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수출 전선 뛰어든 중국…보잉·에어버스 틈새 공략할까?

신혜영 기자 2026. 4. 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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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엣젯항공, 코맥 C909 10대 도입… 공급난 속 ‘대안’ 부상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인증 장벽 여전… 동남아 진출부터

중국의 항공기 제조사 코맥(COMAC)이 최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항공기를 수출하며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세력을 키워온 코맥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비록 보잉·에어버스의 양강 체제에 균열을 낼 정도는 아니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동남아에서 입지를 점차 넓혀가는 모양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베트남 저가항공사(LCC) 비엣젯항공은 코맥의 C909 항공기 10대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도입은 직접 구매가 아닌 리스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위해 비엣젯항공은 상하이푸동개발은행(SPDB) 파이낸셜 리싱과 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항공 분석 플랫폼 이플레인 AI(ePlane AI)에 따르면 현재 비엣젯항공은 에어버스 기종 중심의 항공기 135대를 운용 중이며 보잉과 에어버스에 약 600대 항공기를 추가 주문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보잉·에어버스의 공급 지연 문제가 심화되자 이에 대한 돌파구로 중국의 코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엣젯항공이 지난 15일 중국 노선 5개를 신규 취항한다고 발표했다. 사진=비엣젯항공

가격 경쟁력 역시 결정적인 요인이다. C909는 경쟁 모델인 에어버스 A220과 비교하면 가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번 도입이 SPDB의 저리 금융 지원과 연계한 자본 결합형 패키지 상품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SPDB가 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기체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엣젯항공은 이번에 계약한 코맥 C909를 중국 노선 확대에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C909는 80~95여석 규모의 소형기로 3시간 미만의 단거리 노선에 적합하다. 비엣젯항공은 해당 기종을 저렴한 비용으로 중국 노선에 투입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코맥, 내수 시장에서 출발
업계에서는 코맥의 이번 계약을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보잉이나 에어버스와 달리 코맥은 그간 해외 수출 실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대신 중국 내수 시장에서 체급을 키워왔다.

중국은 자체 민항기 수요만으로도 항공기 제조사를 지탱할 만한 탄탄한 내수 기반을 갖고 있다. 거대한 영토와 인구라는 물리적 조건에 정부의 강력한 통제력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은 광활한 영토 특성상 철도만으로는 지역간 이동 시간을 단축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14억명에 달하는 방대한 수요까지 뒷받침된다. 특히 주요 항공사들이 모두 국영 기업으로 운영돼 항공기 발주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을 피하기 어렵다. 중국 대형 은행 리스사들이 항공기를 직접 구매해 항공사에 리스하는 구조를 구축한 것도 자국에서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이다.

향후 중국 내수 항공 시장의 성장세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코맥의 성장 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의 '2025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 내에 중국 항공사들이 새로 사들여야 할 비행기만 약 85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신규 수요의 약 20%에 해당한다. 에어버스는 중국 항공기 내수 시장의 성장률을 연평균 8.5% 이상으로 추정하며 중국이 세계 최대 기체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중국 정부의 공항 인프라 확충 사업 역시 항공기 수요를 견인하는 요인이다. 중국은 2035년까지 전국 공항을 400개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매년 수십 개의 신규 공항을 지방 소도시에 건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소규모 공항들을 연결하는 데 있어 코맥의 주력 항공기 C909와 같은 소형 기체를 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평가한다.

노후 기체의 교체 수요 또한 중대한 변수다. 현재 중국 항공사들이 대거 보유 중인 보잉 737이나 에어버스 A320 구형 모델들의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이를 대체할 막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구형 기체가 빠져나간 공백을 코맥의 C919나 C909가 채우며 기단의 세대교체와 국산화가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향후 보장된 내수 시장의 규모만으로도 충분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상태지만 코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과 항공기 인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맥 C909 항공기. 사진=갈무리

