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사법리스크 탓"…한국투자증권, 카카오뱅크 평가손실 '속앓이'
카카오뱅크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한국투자증권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서 카카오 계열주들이 잇따라 하락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 2대 주주인 한투증권의 평가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4% 떨어진 2만1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21년 8월 상장 당시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을 때보다 76.8%, 연고점 대비로는 32.9% 하락했다.
한투증권은 현재 카카오뱅크 지분 27.16%(1억2953만3724주)를 보유해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말 한투증권이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와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흩어져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을 모두 넘겨받으면서 지금의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최다출자자(지분율 55.56%)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2019년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통과되면서 은산분리 원칙의 예외가 허용되자 한국금융지주는 카카오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고 한투증권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카카오뱅크 주식 대다수를 양도했다.
이후 한투증권이 카카오뱅크 주요주주로 등장한 것은 2022년 말부터다. 한투증권은 카카오뱅크 주식을 주당 2만6350원씩 총 3조4132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거래에 비춰 이날 카카오뱅크 종가 기준으로 평가차익을 단순 계산해도 68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추산이 나온다.
한투증권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기준 카카오뱅크 보유주식을 장부가액으로 1조9516억원으로 산정했다. 시장가격보다 8000억원가량 낮게 평가됐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장부가액마저 손실구간에 진입하게 된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다만 카카오뱅크가 정체돼 있는 은행권에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체 성장해 성장주로 분류되는 만큼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저평가 구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장의 사법 리스크보다 시장 상황에 따른 저평가 영향이 더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성장주가 증시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 플랫폼의 수익 측면에서는 대출비교 서비스, 광고 등 올해에도 성장이 기대된다"면서도 "플랫폼 수익 증가로 수수료 수익은 늘겠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성장률 제한 정책의 영향도 있어 2분기 실적발표 때 카카오뱅크의 성장률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