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럭셔리 자동차계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의 프리미엄 브랜드 벤틀리가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 SUV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럽 도로에서 위장막을 두른 채 시험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차량은 벤틀리가 ‘메이온(Mayon)’이라는 코드명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전기 SUV로, 2026년 공식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차량이 기존의 거대한 벤테이가와는 차별화된 중형급 크기로 설계되어 ‘베이비 벤테이가’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포르쉐 DNA 품은 벤틀리의 전기 혁명
이번 시험주행에서 포착된 메이온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사용했던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의 차체와는 완전히 다른 벤틀리 고유의 양산형 차체 패널을 사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차체 크기는 벤테이가보다는 작지만 포르쉐 마칸 일렉트릭보다는 약간 큰 중형급 SUV로 설계되었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전통적인 도어 핸들과 대형 듀얼파노라믹 루프, 그리고 공기역학적 효율성을 극대화한 플랫한 언더바디다. 특히 피렐리의 고성능 써머 타이어가 장착된 듀얼 스포크 휠 디자인과 컨티넨탈 GT의 DNA를 계승한 헤드라이트·테일라이트 그래픽이 벤틀리 특유의 우아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후면부에는 양산형으로 보이는 메시 그릴과 리어 디퓨저가 확인되는데, 이는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벤틀리의 전통적인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보여준다.

1,073마력의 괴물 성능 예상
메이온의 파워트레인은 듀얼 모터 기반 사륜구동 전기 시스템이 탑재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포르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에 사용되는 신형 리어 드라이브 유닛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경우 최고출력은 약 800kW(1,073마력), 최대토크는 약 153kg·m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 3초 미만, 시속 200km까지는 8초 이내에 도달하는 압도적인 성능을 의미한다.
특히 벤틀리는 이번 전기 SUV를 통해 단순한 성능뿐만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W12 엔진이 선사하던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을 전기 모터의 특성과 결합하여 한층 더 정제된 드라이빙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EXP 15’ 콘셉트의 현실화
메이온의 디자인은 벤틀리가 2015년 공개했던 전기차 비전 콘셉트 ‘EXP 15’에서 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짧은 오버행과 단단한 비율, 매끈한 면 처리 등 미래지향적인 실루엣이 콘셉트카의 DNA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벤틀리가 ‘럭셔리 어반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벤테이가가 대형 럭셔리 SUV 시장을 겨냥했다면, 메이온은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중형급 럭셔리 전기 SUV로 포지셔닝될 예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이온은 벤틀리가 젊은 부유층과 환경 의식이 높은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한 전략적 모델”이라며 “기존 벤테이가 고객층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표등록으로 확인된 ‘메이온’ 정식 명칭
벤틀리는 2025년 2월 유럽연합 지식재산청(EUIPO)에 ‘메이온(Mayon)’이라는 상표를 등록하며 이 차량의 정식 명칭을 사실상 확정했다. 메이온은 필리핀의 활화산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벤틀리의 전통적인 산맥 이름 명명법을 따른 것이다.
벤테이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벤테 산맥에서 이름을 따온 것처럼, 메이온 역시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후보였던 ‘바르나토(Barnato)’는 벤틀리의 레이싱 역사와 관련된 이름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메이온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전략의 현실적 접근
흥미롭게도 벤틀리는 메이온 출시와 함께 기존의 완전 전기차 전환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당초 2030년까지 모든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던 계획을 ‘비욘드100+’로 수정하며,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동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초고가 전기 SUV 시장의 수요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점이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벤틀리가 성급하게 모든 제품을 전동화로 전환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벤틀리는 메이온을 통해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험을 쌓으면서, 동시에 기존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을 병행 판매하는 현실적 접근을 택했다. 이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벤테이가와의 차별화된 포지셔닝
벤틀리 관계자들은 메이온이 당분간 기존 벤테이가의 판매 실적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모델은 크기와 타겟 고객층에서 명확한 차별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벤테이가가 대형 럭셔리 SUV 시장에서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경쟁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메이온은 중형급 럭셔리 전기 SUV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특히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크기와 전기차의 특성을 결합해 기존과는 다른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포르쉐가 카이엔과 마칸으로 SUV 라인업을 다양화한 것과 유사한 접근이다. 벤틀리 역시 다양한 크기의 SUV 라인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
메이온의 등장은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테슬라 모델 X나 BMW iX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럭셔리함과 성능을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벤틀리 특유의 수공예 인테리어와 최첨단 전기차 기술의 결합은 기존 럭셔리 전기차들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의 전통적인 레더 크래프트맨십과 우드 트림, 그리고 메탈 액센트가 전기차의 미니멀한 디자인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벤틀리는 메이온을 통해 무선 충전 시스템과 초고속 충전 기능 등 최첨단 충전 기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럭셔리 고객들이 겪을 수 있는 전기차 사용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2026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
벤틀리 메이온은 2026년 공식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이는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히 새로운 전기 SUV의 등장을 넘어서, 전통적인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이온의 성공 여부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전기차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벤틀리가 전통과 혁신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향후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스톤 마틴, 맥라렌 등 다른 영국 럭셔리 브랜드들도 벤틀리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이온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벤틀리의 첫 전기 SUV 메이온이 2026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 과연 ‘베이비 벤테이가’라는 애칭에 걸맞는 매력적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지, 그리고 럭셔리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