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한다! 이제 우리는 이 20대 배우의 시대를 살게 될 것이다

(Feel터뷰!)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주연배우 박지훈을 만나다

"역사가 기록한 나약한 소년이 아닌, 끝까지 무너지지 않으려 했던 한 인간의 고독과 자긍심을 담아내고 싶었다."

박지훈이 조선의 비운의 군주 단종으로 돌아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단종과 그를 지켰던 백성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간 무대 위에서의 화려함이나 드라마 속의 날 선 소년미를 벗어던진 박지훈은, 이번 작품에서 피골이 상접한 몰골과 형형한 눈빛만으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개봉 이후 연일 호평을 얻고 있는 박지훈을 만나 그가 해석한 단종, 그리고 배우로서의 치열한 고민에 대해 물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의 심경은 어떠했나?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다. 단종은 실존 인물인 데다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산 인물 아닌가. 내가 감히 그분의 깊은 슬픔과 고독을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특히 이번 작품은 나에게 첫 상업 영화 주연작이라는 의미도 컸기에 어깨에 놓인 무게가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대본을 읽는 내내 '내가 이 인물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백 번도 넘게 던졌던 것 같다.

-장항준 감독이 본인을 캐스팅한 결정적인 이유는?

감독님께서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 속 내 눈빛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더라. 체구는 작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점, 그 지점이 단종이라는 인물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사실 확신이 서지 않아 네 번 정도 미팅을 가졌는데, 마지막 미팅 때 감독님께서 '지훈아, 단종은 너여야만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한마디가 나에겐 세상 무엇보다 큰 용기가 되었고, 그제야 '해보자'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단종의 수척한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15kg이나 감량했다고 들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을것 같다.

왕의 자리를 빼앗기고 유배지로 떠나는 단종의 고통을 시각적으로도 완벽히 보여줘야 한다고 믿었다. 단순히 마른 게 아니라 '말라비틀어진' 느낌을 주고 싶어 두 달 동안 하루에 사과 한 조각만 먹으며 버티기도 했다. 촬영 중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 캐릭터의 초췌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토해내기까지 했다. 몸은 극도로 예민해지고 힘들었지만, 그 예민해진 감각이 오히려 단종의 신경질적이고 고독한 감정을 연기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배우로서 마땅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했다.

출처:쇼박스

-극 중 단종의 먹는 연기 장면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에서 단종 이홍위가 심적 변화를 느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극복해 나가게 된다. 그래서 이번 배우님의 연기는 잘 먹는 연기였을 것이다. 해당 장면을 연기한 소감은?

연기를 떠나 밥이 너무 맛있었다.(웃음) 그런데 몸이 안 받는 상태에서 밥을 먹다보니 모고 개워내는것을 반복해야 했다. 개인적으로 다슬기국을 먹을때 염분히 확 들어오니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웃음) 개인적으로 먹는 연기는 참 뭉클하게 다가왔고, 이 작품을 했기에 고봉밥도 먹을수 있었다고 본다.

-극 중 상황에 따라 목소리 톤을 세밀하게 변화시켰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단종의 변화하는 내면을 목소리에 담고 싶었다. 극 초반, 수양대군에게 압도당하고 두려움에 떨 때는 호흡을 많이 섞어 공기가 새 나가는 듯한 불안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영월에서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고, 비로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결단력이 생기는 후반부에는 호흡을 줄이고 소리를 직선으로 내뱉으려 노력했다. 중심이 잡힌, 한 명의 군주로서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발성 연습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유해진(엄흥도 역) 배우와의 호흡은 어떠했나? 대선배라 긴장도 됐을 텐데...

해진 선배님은 현장에서 때로는 형 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선배님의 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저절로 감정이 잡힐 정도로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특히 내가 감정을 쏟아내는 장면이 끝난 뒤, 선배님께서 내 에너지를 느끼고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칭찬해 주셨을 때가 기억난다. 그 순간의 짜릿함과 행복함은 배우 인생에서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출처:쇼박스

-선배 배우 유해진에게 다가가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었나?

특별한 기술이 있다기보다는 진심으로, 자연스럽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다만 선배님만의 작업 방식이 있으시니 그걸 존중하는 게 우선이었다. 예를 들어 선배님이 중요한 감정 신을 앞두고 혼자 중얼거리며 집중하고 계실 때는 절대로 방해되지 않게 멀리 지켜봤다. 그러다 비교적 가벼운 장면을 찍는 날이나 쉬는 시간에 조금씩 말을 걸며 다가갔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선배님과의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촬영장 밖에서 두 사람이 나눈 특별한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한번은 분장차에서 촬영 현장까지 2km 정도 되는 산길을 선배님과 함께 걸어간 적이 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선배님이 걷자고 하셔서 따라나섰다. 그때 군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돈 관리 방법 같은 정말 소소하고 인간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 걷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대사를 맞춰보기도 하고,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산책길이 영화 속 우리 둘의 호흡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유지태(한명회 역) 배우와 대립하는 장면에서의 에너지가 폭발적이었다.

그 장면에 들어가기 직전, 머릿속으로 딱 한 가지만 생각했다. '더 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단종의 처절한 마음이었다. 유지태 선배님이 내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기운이 정말 대단했지만, 그 두려움을 뚫고 단종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다는 간절함이 원동력이 되어 선배님의 에너지 앞에서도 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처:쇼박스

-본인의 강점으로 늘 꼽히는 '눈빛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눈빛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마다 '내가 그것밖에 보여줄 게 없나' 싶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눈빛이 나만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믿기로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대사를 많이 내뱉기보다는, 침묵 속에서 눈빛 하나에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전달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단종의 고독과 군주로서의 존엄이 관객들에게 전달됐다면, 내 눈빛이 제 역할을 다한 게 아닐까 싶다.

-워너원 멤버들과의 재회와 응원이 큰 화제가 되었다. 팬들도 반가워했다.

최근 리얼리티 촬영을 위해 오랜만에 멤버들과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문득 예전 활동할 때 생각도 나고 정말 울컥하더라.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늘 한곳에 연결되어 있다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오늘 VIP 시사회에도 시간 되는 멤버들이 모두 응원 오기로 했다. 멤버들의 존재는 나에게 언제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다.

-배우 박지훈이 꿈꾸는 다음은 무엇인가?


나는 미래의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에서 재미를 느끼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이다.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하고 부딪히고 싶다. 물론 앨범 활동을 기다려주시는 분들도 많기에 가수의 길도 늘 마음 한편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연기든 노래든 박지훈의 새로운 모습을 계속해서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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