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 쏟아부었는데… 직원도 사용않는 메타버스 [WEEKLY BIZ]

성유진 기자 2022. 11. 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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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회의론’ 딛고 성공할까

메타(옛 페이스북)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총괄하는 비샬 샤 부사장은 지난 9월 내부 게시판에 “우리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호라이즌(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그다지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 사용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글을 올렸다. 직원들조차 메타버스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표현한 것이다.

작년 10월 사명까지 바꾸며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메타가 안팎으로 ‘메타버스 회의론’에 휩싸였다. 지난 1년간 메타버스 기술에 100억달러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사용자 확대는 지지부진하고 손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를 “인터넷 클릭처럼 쉽게 시공간을 초월해 멀리 있는 사람과 만나고 새로운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다음 단계”라고 말했지만, 메타버스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가상현실 플랫폼을 배경으로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

◇직원들도 안 쓰는 메타버스

메타의 지난 3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인 44억달러에 불과하다. 가장 큰 수익원인 광고 시장 침체도 문제지만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 부문의 적자가 이익을 크게 갉아먹었다. 작년 한 해 리얼리티 랩스 부문은 102억달러 적자를 냈고, 올해 역시 3분기까지 누적 9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외형적인 성장조차 멈췄다는 점이다. 리얼리티 랩스 매출은 작년 23억달러에서 올해 14억달러(3분기 누적)로 오히려 감소 추세다. 실적에 타격을 입은 메타는 결국 지난 9일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메타의 메타버스 사업은 크게 플랫폼과 기기 사업으로 구성된다. 사용자들이 메타가 만든 VR(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세계 ‘호라이즌 월드’에 접속해 아바타를 통해 쇼핑과 업무, 소통 등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는 올 연말까지 호라이즌의 월 활성 이용자 수 50만명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 28만명으로 크게 낮췄고, 현재 월 이용자 수는 20만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3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한 것을 비춰보면 오히려 하락한 셈이다. VR 헤드셋은 플랫폼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구매 고객 절반 이상이 6개월 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장시간 착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그러자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내부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지난 5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가 메타 직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8%만이 회사의 메타버스 전략을 이해한다고 답변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익명의 내부 직원들을 인용해 “일부 직원들은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마크 저커버그를 행복하게 하다(make Mark happy)’의 약어인 ‘MMH’라고 부른다”고 보도했다. 올해 저커버그 CEO가 각 팀에 호라이즌 워크룸(가상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라고 요청했는데, 많은 직원이 VR 헤드셋을 아직 사지 않았거나 호라이즌에 연결 설정을 해놓지 않아 허둥지둥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데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메타 주식 200만주를 보유한 헤지펀드 알티미터캐피털은 메타에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투자를 연간 50억달러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브래드 거스트너 CEO는 지난달 공개 서한을 보내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한다”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1000억달러(연간 100억달러씩 10년간 투자) 이상의 투자는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거대하고 끔찍하다”고 했다.

◇내 갈 길 간다는 메타

실리콘밸리 경쟁자들도 메타버스 회의론을 쏟아내고 있다.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의 에번 스피걸 CEO는 지난달 한 콘퍼런스에서 메타버스를 ‘컴퓨터 안에 사는 것’으로 정의한 뒤 “사람들이 긴 하루를 마치고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매우 애매모호하고 가설적이라 우리는 그 단어를 쓰지 않는다”며 “메타버스의 많은 부분이 현실을 대체하도록 설계되었지만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현실 세계를 사랑하고 친구들과 직접 함께 있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CEO도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기술이든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그런데 메타버스가 뭔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메타가 주력하는 VR 기술에 대해서도 “분명 특정 목적으로는 쓰임새가 있지만 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고, 평생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스냅이나 애플은 VR 기술보다는 현실 세계에 기반한 AR(증강 현실)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미래의 대세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지난 6월 퓨리서치센터가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연구원 등 624명에게 “2040년쯤엔 메타버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해 5억명 이상의 사람에게 일상생활의 일부가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와 ‘아니다’가 각각 54%, 46%로 나왔다.

메타의 메타버스 서비스 '호라이즌 월드'. /메타 제공

하지만 메타는 기존 메타버스 전략을 수정하거나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앤디 스톤 메타 대변인은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냉소적이 되는 것은 쉽다”며 “이것을 실제로 구축하는 것은 훨씬 어렵지만 우리는 메타버스가 컴퓨팅의 미래라고 믿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메타는 지난달 내놓은 VR 헤드셋 ‘퀘스트 프로’에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섞은 혼합 현실(MR) 기능을 강화하며 VR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VR 기기에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하는 등 업무용 시장 공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저커버그 CEO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퀘스트 프로를 사용해 가상·혼합 현실에서 일하면 궁극적으로 PC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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