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민라이더스쿨, ‘AI기술’과 ‘교육’으로 만든 라이더 안전 전진기지

노동자의 안전 보장이 시대적 요구로 부상하면서 많은 기업이 바짝 긴장하는 가운데, 안전교육 인프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주목받는 곳이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들어설 ‘배민라이더스쿨’은 배달의민족이 총 270억원을 투입해 2025년 11월 정식개관을 앞두고 있는 이륜차 전문 교통안전 교육기관이다. 초보부터 숙련자까지 포괄하는 실습형 라이더 전문 교육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실제 이륜차 주행환경을 반영해 현장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안전 주행 역량, 태도 등을 습관화하도록 돕는다. 하남 배민라이더스쿨은 일찍이 업계 최초로 라이더 전문 교육기관으로 출발했던 남양주 배민라이더스쿨의 최신 확장판으로, 배민의 라이더 안전에 대한 의지와 포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음식 배달이 일상화되면서, 실시간으로 도로를 주행해 배달하는 라이더의 안전 확보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임이 여러 사례로 확인되고 있다. 해외 도시 사례를 보면, 중국 청두에서 특정 기간 동안 하루 평균 1명꼴로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미국 뉴욕에서 라이더의 상당수가 업무 중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경험 했다는 결과도 있다. 국내 역시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의 라이더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사고 경험 응답이 과반을 넘는 등 체감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 안전 지식 부족과 습관 미형성이 핵심 리스크로 꼽히고, 주행 중 배차 콜 선점 및 수락과정에서의 전방 주시 태만 문제 역시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리스크들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안전 확보의 관건이다.
라이더 안전과 관련해서 이중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여 리스크를 하나씩 제거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첫 번째 방어막은 AI를 활용한 자동 배차 방식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20년 업계 최초로 라이더 대상 AI 배차를 도입, 실제 사고율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자동화된 배차 시스템은 기상, 도로 상황, 라이더의 위치, 주행환경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적절한 주문을 라이더에게 배차하여 과속 유인을 낮춘다. 또한 라이더가 주행 중 다음 주문을 일일이 찾고 선택하는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전투콜을 비롯한 운행 중 스마트폰 조작이 자연스럽게 차단되어 사고확률이 줄고, 더 나아가 산재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배달의민족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AI 자동배차로 사고 위험을 최대 130% 줄였으며, 특히 신규 라이더의 전체 사고가 93.3% 감소하여 운전에 미숙하고 사고 위험이 높은 신규 라이더들에게 특히 도움이 됐음을 증명했다.
두 번째 더 강력한 방어막은 라이더스쿨을 통한 안전 교육이다. 안전 운전 습관 미형성과 안전 지식 부족이 사고의 원인인만큼, 배민라이더스쿨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지식을 반복적으로 습득함으로써 도로·빗길 등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고, 더불어 실제 도로환경을 적용한 공간에서의 실습형 교육으로 안전 행동 표준을 습관화 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실제 현장에서의 라이더들이 겪는 어려움, 애로 사항을 반영해 교육프로그램이나 방향을 개선하여 현실적이고 수요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요컨대 기술적 안전 조치로서 자동 배차가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물리적 안전 조치로서 라이더스쿨을 통한 안전교육이 실제 라이더들의 인식과 태도, 행동을 바꿔 사고 위험을 빈틈없이 막는 ‘이중 안전 시스템’ 인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오프라인 안전 시설에 직접 재정을 투입해 특정 업종의 안전을 지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글로벌로 보면, 대체로 온라인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머문다. 예를 들어 글로벌 배달앱인 우버 이츠(Uber Eats)는 라이더들에게 배달 안전 페이지와 교육 영상을 제공하는데 그친다. 동남아의 그랩(Grab)의 경우, 운전자 안전 코스와 관련 정책 교육을 오프라인으로 제공하지만 상당금액의 교육 이수 비용이 부과 돼 라이더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쉽지 않다[4]. 싱가포르에선 배달앱 딜리버루(Deliveroo)가 오프라인 방어운전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으나, 이 역시 일회성으로, 배민과 같이 상설 시설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안전 교육을 제공하는 형태와는 결이 다르다.
‘안전’은 인식 및 태도, 행동의 변화 뿐만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인프라와 기술 혁신이 함께 수반돼야 하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나 법, 제도 외에도 관련 산업에 속해있는 기업의 의지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배달의민족 라이더 안전 관련 정책 및 교육 시스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런 자체적인 노력은 내부 라이더 안전 개선, 넓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배달문화, 지역사회와 배달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는 내부 인력만을 위한 복지에서 나아가 시민 인식 개선, 산업 전체의 신뢰도 제고를 염두해 둔 사회적 투자임이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순환의 설계다. 배달의민족과 같이 기업의 자발적인 안전 투자가 효과를 내고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책임 있는 투자에 긍정적 피드백과 지속적 관심을 줄 필요가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나섰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면, 다른 기업들은 그 선례를 따르고, 그 축적이 곧 문화가 된다. 안전한 운행이 업계의 ‘기본값’이 되면, 그 효과는 우리 사회 모두가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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