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관왕’ 클레보부터 ‘13초’ 만에 쓰러진 린지본까지…희비 엇갈린 올림픽 영웅들

유새슬 기자 2026. 2. 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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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네스 클레보.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미국의 일리야 말리닌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는 유독 세계적인 스타들의 우여곡절이 많았다. 역사적인 다관왕에 오른 선수부터 대기록 눈앞에서 쓰러진 선수까지, 올림픽 영웅들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했다.

이번 대회 최고 스타는 단연 남자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요한네스 클레보(노르웨이)다. 클레보는 개인전, 단체전 등 모든 종목을 석권해 무려 6관왕에 오르며 동계올림픽 단일 대회 사상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8년 평창 대회부터 총 3번의 올림픽에서 11개 금메달을 목에 건 클레보는 역대 동계올림픽 최다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클레보는 마지막 경기인 매스스타트를 마치고 “6개 종목을 모두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여전히 즐겁고 언제나 메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싸울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월드 스타’는 일리야 말리닌(미국)이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의 신으로 불리는 말리닌은 단체전에서 50년 간 금단의 기술이었던 백플립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를 단숨에 집어삼켰다. 미국 대표팀에 단체전 금메달을 안기더니 개인전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져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역시 쿼드러플 점프에 백플립까지 성공, 1위로 출발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2번이나 넘어지고 고난도 점프를 연달아 실패해 최종 8위로 주저앉았다. 외신들은 “올림픽 피겨 역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했다. 말리닌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연기를 시작하기 직전에는 내 인생의 모든 트라우마 경험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감당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말리닌은 22일 갈라쇼에서는 다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다관왕 후보로 꼽혔던 프리스타일 스키 스타 구아이링(중국)은 빅에어와 슬로프스타일에서 모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대치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았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평가하는) 이번 대회 성적은 은메달 2개를 딴 것인가, 금메달 2개를 놓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여성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라고 응수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에서 빅에어와 하프파이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르고 슬로프스타일 은메달을 딴 구아이링은 이미 여성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최다 올림픽 메달(5개)을 가졌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구아이링은 4년전 베이징올림픽에 중국 국적으로 나서 활약, 광고료 등으로 떼돈을 벌고 미국에서 생활한 뒤 다시 올림픽에는 중국 국적으로 나서 그 정체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도 많다. J.D.밴스 미국 부통령의 저격에도 “내가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면 나를 그렇게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클로이 김(미국)의 스노보드 최초 올림픽 3연패 도전은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였다. 지난 달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지만 여자 하프파이프 출전을 단행한 클로이 김은 예선 1위로 변함없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결선에서 최가온에게 금메달을 내줘야 했다. 재미교포인 클로이 김은 자신을 우상으로 따르던 최가온과 돈독한 관계다. 최가온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도, 자신의 은메달이 얼마나 값진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은 41세 4개월로 최고령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에 도전했다. 하지만 여자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에서 13초 만에 넘어져 긴급 이송되며 무산됐다. 왼쪽 다리 골절로 4번의 수술을 받은 본은 미국에서도 추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 본은 숱한 부상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불사조’다. 이번 대회 직전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도 보호대를 차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또다시 불의의 부상을 입었으나 본은 “다시 한번 산 꼭대기에 서는 순간을 고대한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시상대에 오르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미국 클로이 김. 연합뉴스
린지 본. AFP연합뉴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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