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미니가 우리나라에 진출한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해다. 2005년 국내에 첫 발을 들인 미니는 이후 꾸준한 성장을 기록했다. 3-도어 쿠퍼를 중심으로 5-도어와 컨버터블, 소형 SUV 컨트리맨, 그리고 지금은 단종한 소형 왜건 클럽맨에 이르기까지 미니 라인업 전체가 인기를 끈 덕이다.
인기 비결은 모든 모델에 담은 미니만의 고유 매력에 있다. 귀여운 디자인과 운전 재미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미니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모델은 어떨까? 문득 궁금증이 피어 올라 4230만원짜리 미니, 3-도어 쿠퍼 C를 시승했다.
앞서 판매한 3세대(직렬 3기통 1.5L 터보)와 달리 신형 미니 쿠퍼는 가장 저렴한 모델도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과 7단 DCT를 얹는다. 3기통 엔진 특유의 진동에 거부감이 있었다면 두 손 들고 반길 변화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다. 3기통 엔진(136마력, 22.4kg⋅m)보다 강력하지만, 쿠퍼 S(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0.6kg⋅m)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몇 달 전 시승한 쿠퍼 S의 화끈한 가속력이 자꾸 떠오른다. 하지만 성능에 대한 집착만 내려놓으면 쿠퍼 C만의 매력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귀여운 외모는 쿠퍼 S와 다르지 않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세모난 테일램프 그래픽은 3가지 선택지 중 취향에 따라 골라 바꿀 수 있다. 잠금을 해제하면 오른쪽 헤드램프가 윙크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도 차별이 없다.
신형 쿠퍼의 핵심인 인테리어도 판박이다. 삼성이 만든 9.4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재활용 직물 소재로 실내를 꾸몄다. 독특한 패턴과 밝은색 실을 사용한 S에 비하면 약간 단조롭지만, 편의장비는 큰 차이 없다(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열 전동 시트만 빠진다). 터치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만큼 반응은 빠르고 정확하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유선과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고, 기본 내비게이션으로 티맵을 지원한다. 원한다면 구독을 통해 차 안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에어 콘솔’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
안전장비는 약간 차이를 뒀다. 반자율주행의 핵심인 스스로 앞 차와 간격을 맞춰 달리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중앙 유지 장비를 뺐다. 빈자리에는 설정한 속도로 달리는 일반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을 벗어날 때 앞머리를 안쪽으로 슬며시 밀어 넣는 차로 이탈 방지 기능으로 채웠다.
다행히 출력을 제외한 주행성능은 쿠퍼 S와 차별이 없다.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달리면 미니 쿠퍼의 핵심 가치 ‘고카트’를 탄 기분을 누릴 수 있다. 타이어는 노면을 끈덕지게 붙들고, 탄탄하게 조율한 서스펜션은 최대한 균형을 유지해 코너를 날쌔게 탈출할 수 있다.
도심에서 승차감은 C가 한 수위다. S(18인치)보다 작은 17인치 휠을 사용한 덕분이다. 두툼한 타이어가 충격을 꿀꺽 상쇄한다. 미니의 귀여운 외모에 혹해 구매한 소비자가 후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단단한 승차감’인데 쿠퍼 C라면 그런 걱정은 없겠다.
쿠퍼 C는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누어 판매한다. 3740만원 에센셜과 4230만원 클래식이다. 만약 쿠퍼 C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보다 저렴한 에센셜을 추천한다. 시승차(클래식)보다 한결 수수한 안팎 디자인을 감수하고 스티어링휠 열선 기능만 포기하면 490만원 더 저렴하게 ‘귀여운 미니’를 손에 넣을 수 있다.
FOR 귀여운 외모. 원형 디스플레이 완성도
AGAINST 아쉬운 출력, 사라진 첨단 운전자 보조장치
글 남현수 사진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