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레코드 5월호: 4월 컴백 보이그룹 신보 리뷰

킥플립 - 미니 4집 《My First Kick》 (260406)

ⓒ 벅스

Twenty (오드, 덕원, 혜성) / 거꾸로 (독고) / my direction (리스, 차이트)

오드
JYP가 킥플립을 차세대 데이식스로 키우려는 듯하다. 핵심 트랙을 펑크 장르로 구성하고, 락 요소를 가미하는 등 선배 데이식스의 향기가 물씬 난다. 앞으로 킥플립의 방향성은 선배 데이식스와 궤를 같이하는, 청량하면서 대중성 높은 밴드 음악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힙합 트랙을 병행해 스트레이키즈의 문법도 잘 활용하고 있어 앞으로 킥플립이 어떻게 가지를 뻗어나갈지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자기 객관화가 잘 된 앨범이다. 뭐 하나가 잘 됐으면 3번 정도는 이어가야 한다. 결과물이 다소 뻔할지라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을 통해 킥플립의 맛, ‘킥랄’이 무엇인지 각인시켰다는 점을 높게 사겠다.

리스
우선 타이틀은 듣자마자 긍정적으로 킥플립스럽다고 느껴졌다. 기존 곡 처음 불러보는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으로서 친숙한 감성이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너무 익숙하게 들려 신곡 같은 느낌은 없었다. 마지막 곡 〈My Direction〉은 자연스럽게 그림이 그려지는 곡이었다. 콘서트 앙코르에서 귀여운 착장을 하고 팬 서비스하며 부르기에 적합한 곡이라 짐작했는데, 컴백 쇼에서 실제로 그런 무대를 선보여 신기했다. 댓글을 보다 보니 힘이 되는 말이 필요할 때 킥플립의 일곱 번째 트랙을 들으라는 말이 있었다. 이전 앨범의 7번 트랙들도 들어봤는데, 전부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했다. 앞으로 킥플립의 7번 트랙을 기대해 보겠다.

덕원
자유분방함, 솔직함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활동하는 팀들이 많은데, 킥플립도 이러한 성격을 띤 팀 중 하나다. 가사에 사춘기 소년 감성이 듬뿍 담겨 솔직함이 묻어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거칠지만은 않은 것이 보이넥스트도어 데뷔 초 향기가 난다. 보이넥스트도어의 데뷔 초 앨범을 좋아했던 필자로서 킥플립 음악은 호일 수밖에 없다. 보이넥스트도어가 할리우드에 간 마당에 그 포지션을 킥플립이 침범하고 있다. JYP가 밴드 음악으로 이득을 봐서 그런지 확실히 펑키한 느낌을 잘 살려낸다. 멤버들의 1인분 이상 해내는 실력도 빛을 발했다. 강렬한 밴드 사운드에 보컬이 묻히지 않는다. 이전 앨범과 유기성을 갖는 점이나 킥플립이 예능에서 쌓아온 발랄하고 능청스러운 이미지가 이번 앨범에 내포된 점 모두 마음에 들었다.

