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라면 이제 지긋지긋해.." 명절음식 준비하던 며느리가 문을 박차고 나온 이유

결혼 6년 차, 명절만 되면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산다. 시댁에 도착한 순간부터 다음 날 오후까지 부엌에서 나오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올해도 똑같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 추석, 나는 처음으로 부엌 문을 박차고 나왔다.

전 다섯 접시, 잡채 두 냄비

시어머니는 예전부터 음식 욕심이 유난했다. 차례상에 올릴 것도 아닌데 동그랑땡을 한 소쿠리씩 부치고, 잡채는 늘 두 냄비씩 했다. 갈비찜은 김치통 가득 채워도 모자라다며 자꾸 더 재웠다.

먹을 사람은 시부모님과 남편, 나뿐인데 명절이 끝나고도 냉동실엔 늘 뭔가가 가득했다. 시어머니조차 냉동실에 뭐가 얼마나 들었는지 정확히 모르실 정도였다. 올해는 유학 갔던 막내 시동생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이유로 평소보다 재료를 더 많이 사들이셨다.

손목에 파스 붙이고 전을 붙이다

명절 전날 아침부터 부엌에 서서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몇 시간째 허리 한 번 못 펴고 기름 앞에 앉아 있는데, 팔목이 저려와 잠깐씩 손을 털어야 했다.

그 모습을 지나가던 시동생이 보고 걸음을 멈췄다. "형수님, 왜 혼자 이걸 다 하고 계세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시동생은 앞치마를 가져와 옆에 앉더니 직접 전을 뒤집기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놀란 얼굴로 부엌을 내다보셨다.

며느리 혼자 감당하던 명절

시동생은 전 부치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이거 다 형수님 혼자 하는 거예요? 형은 뭐 해요?" 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던 남편이 그제야 슬그머니 일어나 부엌 쪽을 쳐다봤다.

시어머니는 원래 며느리가 하는 거라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뒤집개를 조리대에 내려놓고 앞치마를 풀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부엌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버렸다.

시어머니도, 남편도 아무 말을 못 했다. 시동생만 혼자 전을 뒤집으며 "형수님 좀 쉬세요, 저 혼자 해도 돼요" 하고 웃었다. 그날 저녁, 남편이 조용히 다가와 그동안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명절이 지나고도 그 말은 며칠째 마음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