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통해 고윤정은 다시 한번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를 증명했다. 톱스타 여배우 ‘차무희’로 분한 그는 화려함과 불안, 자기 통제와 감정의 균열을 오가는 연기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고윤정이 있기까지, 출발선은 늘 조용했다.


고윤정의 생애 첫 오디션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었다. 조여정의 딸이자 최우식의 과외학생 ‘다혜’ 역. 그는 최종 후보까지 올랐고,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조여정과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이 경험은 방향을 바꿨다. 연기를 ‘해볼까’가 아니라 ‘해야겠다’로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연기 전공자는 아니었다.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시절, 선배의 권유로 찍은 사진이 대학생 잡지 대학내일 표지(771호)에 실리며 인생의 갈림길이 열렸다. 러브콜은 쏟아졌지만 처음엔 모두 고사했다. 결국 “안 해봐서 그렇다. 해보라”는 현 소속사 대표의 말에 휴학을 결정, 모델 활동과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연기 학원비에 쏟아부었다. 하루 다섯 편씩 영화를 보며 ‘도장 깨기’처럼 연기를 공부했다.


이후의 행보는 빠르면서도 단단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로 첫 인상을 남긴 그는 <스위트홈>에서 묵묵한 치료사 ‘박유리’로 대중의 시선을 붙들었다. ‘전설의 프로필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화면 속 연기는 보정 논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이후 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 신비로운 여주인공 ‘진부연’으로 몰입도를 끌어올렸고, 이정재 감독의 영화 <헌트>로 스크린 데뷔까지 완수했다. 결정타는 디즈니+의 <무빙>. 초능력자 ‘장희수’로 펼친 17대1 액션과 감정의 파고는 “고윤정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낳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 시니컬한 일상 연기와 설렘의 멜로 눈빛을 오가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그리고 2026년, <이 사랑 통역 되나요?>로 어느날 갑자기 톱스타가 된 차무희의 내면를 섬세하게 번역해내며 정점에 섰다.

이제 고윤정의 이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 스포트라이트보다 과정으로 증명해온 이 배우가 다음에는 어떤 얼굴로 대중 앞에 설지, 자연스레 기대가 모인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