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천체에 생명체 살까…유로파 클리퍼, 29억km 날아간다

곽노필 기자 2024. 10. 1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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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하고 있는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에서 평균 7억7천만km 떨어져 있는 목성의 얼음위성 유로파를 탐사할 우주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가 5년 반에 걸쳐 총 29억km에 이르는 장대한 우주여행을 떠난다.

나사(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는 유로파 클리퍼를 이르면 14일 오후 12시6분(한국시각 15일 오전 1시6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유로파 클리퍼는 달을 제외하고 행성이 아닌 특정 위성만을 탐사하는 최초의 우주선이다.

50억달러를 들여 제작한 유로파 클리퍼는 나사의 역대 행성 탐사선 가운데 가장 큰 우주선이다. 지구∼태양 거리의 5배나 되는 먼 거리에서 햇빛으로 동력을 얻기 위해 너비 30m나 되는 커다란 태양전지판을 달았다.

유로파 클리퍼 우주선을 탑재한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 로켓이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대에 기립해 있다. 미 항공우주국 제공

지구의 달보다 약간 작은(지름 3130km) 유로파는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다. 15~25km의 두터운 얼음 표면층 아래에 염분이 많은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유로파 내부에 일으킨 마찰열이 얼음을 녹여 지하 바다를 만들었을 것으로 본다. 바다의 깊이는 60~150km, 바닷물의 양은 지구의 2배를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유로파에서는 산소도 생성되고 있다. 목성 탐사선 주노가 보낸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로파 표면에서 하루에 약 1천톤의 산소가 생성되고 있다. 다만 산소 생성 방식은 지구와 크게 다르다. 지구에서는 박테리아와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지만, 유로파에서는 우주에서 날아온 하전 입자가 얼음 표면층에 부딪히면서 얼음물을 수소와 산소 분자로 분해한다.

2022년 9월29일 목성 탐사선 주노가 유로파를 근접비행하면서 찍은 사진. 미 항공우주국 제공

4년간 25km 거리까지 49번 근접비행

과학자들은 얼음 지각 틈 사이로 분출돼 나오는 물 입자를 분석하면 두터운 얼음 아래 바다 속으로 직접 가지 않고도 생명체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다고 유로파 클리퍼의 주된 임무가 생명체를 찾는 것은 아니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탐사선에는 이를 위해 카메라, 분광계, 자력계, 레이더 등 9가지 과학장비가 탑재돼 있다. 우주선이 총 80만km에 걸친 근접비행을 하는 동안 레이더는 지하 바다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력계는 바다의 깊이와 염도를 측정하며, 질량 분석기는 얼음 틈으로 솟아오르는 물기둥의 구성을 파악한다.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 4월 목성 궤도에 도착한다. 이후 4년여에 걸쳐 약 3주에 한 번씩, 총 49번에 걸쳐 유로파를 근접비행하면서 탐사 활동을 한다. 유로파 표면 25km까지 접근해 고해상도 관측을 수행한다.

유로파는 15~25km의 두터운 얼음 표면층 아래에 염분이 많은 물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나사 동영상 갈무리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정의 바뀔 가능성?

탐사 활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목성의 자기장이다. 목성에서는 지구보다 2만배나 강한 자기장이 회전하면서 대전된 입자를 포획하고 가속하여 방사선을 생성한다. 나사는 방사선으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선 위에 둥그런 보호판을 씌우는 한편 유로파 클리퍼가 방사선이 많은 지역에 오랜 시간 머물지 않도록 비행 궤도를 조정했다.

나사는 발사에 앞서 기념 행사의 하나로 유로파 클리퍼에 자신의 이름을 태워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말까지 한국(1만9천명)을 포함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총 262만명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보냈다. 이들의 이름은 마이크로칩에 담겨 우주선에 실렸다.

유로파가 생명체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거주 가능 영역에 대한 정의가 바뀔 수도 있다. 현재 거주 가능 영역은 표면 물이 있을 만큼 별의 따뜻한 빛에 충분히 가까운 대기로 둘러싸인 세계만을 가리킨다. 하지만 유로파의 바다가 거주 가능한 공간이라면, 생명체는 별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나사 과학담당 부국장을 맡았던 토마스 주르부헨(천체물리학) 박사는 사이언스에 “유로파가 생명체에 적합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 다음 임무는 유로파에서 생명체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중심 세계관을 뒤흔든 ‘갈릴레이 위성’

1610년 갈릴레이는 유로파를 포함한 목성의 4대 위성을 발견함으로써 ‘지구가 우주의 유일한 중심’이라는 기존 세계관을 뒤흔들었다.

천동설이 지배했던 당시 갈릴레이의 발견은 태양계에서 처음으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도는 위성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었다. 일명 ‘갈릴레이 위성’으로도 불리는 4대 위성은 목성과의 거리 기준으로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순서로 목성을 공전한다.

400년이 흐른 지금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에서 다시 한 번 세계관을 흔들 만한 발견을 할 수 있을까? 제트추진연구소의 로리 레신 소장은 사이언스에 “우주에서의 우리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꿨던 유로파가 클리퍼 덕분에 다시 한 번 그런 일을 한다면 멋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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