독고
두 번째 미니 앨범부터 그룹의 타이틀 선정 방향이 달라졌다. 〈처음 불러보는 노래〉, 〈반창고〉 등 저번 앨범부터 밴드 사운드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그룹 이미지를 이런 방향으로 굳히고자 하는 듯 보인다. 〈눈에 거슬리고 싶어〉, 〈Twenty〉, 〈Stup!d〉, 〈Scroll〉로 이어지는 청량한 밴드 사운드가 앨범을 이끌고, 데뷔곡의 힙한 느낌은 〈거꾸로〉, 〈Roar〉로 그 명맥을 이어간다. 마지막 트랙 〈My Direction〉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곡으로, 미니 앨범 안에 나름 다양한 장르를 담아내려 노력했다. 밴드 사운드가 빵빵한 노래를 좋아한다면 무난하게 듣기 좋은 앨범이다.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거꾸로〉다. 들었을 때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고, 선배 그룹 스트레이키즈부터 내려온 저음 톤에 강점인 멤버를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혜성
숏폼은 물론이고, 영화 시작 전이나 지하철을 탈 때 등 킥플립을 여기저기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바이럴을 열심히 한 만큼 화제성을 얻었는지는 모르겠다. 타이틀 눈에 거슬리고 싶어는 신인 때 할 수 있는 청량한 곡으로, 기존 콘셉트에서 탈선하지 않았다. 노래는 좋은데, 응 그래나 처음 불러보는 노래만큼 귀에 딱 박히는 부분이 없는 게 단점이다. 미감 좋은 뮤직비디오를 보고 호감도가 오른 편이다. 수록곡 중에서 소개할 만한 곡은 2곡 정도다. 〈Twenty〉는 출근하거나 등교할 때 귀를 때려 잠을 깨우기에 좋은 상쾌한 노래고, 언급이 많은 〈My Direction〉은 호불호 안 갈리고 무난하게 듣기 좋은 곡이라 추천한다.

차이트
가히 JYP만의 노하우와 DNA가 제대로 응축된 감동적인 순간이다. 〈눈에 거슬리고 싶어〉, 〈Stup!d〉, 〈Roar〉, 〈My Direction〉을 추천 트랙으로 꼽고 싶다. 사실 〈거꾸로〉-〈Scroll〉-〈Roar〉 구간의 급격한 장르 선회에서 오는 당황스러움 마저 의도한 ‘Kick’으로 느껴져 끝내 호감으로 남는다. 클럽 음악과 EDM, 팝/모던 록과 힙합 등 각 장르 음악별로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하위 장르를 적절히 버무려 낸 킥플립 식 얼터너티브 댄스 팝 앨범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 미니 8집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 (260413)

ⓒ 벅스

하루에 하루만 더 (오드, 리스, 혜성) / So What (덕원, 차이트) / 다음의 다음 (독고)

오드
솔직히 앨범 제목과 키 비주얼이 뜨고 나서 재계약을 왜 했나 생각 들 정도로 암담했다, 아직도 팝한 컬러와 컨셉 포토에 적응이 어렵다. 본격적으로 얼굴 비주얼로 승부를 보는 앨범이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오랜만에 맘에 드는 앨범이 나와서 행복하다. 제일 문제였던 유기성을 되찾았다. 정규 4집은 8곡 중에 5곡이 각자 멤버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개인 곡이었고, 미니 7집은 수록곡 톤이 중구난방이었다. 타이틀 선정 미스가 나거나 이지리스닝을 강조하려다 보니 타이틀의 임팩트가 약해지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마저 고쳐 와서 발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높은 비중의 한국어 가사와 대중픽을 받을 수 있는 노래에 빅히트가 홍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오랜만에 좋은 성적을 이루고 있어 감개무량하다. 그렇다고 앨범 자체가 평이하게 흘러갔으면 아쉬웠을 터라 〈So What〉이 감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한다.

리스
앨범에 템포가 느린 곡들이 많아 처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루에 하루만 더〉는 음원으로 들어도 좋긴 하지만, 숨소리가 섞여서 부르는 무대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수록곡 전부 감각적인 느낌이라 무언가를 느껴야 할 것만 같은데, 본인에게는 너무 어려운 감성인지 이 앨범만 끝까지 듣기 유독 힘들었다.

