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으며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절제에 깃든 품격과 품위를 이른 말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와 ‘조선경국전’에 나오는 말로 백제와 조선의 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검이불루 화이불치’는 명품과는 무관하게 기품이 배어나오는 사람을 뜻한다. 사는 곳이 중심 도시가 아닌 지역이어도 그 나름의 철학과 존재 이유를 견지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임희정 작가가 광주예술의전당에서 8일부터 6월 7일까지 펼치는 전시 주제가 ‘검이불루 화이불치’다. 직선과 곡선, 선과 면이 만나 이루는 세계를 시각화해온 임 작가의 작품 세계와 상통되는 부분이다.
이번 전시에서 임 작가는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토대로 선택과 시간, 삶의 균형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다. 전시에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작가가 제안하는 색채 개념인 ‘파비드’.
‘Path9-1’
부드러운 파스텔과 선명한 비비드가 결합해 환기하는 조화로움이다. 선은 삶의 흐름을, 색은 그 안에 깃든 감성과 시간의 온도를 은유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선을 견지하면서도 고유한 미적 감각을 드러낸다.
임 작가는 “다소 주제가 무거워 보일 수 있으나 오늘의 시대 되새겨봄직한 글귀를 차용했다”며 “전시를 통해 저마다의 삶 속에 드리워진 균형과 심미적 아름다움을 떠올려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남대 미대를 졸업한 임 작가는 다수의 개인전을 비롯해 광주미술협회전, 에뽀끄 7인 현대작가 초대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