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가 필요 없는 일본의 오토매틱 샤프 3
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책을 읽거나 기록하는 일이 더 멋있다고 여기는 ‘텍스트 힙’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가 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74.5%에 달했으며, SNS에는 ‘필사’와 ‘일기쓰기’ 등 기록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넘쳐난다.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필기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필기구 중에서도 샤프는 편리함을 목표로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일반적으로 샤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단의 뚜껑 부분인 노브를 꾹 눌러야 하며, 이렇게 샤프심이 나오도록 노브를 누르는 행위를 노크라고 한다. 그런데 노크를 하지 않아도 심이 자동으로 나오는 샤프가 있으니, 바로 ‘오토매틱 샤프’다. 1980년대 독일의 오래된 필기구 브랜드인 파버카스텔에서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샤프 DS75를 출시한 이후로 문구류 강국인 일본에서도 오토매틱 기술을 적용한 샤프들이 여럿 등장했다. 실용적인 기능으로 필기의 질을 높여줄 일본의 오토매틱 샤프 3종을 소개한다.
혁신적인 기술력
미쓰비시연필의 유니 쿠루토가 다이브
샤덕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쿠루토가 라인업. 그중에서도 쿠루토가 다이브는 미쓰비시연필의 혁신적인 기술력이 집약된 하이엔드 샤프다. ‘빙글빙글’을 의미하는 일본어 ‘쿠루쿠루’와 ‘뾰족해진다’라는 뜻을 가진 ‘토가루’가 결합한 ‘쿠루토가’라는 이름처럼 심이 360도 균일하게 마모되어 뾰족하게 유지할 수 있다. 촉이 종이에 닿지 않아도 심이 자동으로 배출된다는 점에서 다른 오토매틱 샤프들과 차별화된다. 더불어 심 배출 길이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레귤레이터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고급스러운 우드 배럴
파이롯트의 S30
파이롯트의 S30은 S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이었던 S20을 기반으로 오토맥의 매커니즘을 탑재한 모델이다. 필기할 때 파이프가 자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따로 노크를 하지 않아도 심이 일정한 길이를 유지한다. 사용 후에 노브를 누르면 촉이 안으로 들어가 수납도 가능하다. 금속이 아닌 우드로 되어 있는 부드러운 유선형의 배럴이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나무 질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블랙, 브라운, 다크브라운, 딥레드의 네 가지 컬러로 구성되어 있다.
부러지지 않는 심
펜텔의 오렌즈 네로
쿠루토가 다이브가 미쓰비시연필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오렌즈 네로는 펜텔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이탈리아어로 네로(nero)는 블랙을 의미한다. 무광의 블랙 컬러와 12각 배럴이 세련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심이 줄어듦에 따라 파이프가 슬라이드되며 심을 보호하기 때문에 가는 심도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립부의 2/3 지점에 무게중심을 둔 저중심 설계로 손에 피로가 덜 가도록 설계되었다. 다만, 종이 긁힘이 있는 편이라 길들여 써야 할 필요가 있다.
ㅣ 덴 매거진 Online 2024년
에디터 조윤주(yunjj@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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