덕원
타이틀 곡에서 느낀 점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호소력 짙은 노래가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메인보컬 라인이 목을 긁는 발성이라 록 감성을 잘 살리는 영향이 크다. 수빈, 범규가 벌스에서 분위기를 잡아주고, 독특한 톤의 연준이 환기하는 등 각자의 포지션이 지켜질 때 노래 퀄리티가 올라간다. 감흥 없는 타이틀 곡과 의미 없는 솔로 곡으로 가득 채운 저번 앨범에 비하면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번 앨범 역시 전체적으로 힘 빠지는 트랙 구성에다가,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린 건 더더욱 아니다. 돋보인 건 오직 펑크 〈So What〉 하나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기획의 부재다. 세계관 마무리 시점부터 불안하더니, 이제는 아예 큰 틀 없이 활동하는 모양새다. 더 이상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키워드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마케팅도 최신 유행을 반영했지만,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사랑을 노래하고 싶은 건지, 사랑으로 포장한 포기하지 않겠단 의지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 앨범 설명 문구를 보면 더 혼란스럽다. 어떠한 콘셉트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알겠으나, 미감이 떨어져서 설득력이 없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붕괴한 것은 결국 기획의 부재를 증명한 꼴이다.

독고
청량하면서 아련한 느낌을 살리는 성숙한 방식으로 재계약 이후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앨범. 섹시 콘셉트도 꾸준히 시도해 왔지만, 본격적으로 성숙함을 드러낸 것은 이번 활동이다. 꿈과 환상이 앨범의 키워드인데, 나른하고 몽롱한 분위기를 줄곧 유지한다. 수록곡에서 힘을 많이 뺀 듯한 인상도 있으나 앨범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다. 마지막 트랙 〈다음의 다음〉은 이번 앨범 콘셉트와 재계약 이후의 포부를 잘 나타낸 곡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다. 뮤직비디오에서 이를 다소 직관적으로 풀어낸 점은 아쉽다. 드림코어 느낌으로 몽환적이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좀 더 살리고, 향수와 위화감을 동시에 안겨주는 방식을 택했으면 앨범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만의 이해할 수 없는 곳에서 나오는 신비로움을 좋아했는데, 그게 사라진 느낌이라 아쉽다.

혜성
안타깝게도 앨범 전반에 대해서 본인 취향이 아니었다. 앨범의 분위기가 몽롱하고 느슨해서 다 듣고 나니 축축 처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 곡이라도 분위기를 환기하는 곡이 있을까? 싶었는데 딱히 없다. 확고한 무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나 싶다. 그럼에도 타이틀 곡은 흡족하다. 수록곡까지 듣고 보니 타이틀 곡에 힘을 준 게 똑똑히 보인다. 곡 길이도 짧은데, 끄트머리에 반복만 이어지는 건 성에 차지 않았다.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무대 영상으로 보는 게 훨씬 좋았다. 무대도 열심히 하고 바이럴도 열심히 돌렸는데, 대중성을 잡으려면 좀 더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승부를 봤어야 한다고 본다.

차이트
타이틀과 나머지 트랙 사이 쏟아부은 노력 차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앨범. 의문스러운 선택의 연속이 계속된다. 초장부터 기대감을 꺾는 〈Bed of Thorns〉는 타이틀 청취 후 더욱 빛이 바래고, 굳이 필요한가 싶은 〈Take me to nirvana〉의 피처링, 악기 연주에 감동하다가도 후렴에서 김이 새는 보컬과 엔지니어링이 방해하는 〈21st Century Romance〉까지. 레트로와 퓨처리즘 사이의 어두운 감성에 젖어 들 법하면 자꾸 몰입이 깨진다. 확신 없는 고군분투의 A&R, 장르 이해도가 떨어지는 송 프로듀서, 여전히 표현의 웃물만 건진 채 피상적인 보컬 테크닉만 구현하는 데에 그치는 멤버들. 완벽히 어긋난 3인 4각 게임에서 사이키델릭한 다크 판타지, 펑크의 맛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이래가지고 nirvana에 드는 건 고사하고, 수행부터 제대로 다시 시작하면 다행일 음반. 추천 곡은 군계일학인 〈So What〉.

