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세월은 못 이기나..힘겨운 시즌 보내는 ‘사이영상 다회 수상’ 왕년 에이스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세월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일까. 리그를 지배하던 왕년 에이스들이 대부분 씁쓸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LA 다저스는 5월 24일(한국시간)부터 뉴욕 메츠와 원정 3연전을 치른다. 시리즈 1차전에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를 선발로 내세운다.
중요한 경기다. 커쇼는 지난 18일 부상 복귀전에서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선발진 부상자가 많은 상황에서 다저스는 팀의 상징과 같은 '전설' 커쇼의 복귀를 기다렸지만 커쇼는 그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제 역할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전설이지만 이제는 빅리그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산 사이영상을 3번이나 수상한 커쇼지만 마지막 전성기는 코로나19 이전이었다. 커쇼가 마지막으로 규정이닝을 투구한 것은 2019년. 벌써 5년 연속 규정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2020-2023시즌에는 그래도 건강이 아쉬웠을 뿐 '건강만 하다면' 성적은 충분히 보장되는 투수였지만 지난해부터는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투수가 됐다. 지난해 7경기 30이닝, 평균자책점 4.50에 그친 커쇼는 올해 평균자책점이 무려 11.25다.
커쇼 뿐만이 아니다. 커쇼와 같은 시대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다른 에이스들도 비슷한 처지다.
역시 사이영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맥스 슈어저(TOR)는 시즌 첫 등판에서 부상을 당해 두 달째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슈어저는 올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1년 1,55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토론토 로테이션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비록 불혹의 나이지만 오히려 커쇼보다 더 건강한 투수였던 슈어저는 최소 3-4선발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첫 등판 이후 오른손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했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허리, 어깨, 햄스트링 등 다양한 부상을 당하며 9경기 43.1이닝 투구에 그쳤던 슈어저는 데뷔시즌 후 처음으로 풀시즌 100이닝 미만을 소화했다. 현재로서는 올해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흐름이다.
또 한 명의 '사이영상 3회 수상자' 저스틴 벌랜더(SF)는 커쇼, 슈어저보다는 나았다. 샌프란시스코와 1년 1,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해 시즌을 시작했다. 현역 통산 최다승(262승) 투수인 벌랜더는 시즌 첫 4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하며 크게 부진했지만 이후 5경기에서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성공시키며 평균자책점 2.76의 안정적인 피칭을 펼쳤고 42세 나이에도 지난해(17G ERA 5.48) 부진을 딛고 반전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벌랜더의 발목을 잡은 것도 결국 부상이었다. 벌랜더는 19일 애슬레틱스전에서 구속이 뚝 떨어지고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부진했고 결국 흉근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14년간 무려 2,970.2이닝을 투구한 '금강불괴' 투수였던 벌랜더였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급격하게 떨어진 내구성 문제가 이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모습이다. 올시즌 10경기에서 52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지만 타선과 불펜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1승도 거두지 못한 불운은 덤이다.
그래도 모두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젊은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여전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도 있다. 바로 1988년생 커쇼와 동갑내기인 제이콥 디그롬(TEX)이다.
통산 2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한 디그롬은 올시즌 10경기에 등판해 58이닝을 투구하며 4승 1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0위, 아메리칸리그 7위의 기록이다. 비록 소속팀 텍사스는 타선 부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승률 0.490)에 그치고 있지만 디그롬은 제 역할을 다 해내고 있다.
무려 4,000만 달러인 연봉에 걸맞는 수치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경기 당 투구 이닝이 6이닝 미만인 이닝 소화력이 조금 아쉬운 것을 제외하면 딱히 흠을 잡을 것이 없는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5년 1억8,500만 달러 계약의 3년차 시즌에야 비로소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텍사스 입장에서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다.
폴 스킨스(PIT), 야마모토 요시노부(LAD), 개럿 크로셰(BOS) 등 젊은 에이스들이 대세 선발투수로 떠오르고 있는 메이저리그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세대 교체가 확실하게 이뤄졌다.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를 상징하던 스타들은 이제 점차 잊혀가는 상황. 과연 사이영상을 몇 번씩 거머쥔 왕년 에이스들이 남은 시즌 다시 한 번 빅리그 마운드를 호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클레이튼 커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드디어 ‘운명의 팀’ 만났나..‘좌타자 친화’ 양키스타디움서 다시 비상하는 벨린저[슬로우볼
- 이러라고 그 돈 주는게 아닌데..기대 이하 성적에 태도 논란까지 불거진 소토[슬로우볼]
- 새크라멘토에 등장한 ‘제 2의 아라에즈’..애슬레틱스 타선 이끄는 루키 윌슨[슬로우볼]
- 터너, 반스 이어 테일러도..다음은 먼시 차례? 한 세대 완전히 저문 다저스[슬로우볼]
- 평범 이하였는데..부상 후 에이스로 급반전? 토미존 수술 후 완전히 달라진 부비치[슬로우볼]
- 역대급 먹튀였는데..성적 급반등한 바에즈, 기량 회복일까 운일까[슬로우볼]
- ‘초특급 투수’일 줄 알았는데..모든 것이 기대 이하였던 사사키 로키[슬로우볼]
- 지표는 문제없는데..지독한 불운? 팀과 함께 추락 중인 러치맨, 반등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 ML 팀 맞아? ‘사상 최악의 팀’ 될 위기 콜로라도, 사령탑 교체로 달라질까[슬로우볼]
- 이정도까지 기대한 적은 없는데..초반 ML 마운드 지배하는 두 30대 베테랑 투수[슬로우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