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귀 냄새는 괜찮은데…왜 남의 방귀는 참기 힘들까?”

정은지 2026. 3. 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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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체취에 대한 혐오는 감염 회피 전략일 가능성
누군가 방귀를 뀌면 지독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방귀 냄새는 참을 만 하게 느껴진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 방귀를 뀌면 지독한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정작 자신의 방귀 냄새는 참을 만하게 느껴진다.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후각 반응에는 심리학적·진화적 기전이 작용한다. 동일한 종류의 냄새라도 '누가 냈는지'에 따라 불쾌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일간지 더선이 기존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사람들이 자신의 방귀 냄새는 덜 불쾌하게 느끼는 반면 타인의 방귀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소개했다.

방귀는 소화 과정에서 생성된 가스를 배출하는 생리적 현상이다. 주요 성분은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이다. 학술지 ⟪것(Gu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기에 황 함유 가스가 미량 포함돼 있으며, 특히 황화수소가 특유의 썩은 달걀 냄새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됐다.

문제는 냄새의 강도보다 '누구로부터 나오느냐' 하는 '출처'다. ⟪유럽 사회심리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체취, 땀, 대변 냄새 등을 평가할 때, 해당 냄새가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믿으면 덜 불쾌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출처 효과(source effect)'라고 한다. 같은 종류의 체취라도, 그것이 자신인지 타인인지에 따라 감정적 반응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호주 매쿼리대의 심리학자 리처드 J. 스티븐슨 교수팀은 참가자들에게 일상에서 맡은 냄새를 기록하도록 하고, 자신의 땀이나 방귀 냄새와 타인의 냄새를 각각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전반적으로 자신의 체취를 타인의 것보다 덜 불쾌하거나 덜 역겹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감염 회피와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타인의 체취나 배설물 냄새는 잠재적으로 병원체를 포함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혐오 반응은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메카니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자신의 냄새는 자신의 면역 체계가 이미 익숙한 장내 미생물군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설명은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다. 이는 어떤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그 자극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심리 현상이다. 학술지 ⟪퍼셉션(Percep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49명의 참가자가 익숙한 냄새와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맡고 강도와 쾌적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익숙하지 않은 냄새는 더 강하고 더 불쾌하게 인식됐다.

후속 실험에서는 36명의 참가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시간이 지나자 참가자들은 해당 냄새를 점차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낯선 냄새가 모호성과 불확실성을 동반해 초기에는 더 위협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냄새에 대한 평가는 정서적 경험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비교심리학 국제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mparative Psych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 32명의 여성 참가자는 새로운 냄새에 노출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조건의 컴퓨터 게임을 했다. 한 그룹은 절대 이길 수 없도록 조작된 게임을, 다른 그룹은 즐겁고 현금 보상이 주어지는 게임을 경험했다. 이후 냄새를 평가하게 한 결과, 긍정적 경험을 한 그룹이 해당 냄새를 더 쾌적하게 평가했다.

이들 연구는 방귀 냄새에 대한 반응이 단순히 악취의 강도 때문이 아니라, 출처 인식, 익숙함, 정서적 맥락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의 냄새에는 비교적 관대하고, 타인의 냄새에는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은 심리적 편향이자, 감염을 피하기 위한 진화적 전략일 가능이 있다는 것이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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