엔시티 위시 - 정규 1집 《Ode to Love》 (260420)

ⓒ 벅스

2.0 (TWO POINT O) (오드) / Ode to Love 덕원) / Sticky (차이트) / Don’t Say You Love Me (리스) / 여우비 (Crush) (혜성) / Everglow (독고)

오드
에로스와 안테로스로 분한 엔시티 위시의 콘셉트가 찰떡이고, 뮤직비디오와 수록곡 곳곳에 위시만의 색이 묻어나 기대치를 충족할 만한 정규 1집이 나왔다. 한마디로 ‘스밍’ 돌릴 맛이 난다. 타이틀 〈Ode to Love〉의 코러스 멜로디가 의외로 독특한데, 포스트 코러스에 중독성을 집약했다. 이렇게나 노골적인 샘플링을 가져올 줄 몰랐는데, 요즘에선 잘 하지 않는 방식이라 오히려 신선하다. 그래서 코러스에서는 네오한 엔시티가, 포스트 코러스에서는 대중적인 위시가 완연하게 느껴진다. 이래서 엔시티 위시인 가보다 실감한 앨범.

리스
앨범 전체를 들으면 들을수록 팬들이 만족하고도 남을 앨범이다. 타이틀부터 좋다. 수록곡 〈Don’t Say You Love Me〉는 계속 듣고 싶다. 요즘같이 날씨 좋을 때 들으면 더 완벽하다. 가사와 후렴의 목소리가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어색한 느낌의 랩이 중간에 들어가 있으면 노래가 뚝 끊기는 느낌이 들어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이 노래는 ‘억랩’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쭉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라 정이 간다. 본진이 실종된 상태라 딱히 줄 그룹은 없으면서도 훔치고 싶은 노래다.

덕원
청량을 중심에 두고 청순, 키치 등 위시가 가진 이미지를 압축해 놓은 첫 번째 정규 앨범. 디스코그래피를 잘 쌓아가다가 되레 정규 앨범에서 힘 발휘를 못 하는 팀들이 많은데, 타이틀에 힘을 확실히 주면서도 수록곡 간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아 완성도가 높다. 명맥을 이어오던 큐피드 콘셉트를 안테로스, 에로스로 확장한 것을 보면, 위시 팀의 부단한 노력이 새삼 대단하다. 변화 속에서 일관된 콘셉트를 꾸준히 이끌어 가는 것이 쉽지 않을텐데, 이 줏대가 위시 코어의 정체성을 매번 견고히 해준다. 타이틀 곡이 샘플링 노래라고 했을 때 걱정이 앞선 게 사실이다. 잘 뽑히면 대중성에서 이득을 보지만, 팀의 색깔을 녹여내지 못하면 허울만 좋은 곡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정규 앨범 타이틀에서 샘플링은 양날의 검이다. MZ한 걸 추구하는 그룹이라 그런지 장난스러운 분위기도 어색하지 않고, 음악적으로는 따뜻한 감성으로 중화시켜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독고
〈Ode to Love〉의 인트로를 듣자마자 챌린지에 적합한 곡이라 인식했다. 귀여우면서 무난한 타이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니 달리 보인다. 의상, 스토리, 연출 등 ‘위시코어’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님을 자각했다. 남자 아이돌 중에서 과연 독보적이다. 〈Sticky〉는 전형적인 여름 느낌의 곡처럼 들리는데, 듣다 보니 다양한 변주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놀랐다. 〈Feel The Beat〉도 비슷한 결로, 두 곡 다 엔시티 위시도 엔시티에 속하는 팀이구나를 깨닫게 하는 곡이다. 이번 앨범으로 말미암아 엔시티 위시의 이미지가 확장되어 위시를 향한 편견이 깨졌다. 가장 좋았던 곡은 〈Everglow〉다. 타이틀로 손색없을 정도의 퀄리티로, 위시만의 밝은 느낌과 엔시티의 네오함이 공존하는 곡이라 추천한다.

