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박박 씻었을 뿐인데..." 망해가던 석재회사 월 매출이 1억 뛴 사연

[땅집고] 온양석산에서 근무하는 김명성 대리가 빨간 고무대야에 자갈을 한가득 담아 박박 씻고 있다. /온양석산 인스타그램

[땅집고] “감사하게도 평소에 나오던 매출보다 30% 이상은 뛴 것 같고…”

꾀죄죄한 작업복을 입은 한 남성이 본인 몸집만한 빨간색 고무 대야에 자갈을 와르르 쏟아 붓는다. 그리고선 물줄기가 흐르는 수도꼭지 아래 대야를 두고, 자갈을 박박 문질러 씻는다. 하도 열정적으로(?) 돌을 씻다보니 옷이 다 젖어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자갈이 깨끗해질 때까지 여러 차례 세척 작업을 반복한다.

대사 한 마디 없는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930만회를 돌파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상에 출연한 남성은 충남 아산시 소재 석재회사인 ‘온양석산’에서 근무하는 김명성 대리. 온양석산은 원래 다채로운 무늬를 자랑하는 조경용 석재인 온양석을 주로 판매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석재회사에서 근무하는 김 대리가 자갈을 씻는 영상까지 제작하게 됐을까.

[땅집고] 온양석산이 판매하는 조경석이 공터에 쌓여 있다. /온양석산 블로그

2022년 하반기부터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이 계기가 됐다. 김 대리에 따르면 조경석은 건설 경기에 따라 매출이 크게 좌우되는데, 온양석산 역시 평소보다 매출이 30% 정도 급감했다고 한다. 직원들 월급을 줄 돈까지 부족해졌을 정도다.

[땅집고] 온양석산에 근무하는 김명성 대리가 자사 조경석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온양석산 인스타그램

그러자 김 대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2년간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 활동에 나섰다. 화제가 된 자갈 씻는 영상을 비롯해, 온양석산의 다양한 조경석 제품들을 소개하고 직접 가공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들을 꾸준히 만들었다. 대부분 콘텐츠가 매번 90도로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온양석산의 김명성 대리입니다!’라는 힘찬 인사로 시작한다.

이런 김 대리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올리는 영상마다 조회수가 평균 수십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온양석산 제품들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 당초 온양석산은 20kg 단위로만 돌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소량 구매를 원하는 일반인까지 생겨나면서 판매 지침도 바꿨다. 그 결과 하향세던 매출이 상승 곡선을 타면서 평소보다 30% 가까이 뛰었다. 김 대리에 따르면 월 매출이 1억원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땅집고] 온양석산이 1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애완돌 제품. /SBS캡쳐

한 네티즌이 댓글로 ‘요즘 반려돌이라는 게 유행이다’라는 의견을 남긴 것도 기업이 유명세를 타는 데 영향을 줬다. 반려 대상으로 식물이나 강아지·고양이 등 동물 대신 돌을 키우면서 깨끗이 닦아주고 옷을 입혀주는 등 교감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 온양석산 측은 댓글을 참고해 1만원짜리 반려돌 상품 제작에 나섰는데, 판매 시작 40초만에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온양석산 측은 팬들의 호응에 화답하기 위해 반려돌 판매 금액을 기부하는 선행도 보이고 있다. 김 대리는 언론을 통해 “매출이 계속 하향세였는데 이 추세가 반전됐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돌이 꾀죄죄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기 때문에 세척을 열심히 하고, 건조를 시킨 돌을 예쁘게 포장해서 둥지에 담아 보내드리고 있다”며 “고객분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차원에서 기부도 하고 있는데, 여러분 마음에 남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