓 신임 대표 내정이다.

신세계그룹-알리바바인터내셔널 합작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앞두고, 알리바바의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경영했던 인물을 새 수장으로 앉힌 것인데, JV 설립을 통한 조속한 시너지를 창출하기에 장 대표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SSG닷컴 새 대표에는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을 앉혔다. 공급망관리(SCM)에 특화된 이력을 보유한 인사로 식료품 경쟁력 극대화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엔 이마트 마케팅 수장을 맡았던 최훈학 SSG 대표를 배치했다. 조선호텔의 마케팅·홍보 역량 강화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재무통 강승협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건설 대표로 이동했고, 강 대표가 이동한 자리엔 임형섭 신세계푸드 기업 간 거래(B2B) 담당이 간다.

한편, 이번 인사로 사장단 이상에 오너일가가 한 명 더 추가된 만큼, 이들의 등기이사 선임 유무에도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너일가의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경영에 대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기준, 이명희 총괄회장, 정용진·정유경 회장, 문성욱 사장 포함한 오너일가에서 등기이사는 한 명도 없는 상황이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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