혜성
팬들 사이에서 최애 수록곡이 많이 갈리겠다. 버리는 곡 없이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준수하고, 개성이 넘친다. 타이틀 〈Ode to Love〉는 〈poppop〉이나 〈COLOR〉처럼 스포티하고, 재기발랄한 느낌은 아니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적당히 차분하고 귀여운 콘셉트가 위시랑 더 잘 어울린다. 다만 포스트 코러스에서 개그콘서트가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챌린지나 화제성 측면에선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어릴 때 개그콘서트를 열심히 봐서 그런지 이 부분을 들을 때마다 맥이 끊긴다. 민소매와 내복 같은 무대 의상으로 어떤 뉘앙스를 추구하고자 하는지 알겠지만, 본인에겐 너무나 부담스럽고 과하게 느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무마저 아쉬워 다시 찾아볼 맛이 나지 않는 게 한계점이다.

차이트
어떤 크기의 음반이든 질적인 기복 없이, 잘 다듬어 내놓는 회사가 SM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앨범이다. 일관된 뮤직박스(오르골) 소리 아래 전개되는 변주가 귀에 꽂힌다. 브레이크 비트, DnB, 뉴잭스윙, 칩멍크 소울, 컨트리, 보사노바 등 다양한 리듬의 구간이 섞여 들어도 크게 당황스럽지 않다. 설계적으로 대담하고 대단한 음반이다. 래핑과 신스 디자인도 트랙을 불문하고 훌륭하다. 00년대 후반 팝 질감을 토대로, 보컬 찹 및 디제잉, 미드 템포의 신스팝과 뉴잭스윙까지 이때 당시 유행하던 작법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Everglow〉, 〈Don’t Say You Love Me〉의 프리 코러스 마지막 구간 같은 급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은 케이팝의 DNA가 느껴지는가 하면, 후렴 대부분을 채운 신스, 리듬 메이킹은 명백히 일본 사운드다. 일본 현지화 그룹다운 음악적 행보다. 한편, 뉴잭스윙의 90년대 문법을 충실히 따르다가도 <여우비>는 프리 코러스 전반부를 수놓는 신스는 00년대 후반의 것이고, 브레이크비트를 비롯해 디지코어 느낌이 나는 구간은 미래지향적이다. 케이팝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다 들어있는 종합 선물 세트같은 앨범.

투어스 - 미니 5집 《NO TRAGEDY》 (260427)

ⓒ 벅스

널 따라가 (차이트) / Why You So Bad? (덕원, 독고) /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 (오드, 혜성) / Fire Escape (리스)

오드
본격적인 컨셉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를 모르는 듯한 소속사다. 이미 콘셉트 전환을 하다 실패한 전적이 있다지만, 너무 사리는 행보다. 물론 〈널 따라가〉는 좋은 노래지만, 임팩트 측면에서 약하다. 투어스 멤버들이 골고루 잘 보인 무대는 팬미팅에서 선공개된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가 처음이었다.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영재가 독보적이었다. 좋은 음악에 멤버들의 표현력이 물이 오르고 있는 시점이라 더 안타깝다. 그나마 선공개를 진행하고, 뮤직비디오도 공개하는 등 서브타이틀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있어 다행이다. 정식 데뷔 전 선공개 곡 〈Oh Mymy:7s〉와 비슷한 콘셉트를 밀어도 좋을 시점인데, 너무 청량 쪽으로만 오버드라이빙하는 듯 하다. 수록곡은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아쉬웠는데, 특히 〈Why You So Bad?〉는 왜 굳이 전부 영어 가사로 했는지 의문이다. 어차피 투어스는 국내파 아닌가. 순한 맛 원디렉션을 표방한 것 같긴 한데, 해외에서 반응이 올만 한 것 같진 않다.

리스
투어스의 동작 크고 힘 있게 터지는 후렴 안무가 이번에도 꽂힌다. 이전 타이틀 곡으로 인해서 더 기대하고 들은 게 사실이다. 포스트 코러스에 포커스를 둔 것 같은데, 곡에서 뾰족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는다. 수록곡 중에선 〈Fire Escape〉가 제일 취향에 맞는 트랙이다. ‘너만이 나를 구해내’로 시작하는 가사부터 벅차오르는 느낌까지 구원 서사를 잘 표현해냈다.

