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천고마비’의 가을을 삼키다[스경X이슈]
“몇 년 전만 해도 음식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데 까지는 음식문화를 알리고 싶습니다.”
지난달 11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한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말이다. 그는 딱 한 달 이후 대한민국에 밀어닥칠 ‘요리’의 열풍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 ‘요리계급전쟁:흑백요리사’(이하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거세다.
일단 수치가 남다르다. ‘흑백요리사’는 공개 직후인 지난달 16~22일과 공개 2주 차에 들어선 23~29일 사이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프로그램이었다.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 집계에서 첫 주 18개국 TOP 10에 이름을 올렸으며 TV 비영어권 1위에 올랐다. 지난 2일 집계된 2주 차 역시 TV 비영어권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2주 연속으로 세계순위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4월 ‘기생수:더 그레이’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예능으로 한정하면 지난해 2월 공개된 ‘피지컬:100’ 첫 시즌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화제성을 집계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에서도 열기를 체감할 수 있다. 뉴스 기사와 동영상 클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숫자 등을 집계한 결과 ‘흑백요리사’는 공개 2주 차에 8만1000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지난해 3월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 2 이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인기 콘텐츠가 등장하면 이에 비례해서 등장하는 ‘밈(Meme)’의 종류 그리고 각종 숏폼 콘텐츠의 숫자에서도 ‘흑백요리사’는 다른 콘텐츠를 압도한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위해 안대를 쓴 심사위원 백종원의 모습을 일본 예능의 느낌으로 패러디한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고, ‘흑백요리사’의 각종 밈을 정리한 영상도 있다.
거기에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이나 안성재 셰프 그리고 여경래 셰프, ‘이모카세 1호’ 등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도 화제가 됐다. 이들은 경연 이후 줄거리나 결과의 공개에 따라 초대손님을 바꾸면서 후일담을 올리고 있다.
요리가 소재인 프로그램인 만큼 요리 파생 콘텐츠도 줄을 잇고 있다. 편의점 CU는 ‘흑백요리사’ 8회에서 ‘나폴리 맛피아’ 셰프가 편의점에서 구한 재료만으로 만든 ‘밤 티라미수’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식당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은 애플리케이션의 메인 화면에 ‘흑백요리사’의 탭을 새로 만들어 이들의 식당을 모은 예약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생성됐다.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 역시 ‘흑백요리사’의 맛집 영상 리뷰를 한군데에 모아서 선보이는 중이다. 이들의 저작물도 화제라 ‘마스터 셰프 코리아’ 우승자 출신인 요리 유튜버 최강록씨의 저서 ‘최강록의 요리 노트’ 역시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요리 부문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식당 역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미 이러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예약이 가능한 출연 셰프들의 식당은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의 예약이 모조리 차는 진풍경을 선보이고 있다. 2일 캐치테이블의 집계에서 공개 한 주 만에 가맹점의 예약 증가율은 도합 150% 증가했다. 출연 셰프의 한 식당은 무려 4937.5%이나 예약이 치솟기도 했다.
이러한 열풍에 인기 있는 콘텐츠에만 있다는 불법유통의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 2일 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는 넷플릭스가 전날까지 공개한 ‘흑백요리사’의 10회까지의 공개분이 모두 올라왔다. 이 사이트는 지난 6월 자진 폐쇄했지만, 현재 아무런 제한 없이 접속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대책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흑백요리사’는 각종 경연 수상과 리뷰 등재 등으로 명성을 얻은 ‘유명 요리사’ 백수저 20인과 성과는 없지만, 맛으로 인정받은 재야의 요리사 흑수저 80인의 요리 경연을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 백종원을 비롯해 유명 백수저 요리사들 모두 “요식업계의 부활을 바란다”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현재까지 이들의 선택은 김학민PD 등 연출자들의 재능과 넷플릭스의 자본력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흑백요리사’는 오는 8일 최종 우승자를 정하는 최종회 12회까지를 공개한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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