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언급조차 없었다…윤 대통령 사과에 뿔난 의사들, 다시 거리로

정심교 기자 2024. 12. 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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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대국민 담화 도중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파업·이탈 전공의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돌아오지 않으면 처단한다는 포고령을 작동시킨 비상계엄 사태로 의사집단이 들끓고 있다. 이런 가운데 7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지만, 전공의를 특정한 구체적인 사과는 담기지 않으면서 의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이번 주말(7~8일) 서울대병원 전공의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제43대) 회장 후보들이 이번 사태를 '의료계엄'이라 규정하며, 앞다퉈 거리 시위에 나설 태세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2시 서울의대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젊은 의사의 의료계엄 규탄 집회'라는 이름으로 거리 시위에 나선다.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엔 "10개월간 이어진 폭압적인 의료농단, 위헌적인 계엄령의 처단 대상으로서 굴복하지 말고 저항하자"는 문구가 담겼다.

앞서 3일 밤 계엄사령부가 발동한 포고령에 대해 "우리는 '임의 처단'의 대상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입장을 냈다. 포고령엔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에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회 일동은 4일 저녁 '비상계엄에 대한 긴급 성명서'를 내고"특정 직업군(전공의)을 상대로 포고령 위반 시 처단할 것을 명시한 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 자체가 위헌적이며 폭압적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지난 2월부터 10개월간 초법적인 행정명령과 휴학 금지 조치라는 준계엄 상태에 저항해 왔다"며 "이제는 계엄령 하에서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혀 처단당할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다"고 규탄했다.

이번 주말(7~8일) 의사집단에서 개최하는 비상계엄 규탄 집회 홍보 포스터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경기도의사회 악법저지비상대책위원회,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순. /사진=각 단체

차기 의협회장에 출마한 후보 5인도 저마다 규탄집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인 강희경 후보는 오늘(7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5번 출구 앞에서 규탄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의사 단체대화방에 해당 집회 포스터를 공유한 강 후보는 "우리 비대위에서 준비해 우리끼리 모이려고 한 것이지만, 집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면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전공의들의 공백 사태에서 53회 거리 시위에 나선 '강경파' 이동욱 후보(경기도의사회장)는 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54차 의료계염 규탄 토요집회'를 개최한다. 이 포스터엔 "의료계엄 처단하고 사법만행 끝장내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의협 내에서도 '초강경파'로 알려진 이동욱 후보는 6일 SNS에 "대한민국의 의료와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위험천만한 의료계엄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조속히 멈춰 세워야 할 때"라며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의료계엄 폭주 기관차'로 빗댄 것이다. 그러면서 "전공의, 의대생, 14만 의사와 국민이 모여 하루속히 윤석열 정권의 의료계엄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우자"며 "'전공의 처단' 의료계엄의 폭주 기관차를 멈춰 세울 마지막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전 의협회장과 함께 의협에서 대변인을 맡아온 최안나 후보(산부인과 전문의)도 이날(7일) 경기도의사회가 주최하는 '의료계엄 규탄 토요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 최 후보는 7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 의사 동료 선후배 여러분.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참고 계시는가"라며 "우리 더 참지 말자. 모두 모여서 이 나라를 바로 세우자"고 거리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추운 날씨지만 뜨거운 마음으로 저를 지지해 주시는 모든 분과 만나 뵙기를 바란다"고 의사와 일반 국민의 참여를 독려했다.

제35대 의협회장을 역임한 주수호 후보(미래의료포럼 대표)는 7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자신의 SNS에 "의사를 처단한다는 망발에 대한 사과는 없는 형식적인 대국민 사과를 14만 의사와 2만 의학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는 물론이고, 능력 부족이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차기 의협회장이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주 후보는 전날(6일) 낸 입장문에서 "의사가 처단의 대상이 됐고, 의사를 주적으로 삼고 있는 현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내년 1월 취임할 차기 의협 집행부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14만 의사를 모으고 한목소리를 내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협 비대위원장인 김택우 후보(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는 5일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시 하야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김 후보는 "계엄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의료계도 포고령의 '전공의 처단' 조항에 경악하며 정부가 시작한 의료농단의 책임을 전공의에게 전가하는 행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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