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이 30조 원대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방산업체와의 최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캐나다 CTV뉴스는 한화오션이 빠른 납기와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8월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쟁쟁한 유럽 방산업체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에 오른 한화오션은 이제 35개 캐나다 파트너 기업과 협력망을 구축하며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잠수함 건조비만 24조 원, 30년 유지보수까지 포함하면 60조 원에 가까운 이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한국 방산의 저력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죠.
9년 걸리던 납기, 6년으로 단축…속도전에서 압도
한화오션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납품 능력입니다.

마이클 쿨터 한화 글로벌디펜스 최고경영자는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화가 2026년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2035년까지 4척의 새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으며, 그 이후 매년 1척씩 공급해 2042년까지 12척 전부를 넘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통 잠수함 계약 체결 후 인도까지 9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이를 6년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3년이나 앞당겨진 납품 일정은 캐나다 입장에서 매우 매력적인 조건입니다.
현재 캐나다가 보유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은 거의 40년이 된 노후 장비로, 현재 1척만 작동하고 나머지는 부품 조달조차 어려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수명이 다하는 이 잠수함들을 빠르게 대체하지 못하면 캐나다 해군의 잠수함 전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죠.
한화오션 관계자는 "빠른 납품으로 캐나다 잠수함 전력 공백을 최소화하고, 낡은 빅토리아급 잠수함의 유지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노후 장비를 억지로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한화오션의 제안은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인 셈입니다.
35개 현지 파트너와 산업 생태계 구축
한화오션은 단순히 잠수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캐나다 산업 생태계 전체를 키우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현재 35개 캐나다 기업 및 기관과 협력을 논의 중이며, 이는 현지화 전략의 핵심입니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이 규모의 프로그램을 검토하는 정부가 국방 분야뿐 아니라 캐나다 국민 전체를 위한 산업 이익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우리는 이에 100%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이 협력하고 있는 캐나다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현지화 전략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 배백은 현재 빅토리아급 잠수함 수리 계약을 맡고 있으며, 한화가 계약을 따내면 KSS-III 함대에 설계 지원과 유지보수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토니 마치 배백 캐나다 최고경영자는 이미 한화오션과 양해각서를 맺은 상태입니다.
지난해부터 한화오션은 배백 캐나다, 블랙베리, CAE, 커티스라이트 인달 테크놀로지스, 데스 네드헤 그룹, 개스톱스, L3해리스 같은 10여 개 캐나다 기업과 팀 협정과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노바스코샤주의 모데스트트리는 KSS-III 캐나다 초계 잠수함의 디지털 모형 제작 프로젝트를 맡았고, 온타리오주 헵번 엔지니어링은 한국 해군의 차세대 보급함에 실을 해상보급 장치 공급 계약까지 따냈습니다.
한국 해군과의 협력까지 확대되는 상생 구조인 것이죠.
실전 검증된 KSS-III, 캐나다 작전 환경에 최적화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KSS-III) 잠수함은 이미 한국 해군이 실제 작전에 투입하고 있는 검증된 플랫폼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장치(AIP)를 함께 장착해 3주 넘게 잠수한 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최대 7000해리(약 1만2900㎞)를 항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태평양, 대서양, 북극해 전역에서 작전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의 요구사항을 완벽히 충족하는 성능입니다.

은퇴한 한국 해군 제독 출신인 정스티브 한화오션 부사장은 오타와 시티즌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움직이는 KSS-III 잠수함은 캐나다의 모든 요구를 채운다"며 "계약을 맺은 뒤 6년 안에 넘겨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습니다.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모델이 아니라 이미 바다에서 작전 중인 잠수함이라는 점이 큰 차별점입니다.
무장 능력도 뛰어납니다. KSS-III는 중어뢰, 기뢰,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어뢰관과 수직발사관을 갖췄습니다.
여기에 약 50명의 승무원을 위한 1인 침대와 개인 오락장치, 냉난방 조절 장치까지 제공해 거주성도 우수합니다.
첨단 자동화와 원격 감시 시스템 덕분에 약 30명의 승무원만으로도 완전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캐나다 해군에 특히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지 건조 vs 유지보수 현지화, 전략의 차이
독일 TKMS와 한화오션의 전략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CTV뉴스에 따르면 독일과 노르웨이 국방장관이 최근 캐나다 의회를 찾아 정부를 설득할 예정이며, TKMS 후원자들은 캐나다에서 잠수함을 직접 건조하자는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일자리 창출과 기술 이전을 강조하는 전략이죠.

반면 한화오션은 현지 건조 대신 유지보수와 개량의 현지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했습니다.
"잠수함을 짓는 기술 이전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지만, 제조 시설을 짓고 숙련 인력을 키우는 데 시간이 걸려 캐나다가 장기간 잠수함 능력 없이 지내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쿨터 최고경영자는 "따지고 보면, 캐나다가 오랜 기간 잠수함 전력 없이 지내야 한다"며 "우리는 캐나다 안에서 잠수함을 유지·지원·개량하는 능력을 주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잠수함 한 척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0억 캐나다 달러(약 2조 원)이지만, 30년 수명 동안의 유지보수가 계약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합니다.
한화오션은 캐나다 파트너들이 이런 장기 투자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카니 총리 방한, 한국 생산시설 직접 확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합니다.
한화오션은 카니 총리의 초청을 받아들여 경남 거제의 KSS-III 생산라인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지난 8월 카니 총리는 독일 킬에 있는 TKMS 생산 현장을 둘러봤지만, 아직 한화오션 시설은 방문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한화오션은 "우리 잠수함은 한국 해군이 쓰고 있어서 새로 시작하거나 새로 설계하지 않는다"며 "일정표를 확신하고 그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작동하는 잠수함 생산라인을 직접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총장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의 실제 건조 현장을 둘러본 바 있습니다.
탑시 총장은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 공급업체를 정하라고 정부를 재촉했습니다.
캐나다 공공서비스조달청은 성명에서 "한화오션과 TKMS 모두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의 적격 공급업체로 남아 있으며, 캐나다 초계 잠수함의 제때 인도와 최선의 경제 결과를 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0월 초 문을 연 국방투자청이 최종 공급업체 선정을 맡게 됩니다.
폴란드·중동까지, 글로벌 시장 동반 진출 기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결과는 다른 나라의 잠수함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폴란드가 추진 중인 '오르카 프로젝트'는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최대 8조 원 규모 사업으로,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캐나다의 선택이 중요한 참고가 될 것입니다.

정승균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해외사업단장은 "한화오션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해군, 국회 같은 곳의 도움 속에 한팀으로 CPSP 사업 수주를 위해 힘썼고, 이번 숏리스트 선정이 바로 그 결과"라며,
"한·캐나다 양국 간 경제·산업 분야는 물론 해군 협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CPSP 사업에서 정부, 국회와 함께 사업 수주라는 마무리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2월 방위사업청 주도로 HD현대중공업과 함정 수출 사업 한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습니다.
잠수함은 한화오션이, 수상함은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주를 이끌기로 합의한 것이죠. 캐나다 사업 성공은 한국 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60조 원에 가까운 초대형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이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한국 방산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