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님에게 선물이 도착했습니다… 타이틀 벨트 매고 KS 1차전 선발 등판, 꿈이 이뤄지나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2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불펜 피칭을 마친 제임스 네일(31·KIA)은 더그아웃 의자에 앉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통역과 이야기를 나누는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계획대로 모든 게 진행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만족감이었을지 모른다. KIA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8월 24일 창원 NC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아 응급수술을 받고 전열에서 이탈한 네일은 한국시리즈 등판을 위한 모든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당초 KIA는 네일 없는 한국시리즈, 혹은 네일이 불펜에서 대기하는 한국시리즈까지 시나리오를 모두 짜놓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나리오는 접어둬도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네일이 예상보다 더 빠른 기적의 회복세를 보였고, 불펜 피칭 단계까지 순조롭게 진행하며 이제 타자와 상대할 시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
네일은 25일 광주에서 불펜 피칭을 진행했다. 20개씩 2세트로 총 40개를 던졌다. 첫 세트 20구는 패스트볼만 던졌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 2구는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고루 섞어 던졌다. 90% 정도의 힘으로 던지며 자신의 감각을 조율했다. 턱에 통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바로 중단하기로 합의가 되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예정했던 피칭을 모두 마쳤고, 이범호 KIA 감독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25일 광주 롯데전을 앞두고 네일에 대해 “제임스(네일)는 오늘 피칭을 했고 구위도 좋아 보였다. 던질 때 본인 기분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카운트별로 공을 던지고 타자도 생각하면서 공을 던졌다”면서 “상황을 만들어가면서 피칭을 하는데 전혀 부담감 없고 기분적으로 턱의 통증도 없었다. 한 번 더 피칭을 하고 경기를 할 때 던지면 별 문제 없이 코리안시리즈에 준비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감독은 “(뼈가 다 붙지 않아) 마우스피스를 끼고 피칭을 하는데 100% 공을 세게 던져도 통증 자체가 없다고 한다. 통증이 있으면 바로 멈춘다고 하는데 통증이 없고 던지고 그 다음날도 괜찮다. 30일 정도에 마지막 점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증이 없다는 게 고무적인 가운데, 불펜 피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그 다음은 라이브 피칭, 그리고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자체 연습 경기 피칭으로 준비를 마쳐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국시리즈 선발 등판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1차전 선발 등판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감독은 “1차전도 지금 상황으로 보면 던질 수 있지 않을까”면서 “1차전에 나가나 2차전에 나가나 3차전에 나가나 2~3일 차이다. 1차전에 나갈 수도 있고, 2차전에 나갈 수도 있다. 코리안시리즈는 문제없이 함께할 것 같다”면서 네일이 한국시리즈 전까지는 완벽하게 준비가 될 것을 기대했다.
네일은 올 시즌 26경기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한 팀의 에이스다. 네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다. 그런 네일이 1차전이든 3차전이든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다는 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에 큰 힘이 된다. 아직 거쳐야 할 관문들이 남아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대감이 더 커지는 형국이다.
그런 네일에게 25일 밤에는 생각하지 못한 선물도 도착했다. 바로 개인 타이틀이다. 네일은 올해 149⅓이닝을 던졌다. 부상 탓에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규정이닝(144이닝)은 채웠다. 그런데 네일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투수 4관광(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을 노리던 카일 하트(NC)가 마지막 등판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4관왕 도전을 위해 등판했는데 오히려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하트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 등판했으나 오태곤 하재훈에게 각각 3점 홈런 한 방씩을 맞고 무너졌다. 6이닝 동안 5개의 안타만 맞은 반면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위용을 과시했으나 하필 주자가 두 명 쌓인 결정적인 상황에서 두 방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6실점했다. 종전 리그 평균자책점 1위였던 하트의 평균자책점은 2.44에서 2.69로 뛰었다. 네일이 가만히 앉아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것이다.
첫 홈런을 맞은 이후에도 6이닝 3실점만 기록했다면 1위를 지킬 수 있었으나 하재훈에게 뼈아픈 3점 홈런을 맞고 만회가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하트는 산술적으로 한 경기 더 등판할 수 있지만 이 경기에서 완봉을 해도 네일의 기록을 잡지는 못한다. 네일이 같이 달리면서 못하고, 하트가 잘해야 뒤집을 수 있는데 네일은 잔여경기 등판이 없다. 이닝이 적다는 측면에서 네일로서도 멋쩍은 타이틀이 될 수 있겠으나 어쨌든 역사에는 남는다. 네일이 평균자책점 1위를 확정한다면 2019년 양현종(2.29) 이후 KIA 선수 첫 평균자책점 타이틀 수상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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