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카드사 연체 채권 매각 82% 급증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3. 6. 4.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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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益 적자 땐 조달 힘들어
고객 카드빚 회수대신
채권 급매로 현금 마련
카드대출 영업도 난항
하반기 실적반등 먹구름
신용평가 등 새 먹거리 시급

올해 1분기 국내 카드사들의 연체 채권 매각이 전년 동기에 비해 8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 채권은 카드론 등 고객들에게 대출을 내어준 채권 중 연체가 발생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통상 채권 추심을 통해 연체 채권을 회수하는데, 대거 추심 대신 매각을 택해 빠른 '현금화'에 나섰다. 1분기 영업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연체 채권 매각이익이 19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1067억원 대비 82.3% 증가한 수치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644억원 규모로 1분기에 가장 많은 연체 채권을 팔았다. 롯데카드에 이어 우리카드(584억원), 신한카드(45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삼성카드, 현대카드 등 대기업계 신용카드사는 각각 27억원, 36억원 수준으로 연체 채권 매각 규모가 크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대출을 내어주면 이를 채권으로 갖게 된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고객이 이를 제때 갚지 못하고 연체하면 이 같은 대출은 연체 채권이 된다. 카드사들은 연체 채권 발생 규모만큼 충당금을 쌓아 일단 회계상 손실로 잡는다. 하지만 연체 채권은 가치가 '0'인 돌려받지 못할 채권은 아니다. 회사별 전략에 따라 일부를 대부업체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부실 채권(NPL) 매입 기관에 팔고 나머지는 추심을 통해 받아 내는 방식을 택한다.

그런데 이번 1분기에는 전년에 비해 연체 채권 매각이 급등했다. 이는 카드사들이 추심을 통해 원금 중 상당 부분을 돌려받을 수 있는 채권도 매각했다는 의미다. 예컨대 장기적으로 1000만원을 돌려받을 수있는 채권을 400만원에 할인해 급매했다는 얘기다. 잠재적 수익을 포기하고 급전을 마련한 셈이다.

카드사들이 이렇게라도 급전을 마련하는 이유는, 분기 실적에 적자가 기록되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순익(각 551억, 459억원)과 비교하면 채권 매각 이익(각 644억원, 584억원)이 더 크게 나타난다.

다만 우리카드는 올 1분기 향후 영업환경 악화를 대비해 전년대비 115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았다. 롯데카드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롯데카드는 "채권매각이익만큼의 법인세를 감안하면 연체채권 매각이익을 제외해도 흑자로 나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영업 상황이 앞으로도 크게 나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카드사들의 주 수입원인 카드론 등 대출이 2분기 들어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3조6334억원으로 지난해 4월(4조2799억원) 대비 15.1% 감소했다. 카드사들이 높아진 조달비용을 이유로 카드론 공급 규모 자체를 줄인 탓도 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객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최근 삼성페이 유료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올해 하반기에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삼성전자는 10여 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삼성페이 관련 계약의 자동 연장이 종료된다고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3월 애플페이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 삼성페이가 카드사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들이 완전히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대출 사업에 집중해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카드사는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등 신사업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윤 의원은 "카드사들이 결국 연체 채권 매각을 통해 손익 지표 개선에 나서고 있다"면서 "신용판매 손실을 대출에서 메우는 현재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비즈니스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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