덕원
〈Why You So Bad?〉 속, 다 같이 합창하듯 부르는 파트에서 오랜만에 케이팝의 매력을 탐미한 동시에 투어스가 트렌드에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을 느껴 놀랐다. 매번 소년 만화 주인공 같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을 많이 덜어냈다. 시원한 선율에 청량감 넘치는 고음이 뻗어져 나오는 게 투어스 음악인데, 기존과 다른 노선을 택했다. 널 따라가는 보컬이 두드러지는 곡이 아니라서 멜로디컬하게 터져 나오는 구간이 없다. 후렴구에서 적당히 중독성만 살렸다. 〈Get It Now〉는 과한 힙합 베이스라 당황했는데, 톡톡 쏘는 래핑에서 사이다 같은 청량함이 들렸다. 다양한 장르 속에서도 청량함을 놓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이제야 투어스가 말하는 보이후드팝이 뭔지 알 것 같다. 타이틀 곡이 항상 비슷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적어도 그런 평가는 피해 가리라 본다.

독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실패하지 않을 선택으로 구성된, 전반적으로 무난하기만 한 앨범이다. 42라서 더 아쉽게 다가왔다. 그룹의 성숙함을 보여주려는 시도가 그룹 색을 다소 흐릿하게 만든다는 인상을 준다. 선공개 곡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가 하우스인데, 〈널 따라가〉, 〈Why You So Bad?〉 역시 유사한 하우스 기반이다. 연속된 트랙들이 전부 평이하게만 흘러가 또렷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수록곡에서 영어 가사 비중이 높아진 점 또한 투어스의 색을 옅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오히려 〈Fire Escape〉, 〈Back to Strangers〉가 앨범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더 잘 맞는 트랙으로 보인다.

혜성
늘 투어스 노래는 취향에 맞아서 이번 앨범도 좋게 들었다. 계속 비슷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컴백에서 좀 색다른 걸 시도하려나 싶었는데, 아는 맛이 또 나왔다. 〈Overdrive〉 활동 이후 유입된 팬덤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전작 〈Overdrive〉가 너무 강력했던 탓일까. 타이틀 〈널 따라가〉 자체에서 임팩트가 안 느껴진다. 선공개된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가 타이틀 곡이 되었어도 비슷했을 테지만, 무대를 보자마자 좋다고 생각했다. 음원으로 들었을 때도 역시나 좋았다. 가사 중에서는 ‘너의 상상 안에 날 데려가 줘. 의심 없이 따라갈게. 착하게.’ 이 파트가 압권이다. 자꾸 되새기게 된다.

차이트
잘 나가다가 막판에 헤매는 A&R, 분발해야 하는 엔지니어, 보컬 연습이 필요한 일부 멤버들. 앞선 이유들로 인해 앞으로의 가능성에 전부를 걸어봐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성공적인 변화의 초입을 연 음반이다. 클럽 튠과 밴드 튠을 결합하는 방향의 프로그레시브가 투어스 표 청량에 잘 어울린다. 이 분위기를 잘 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마지막 트랙이 흐름을 끊는다. 〈Fire Escape〉까진 변주의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나 마지막 〈Back to Strangers〉이 거슬린다. 편곡을 달리하든지, 아예 다른 곡을 택했어야지 싶다. 기타 리프가 너무나 튄다. 가사는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랩과 챈트의 구사력이 좋아서 메시지가 한층 더 확실하게 전달됐다. 킥플립과 함께 가사를 통해 캐릭터 구축을 잘 해내고 있는 팀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음향 공학적인 얘기를 덧붙이자면, 타이틀과 수록곡 간의 마스터링 퀄리티의 괴리감이 심했다. 뒷심이 부족했다. 추천곡은 마스터링이 제일 말끔했던 타이틀 곡 〈널 따라가〉다. 보컬, 믹싱의 부족함만 아니면 〈너의 모든 가능성이 되어줄게〉, 〈Why You So Bad?〉도 사운드가 흥미로워서 충분히 추천할 만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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