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이사장 "수원 특화 마이스 발굴 등 노력 성과"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제5대 이사장이 16일 센터 내 사무실에서 중부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건물을 빌려만 주는 건 누구든 할 수 있어요. 그러려면 제가 있을 필요가 없죠."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제5대 이사장은 컨벤션센터의 의미를 설명하기에 앞서 이 같이 운을 뗐다.

지난 2022년 9월 20일 이사장 임기를 시작한 이 이사장은 수원컨벤션센터를 ‘경기남부권역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travel, convention, exhibition and event)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는 수원 토박이인 데다 수원에서만 공직생활을 40년 이상 한 ‘수원 전문가’이기도 하다.

16일 이 이사장을 만나 수원컨벤션센터의 역할과 성과를 들어봤다.

-이사장에 오른 지 2년이 돼 간다. 어떤 부분에 역점을 뒀나.

이사장으로 오기전에는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항상 적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사장 임기를 시작하면서 풀리기 시작했고, 2022·2023년 2년 흑자를 냈다. ‘돈 먹는 하마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었다’는 농담을 듣곤 한다. 2년 연속 흑자를 낸 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회의를 유치하고 대관을 적절하게 배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수원에 특화된 마이스를 발굴하고 새로운 학술·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수원에 삼성전자가 있으니 반도체 관련 전시를 하나에서 세 개로 늘렸고, 세계문화유산 화성 포럼도 지속적으로 이끌어 왔다.

-수원에서만 40년 넘게 공무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눈에 띈다.

1977년 6월 1일 팔창동사무소를 시작으로 2017년 12월 31일 권선구청장까지 공직 생활을 했다. 그중 평동장을 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인생이 바뀌었다. 정말 열심히 했고 아직도 주민들과 교감하며 지낸다. 20년 전 평동은 시끄러운 비행기와 음식물 쓰레기장이 있고 취약계층도 많아 수원에서 어려운 동네 중 하나였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사랑의 119봉사대’를 기획했다. 혼자 식사하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반찬을 선물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의 지원 없이 주민들과 직원들의 비용으로 일주일에 한 번 50명 정도의 반찬을 만들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주민들이 봉고차를 사주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 표창과, 지방공무원이 제일 받고 싶어 하는 상인 청백봉사상을 탔다.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제5대 이사장이 16일 중부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후 센터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공직생활 명예퇴직 이후 광역의원으로도 활동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서수원의 현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주변에서 나를 도의원으로 추천해 줬다. 솔직히 공천을 받을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고민이 됐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사람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의원으로 나가게 됐다.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소방 업무를 했는데, 조례를 하나 대표 발의했다. 불이 났을 때 불에 타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연기에 의해 죽는데, 이걸 막기 위한 마스크를 공공기관에 설치하는 조례를 냈다. 이 조례로 인해 지금은 모든 공공기관에 마스크가 배치돼 있다.

-다양한 경험들이 컨벤션센터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

수원시에서 일반 공무원을 시작으로 팀장, 동장, 과장, 국장, 구청장까지 거친 뒤 4년 동안 도의원을 했다. 초·중·고등학교도 다 수원에서 나왔다. 그동안의 공무원 경력과 도의원 경력, 인적 네트워크가 업무를 하거나 행사를 유치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한국전시장운영자협회 제17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한국전시장운영자협회에는 15개의 회원사가 있다.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번 모여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 지역 컨벤션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중앙정부에 건의할 내용도 논의한다. 그동안 코엑스, 킨텍스, 벡스코, 엑스코와 같이 큰 곳에서만 회장직을 하다가 수원이라는 작은 곳에서 회장을 하게 된 건 내가 처음이다. 지방 컨벤션센터는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부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제5대 이사장이 16일 중부일보 취재진과 인터뷰 후 센터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올해 수원컨벤션센터에선 어떤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가.

올해 6월 27일부터 미술품을 파는, 아트페어를 한다. 원래 서울의 코엑스에서만 하고 (지역으로) 안 내려왔는데, 이걸 처음으로 수원에 유치했다. 또, 12월 2일부터 세계 유네스코 미래교육 포럼을 여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한다. 193개의 유네스코 위원장들이 오는데, 수원보다 10배가 큰 일산 킨텍스와 수원 중 수원이 선정됐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북키즈콘’ 행사도 작년에 이어 올해 9월 진행된다. 이 행사는 작년 한국관광공사 공모 사업에서 전국 1등을 했다.

-지역과 컨벤션센터는 어떤 관계인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컨벤션센터는 수원의 랜드마크다. 하지만 건물만 랜드마크이면 안 되고 그 기능을 해야 한다. 컨벤션의 효과는 지역 경제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100억 원을 번다면 100억 원의 13배가 수원 지역 경제에 퍼진다. 예를 들어, 4일 동안 하는 행사에 전국에서 1천 명 정도가 왔다. 그 사람들이 수원에서 자고 먹어야 하는데 지역 경제 효과가 대단하지 않겠나. 그게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아니지만 결국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또 수원화성도 구경할 수 있으니 지역 관광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컨벤션을 우리가 수동적으로 생각하면, 대관 문의가 왔을 때 빌려주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컨벤션은 시민과 함께 어울리며 적극적으로 가야 한다. 컨벤션 건물만 갖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 살아 있어야 한다. 빌려만 주는 건 누구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다.

-지역 컨벤션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컨벤션센터는 지역과 상생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전국에 컨벤션이 10개 더 늘어날텐데 그러면 점점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그 이전에 수원에 맞는, 수원에 특화된, 수원시민들과 밀접한 전시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 걸 10년, 20년 잘 유지하면 다른 지역에 컨벤션센터가 생겨도 수원만의 개성을 빼앗기지 않는다.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제대회를 유치해 도시 마케팅까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현수 기자

이필근 수원컨벤션센터 이사장 프로필

2023.06~ 한국전시장운영자협회 제17대 회장
2022.09~ 수원컨벤션센터 제5대 이사장
2018~2022 경기도의회 의원
2017 ~2017 수원시 권선구청장2015~2017 수원시 일자리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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