보잉·에어버스 독점 시장에서 틈새 노리는 코맥
업계에서는 코맥이 내수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워왔으나 내수 시장은 발판에 불과하며 수출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리 잡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에 명확한 상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기 제조산업은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으로 많이 생산할수록 부품 단가가 낮아지고 유지보수 경험이 증가하며 공급망이 최적화된다. 코맥이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정비·공급망 등 운영의 중추가 되는 사업의 비용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항공기 산업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나라에 자국의 항공 시스템을 이식하는 것이 핵심이다. 항공 인프라에 개입함으로써 장기적인 기술 종속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공기 수출 전략 역시 항공 산업을 통해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큰 그림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코맥의 주력 기종 역시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개발됐다. C919는 보잉 737과 에어버스 A320을 정면으로 겨냥한 중형기다. 좌석 150~190석 규모에 항속거리 4000~5000km로 중거리 노선에 적합하다. 가장 수요가 많고 수익성이 좋은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급의 기체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보잉, 에어버스가 독점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코맥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대적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보잉, 에어버스의 생산 지연이 코맥에게 중대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현재 보잉과 에어버스는 주문량 폭증, 공급망 문제 등으로 항공기 납기가 5~7년까지 밀린 상황이다. 이는 노후 기종을 교체하고 노선을 확대하려는 항공사들에게 심각한 운영상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코맥은 보잉과 에어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문량이 적어 기체 도입이 시급한 항공사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평가다.

가격 면에서도 압도적인 경쟁력이 있다. 보잉 737 맥스가 약 1억2000만달러인 반면 C919는 정부 지원을 고려하면 5000~6000만달러까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참여국들은 코맥 항공기 구매를 통해 향후 무역 협상이나 투자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

대량생산·글로벌 인증의 높은 벽
명확한 한계도 존재한다. 보잉, 에어버스에 비해 턱없이 적은 생산량과 글로벌 인증의 부재다.

코맥은 지난해 약 15대의 기체를 인도하는 데 그쳤다. 초기 목표였던 75대에 크게 미달했을 뿐만 아니라 하향 조정된 목표치인 28대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엔진 공급사인 CFM 인터내셔널의 LEAP-1C 엔진 수출이 일시 중단된 탓이다. 이 외에도 기체 성능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지연이 발생했다.

반면 보잉은 지난해 항공기 약 600대를 인도했고 이어버스는 793대를 인도했다. 양사 모두 공급망 문제로 고전했으나 그간 축적해온 생산 인프라에 기반해 코맥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인도량을 달성했다.

글로벌 인증 문제도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 항공안전청(EASA)의 인증 부재는 코맥의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 통상 FAA나 EASA의 인증을 받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별도 절차 없이 수입된다. 코맥은 FAA와 EASA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으나 현재까지 인증에 성공한 기종은 한 대도 없다.
성조기와 FAA 로고. 사진=셔터스톡

인증 문제로 인해 약속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앞서 2011년 6월 파리에서 열린 에어쇼에서 코맥은 유럽 최대 LCC 라이언에어로부터 C919 200대 구매의향서(MOU)를 받아냈다. MOU 내용은 2013년 이후 라이언에어가 구매할 200대 규모의 여객기 구매 리스트에 중국산 민항기를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라이언에어는 코맥이 좌석 200석 규모의 중형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해 제조에 관한 자문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라이언에어가 코맥을 선택한 것은 보잉에 비해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보잉의 최대 고객 중 하나인 라이언에어가 중국의 코맥과 손을 잡는 바람에 보잉이 큰 충격에 빠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파격적인 소식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유럽 항공사가 기체를 운용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EASA 인증을 코맥이 통과하지 못하면서 라이언에어와의 약속이 사실상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MOU 역시 구매 확약이 아닌 조건이 맞으면 검토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에는 보잉이, 유럽에는 에어버스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코맥이 양국의 인증을 획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코맥은 서방 시장 진출을 보류하고 동남아시아에서 세력을 넓히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동남아를 교두보로… 코맥의 해외 진출 전략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중국산 여객기의 국제 노선 운항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코맥의 해외 진출은 보잉·에어버스가 독점하고 있는 하늘길을 일부 재편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항공 인프라를 서서히 장악하고 있어 주변국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비엣젯항공 계약 이전에도 인도네시아의 트랜스누사, 브루나이 갤럽에어, 라오스 라오항공, 캄보디아 에어캄보디아 등과 2022년부터 최근까지 연달아 항공기 인도 계약을 체결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엣젯항공의 사례처럼 항공·금융·관광 등을 연계해 외교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곳에서 쌓은 운항 실적을 향후 유럽과 미주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남아 항공기 시장에 조금씩 침투하며 하늘길을 넓혀가는 중국의 행보가 향후 글로벌 항공 산업의 표준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