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 3사가 잇따라 온라인 전용 5G 요금제를 선보이며 알뜰폰 업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 사업자들이 기존 요금제 대비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공략하며 알뜰폰 시장을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알뜰폰 기업들이 내년부터 도매대가(망 사용료) 협상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며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2만7000원(6GB)에 5G 요금제인 '다이렉트5G 27'을 선보인 SK텔레콤에 이어 동일한 수준의 저가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일 SK텔레콤보다 1000원 저렴한 2만6000원(6GB)에 '너겟'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대리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데이터 6GB를 제공하는 통신사 중 가장 저렴한 요금을 책정한 것이다.
초저가 '치킨게임'…알뜰폰 가입자 수 28.3% 감소
다만 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저가 5G 상품을 선보이며 알뜰폰 업계도 고민에 빠졌다. 현재 통신 3사는 SK텔링크, LG헬로비전, KT엠모바일 등 총 5곳의 알뜰폰 자회사를 두고 있다. 과거 자급제 핸드폰을 구매한 대신 저렴한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지며 알뜰폰시장이 통신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저렴한 5G 요금제까지 선보이며 알뜰폰 기업들이 가지고 있었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위축됐다. 현실적으로 알뜰폰 업체들은 도매대가 인하 협상이 표류하면서 적자를 감수하며 저가 중심의 치킨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5월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7만3727명, 알뜰폰에서 통신사로 넘어간 가입자 수는 5만9276명인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 기간 알뜰폰 순증 가입자 수는 1만4451명으로 4월(2만158명) 대비 28.3% 줄었다.
그간 SK텔레콤은 시장 지배 사업자로서 알뜰폰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망 도매제공을 해왔다. 이 망을 사용하는 도매대가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취약한 알뜰폰 기업들 대신 정부가 맡아 합의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도매제공 의무제가 일몰되며 2023년에는 재산정 논의 없이 인하율 0%로 논의가 마무리됐다. 알뜰폰 회사들은 2022년에 정해진 도매대가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업계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불법 지원금에 단속 강도를 낮추면서 통신 3사가 지원금 경쟁을 강화했고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도매대가 인하 재개돼야"…"논의 중"
업계는 당장 올해 도매대가 인하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년 사업자 간 개별 협상이 진행되면 알뜰폰 기업들은 통신 3사가 수익 방어를 위해 대가 인하를 최소화하거나 동결해 협상력이 약한 중소 사업자들의 고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도매대가가 부당하게 높아지는 경우로 한정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한 사후규제 규정도 도매대가 인하 가능성을 낮춘다는 얘기가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하루빨리 도매대가 협상이 재개돼 5G, LTE 11GB 구간 도매대가를 현행 60%, 50% 수준에서 LTE수준(이통사 소매요금의 40.5%~53%)로 인하해야 한다"며 "내년 도매제공 의무 사후규제 전환에 앞서 알뜰폰의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와 협상 주체인 SK텔레콤은 알뜰폰 기업들의 고충을 감안해 실효성 있는 협의안을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다이렉트' 요금제 등 요금 경쟁이 가속화되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체적으로 통신요금이 인하되는 수순이기에 소비자들 입장에선 긍정적인 일"이라며 "도매대가 협상에 대해선 아직 협의 중이기에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알뜰폰 기업들의 고충을 감안해 협상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 기업들의 고충은 이미 모니터링 중으로 해결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지원대책이 정해지면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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