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 "95조원 중동 방산시장 놓고 치열한 수주전 경쟁 돌입"

한국과 일본이 전혀 다른 루트로 글로벌 방산시장을 공략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에서 'K-방산' 열풍을 일으키며 육상 무기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일본은 태평양을 건너 호주와 동남아시아에서 해군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죠.

두 나라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머지않아 거대한 격전지에서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로 중동입니다.

이집트부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중동 각국이 무기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무려 95조원 규모의 거대한 시장이 열릴 전망이고,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방산업체들이 치열한 한일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방산 실크로드' 동유럽 진출기


한국 방산업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곳은 단연 동유럽 폴란드입니다.

현대로템은 2022년 체결한 1차 계약분 K2 전차 180대를 올해 말까지 공급하는 한편, 최근 2차 수출 계약까지 완료했습니다.

2차 계약 역시 총 180대, 금액으로는 무려 9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폴란드에 K9 자주포를 총 300대 이상 공급하며 동유럽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았습니다.

폴란드에서의 성공은 다른 동유럽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한화가 이미 1조40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54대 수출 계약을 완료했고, 현지에 생산 공장까지 세우기로 했습니다.

현대로템도 루마니아에 K2 전차 세일즈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마치 과거 실크로드를 따라 문물이 전해지듯, 유라시아 대륙을 따라 한국의 방산 기술이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K-방산' 성공의 비밀, '빨리빨리' 문화


동유럽에서 한국 방산의 약진에는 몇 가지 핵심 요인이 있습니다.

먼저 독일 등 기존 경쟁국 무기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품질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납품하면서 납기일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은 동유럽 내 K-방산의 인지도 확산에 매우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언제 올지 모르는 무기보다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는 무기가 더 절실했던 것이죠.

이는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도와 납기 준수 문화가 방산 분야에서도 그대로 발휘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태평양 진출, 해양 강국의 귀환


반면 일본 방산업체들은 완전히 다른 루트를 택했습니다. 태평양을 건너 호주와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는 것이죠.

과거 일본은 헌법 9조 등에 따라 무기 수출에 나서지 못했지만, 2023년 12월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무기 수출 빗장을 푼 뒤 '해양 강국'의 특성을 살려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모가미급 호위함

최근 호주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맺은 호위함(모가미급) 11척 건조 계약은 그 규모만 100억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약 9조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이는 일본이 단순히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해외에서 대규모 조선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으로, 일본 방산업계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큽니다.

일본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인도와는 잠수함 도입 협상을, 베트남과는 해상초계기 도입 논의를 각각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해상자위대가 쓰던 구축함과 잠수함을 중고로 수출하기 위한 논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영국 및 이탈리아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6세대 차세대 전투기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라는 공통분모


한국과 일본이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방산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견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이 진출한 동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있고, 일본이 공략하는 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일본은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며 주변국의 안보가 불안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호주를 비롯한 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방위력 강화에 나서면서, 일본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이죠.

한국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진 동유럽에서 K-방산의 우수성을 입증하며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95조원 중동 시장의 거대한 기회


업계에서는 양국 방산업체들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확장하면 결국 중동에서 정면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의 무기 교체 시기가 한꺼번에 닥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이들 중동 국가에서 운용하는 무기 중 총 8440기가 이미 사용 연한을 넘긴 교체 대상으로 분석되며, 이는 주요 전력의 68%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안유동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들 무기가 모두 예상대로 교체될 경우 오가는 돈만 687억 달러, 약 95조원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년 내 대형 수주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국의 중동 진출 조짐은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린 마덱스(MADEX) 전시회에서 갑자기 등장한 거대한 전투함들이 방산업계를 뜨겁게 달궜죠.

마덱스(MADEX) 전시회에서 사우디 해군관계자들이 현대중공업 부스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6,500톤급 전투함, 한화오션이 선보인 4,500톤급과 8,500톤급 대형 구축함까지 등장했습니다.

겉으로는 "수출형 호위함"이라고 발표했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습니다.

바로 중동의 패권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특별 주문한 맞춤형 전투함이라는 것이죠.

이는 일본이 호주에서 거둔 9조500억원 규모의 호위함 수주와 직접 경쟁할 만한 대형 프로젝트로 예상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해상 방위력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의 조선·방산 기술력이 정면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격돌 예고, 한일 방산의 운명적 대결


중동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현대중공업의 사우디 수출형 군함 이미지

한국은 그동안 쌓아온 육상 무기의 경쟁력을, 일본은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해상 무기 시스템을 앞세워 이 거대한 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방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어, 양국이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으로 민간 기업들의 미국 수출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방산 수출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동유럽에서, 일본은 태평양에서 각각 성과를 거두며 자신감을 얻었지만, 진짜 승부는 95조원 규모의 중동 시장에서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