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압도적 불신임…파업 전운 감도는 KBS

노지민 기자 2024. 10. 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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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교양 팀장단 보직사퇴, 사장 불신임에 쟁의행위 투표 가결
사장 공모에는 전례 없이 적은 4명만 지원…재공모 요구 높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박민 KBS 사장ⓒ연합뉴스

KBS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박민 사장 취임 전부터 그의 '낙하산' 의혹 등을 강하게 비판해온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라 분류되는 KBS노동조합, '탈진영'을 표방하고 있는 KBS같이(가치)노조 등에서 모두 박 사장에 대한 불신임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존 KBS 이사진과 사장을 해임하면서 박 사장이 취임한 지 약 1년 만에 일이다.

KBS본부 쟁의대책위원회는 최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7일 밝혔다. 노조 차원에서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설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이다. KBS에선 사측의 주요 보도·제작 국장 임명동의제 폐지 요구 속에 노사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무단협' 상태가 장기화했다. 이후 KBS본부는 7월 교섭 결렬 선언, 8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쟁의권을 얻었다.

지난 9월23일~10월7일 KBS본부 쟁의대책위가 조합원 2085명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선 투표에 참여한 1754명(투표율 84.12%) 중 1627명, 92.76%가 찬성했다. 같은 기간 KBS노동조합 조합원 대상으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는 89%가 찬성(투표율 74%)했다. KBS노동조합은 조합원의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다. 각 노조의 재적인원 대비 찬성률은 KBS본부 78.03%, KBS노동조합 66%로 과반이다.

박민 사장 신임, 연임 찬반을 묻는 KBS 내부 조사에선 번번이 90% 이상의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KBS같이노조가 지난 9월26일~10월4일 조합원 372명 대상(323명 참여·투표율 86.8%)으로 박 사장 연임 찬반을 묻자, 응답자 93.8%가 반대했다. 경영 능력에 대해선 97.2%, 뉴스·시사 프로그램 공정성에 대해선 95.1%가 부정 평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박민 사장 신임 투표 결과
▲KBS같이노조의 박민 사장 연임 찬반 투표 결과

박 사장 연임 찬반 이유를 물은 주관식 항목에선 129개 답변 중 123개가 반대 의견으로 나타났다.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 공정한 언론보도 콘텐츠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모두 다 낙제” “현 정권 대변인은 필요 없음” “집에 가세요”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줄지었다. 연임에 찬성한다는 6개 답변 중에선 5개가 현 정권 치하라는 불가피성을 언급했다.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진 KBS 사내 집단이 박 사장에 등 돌린 계기는 그의 임기 말 강행 처리된 조직개편안이다. 시사교양국을 폐지해 시사프로그램 제작 기능을 보도본부로 이관하고, 매체별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조직을 통폐합하는 방안이라는 이유로 비판 받아왔다.

특히 시사교양국 폐지는 박민 사장 취임 이래 반복된 제작자율성 탄압 논란들과 맞물려 시사교양PD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다. 지난 2일엔 KBS 제작1본부 팀장단 중 75%에 해당하는 16명이 보직 사퇴하며 “(조직개편안은)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제작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시사교양 분야에선 박 사장 취임 직전부터 갑작스러운 진행자 교체와 프로그램 폐지, 세월호참사 10주기 '다큐인사이트' 불방, '역사저널 그날' 낙하산 MC 논란과 방송 중단 사태가 잇따랐다. 유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보도 조직 대비 시사교양PD들의 항의 강도가 높았고, 조직개편안이 추진되자 이들의 시사 프로그램 제작 기능을 약화시키려한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KBS본부 쟁의대책위는 8일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투쟁 계획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들은 이날 특보에서 “KBS를 용산방송, 땡윤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으로 지켜내겠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확인됐다”며 “박민뿐만 아니라 공영방송 KBS를 장악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려는 모든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KBS 이사회가 공개한 제27대 KBS 사장 지원자 현황은 현재 KBS가 처한 상황과 위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지원자 네 명은 KBS의 박민 사장, 박 사장 체제에서 뉴스를 이끄는 김성진 방송뉴스주간과 박장범 '뉴스9' 앵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라는 것 외에 지원 이유를 찾기 어려운 김영수 전 한화건설부문 부사장 등이다.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인 KBS 사장 공모에 단 네 명이 지원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지난 20대 사장 공모 이래 지원자 규모는 각각 12명(2012년), 30명(2014년), 14명(2015년), 13명(2018년), 11명(2019년), 15명(2021년), 12명(2023년)이다. 통상 공모 시점 기준 KBS 경영진이나 여권에 가까운 이들과 이에 대항하는 진영의 인사가 섞여 있는데, 이번엔 극단적인 소수 인사들만 KBS 사장직에 지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S 안팎에선 여권 이사들이 시민참여단 평가를 배제하고 강행한 사장 선임을 중단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 90여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7일 서울 광화문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모는) 친윤 낙하산'과 '여사 낙하산'끼리 누가누가 KBS를 더 잘 망칠 것이냐를 놓고 경쟁하는 꼴”이라며 지원자들의 지원 철회와 KBS 이사회의 재공모 결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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