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웨일즈가 또 한 번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2차 추가 테스트 합격자 6명을 발표했고, 그 명단 한가운데에 김동엽(35)이 있다. 이름값만 보면 단순히 “베테랑 영입”이다. 그런데 이번 건은 결이 다르다. 울산 웨일즈라는 팀이 어떤 방향으로 퓨처스리그(2군) 첫 시즌을 버티고, 무엇으로 존재감을 만들지, 그 답이 김동엽이라는 카드에 꽤 선명하게 묻어난다.

김동엽은 KBO에서 통산 92홈런을 친 타자다. SK(현 SSG)에서 2017~2018년 연속 20홈런을 넘겼고, 삼성에서도 2020년 20홈런을 기록했다. “한 번 반짝”이 아니라, 몸만 올라오면 장타를 뽑아낼 수 있는 타입이라는 걸 여러 차례 증명한 선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부상이 반복되면서 출전 자체가 줄었고, 지난 시즌 키움에서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경기를 쌓을 ‘몸’이 허락하지 않았던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울산 웨일즈의 선택은 단순히 “홈런 타자 하나 잡았다”가 아니다. 팀 입장에선 두 가지 계산이 동시에 굴러간다. 하나는 흥행과 관심이다. 신생팀이 퓨처스리그에 들어오면, 첫해는 성적보다 “팀이 굴러가고 있냐”부터 평가받는다. 이때 가장 빠르게 시선을 끌어오는 건 결국 ‘이름 있는 선수’다. 김동엽은 딱 그 조건에 걸린다. 트라이아웃 자체로 화제가 됐고, 합격 소식만으로도 팬들은 한 번 더 울산 웨일즈를 검색한다. 신생팀에게 이 관심은 공짜가 아니다. 돈으로 사려면 큰돈이 든다. 그런데 김동엽은 관심을 ‘몸값보다 싸게’ 가져올 수 있는 카드가 된다.
다른 하나는 전력의 바닥이다. 울산 웨일즈가 올해 치를 건 1군이 아니라 2군 리그다. 그런데 퓨처스리그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어린 선수들이 뛰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경기 운영을 잡아주지 않으면 한 시즌이 망가지기 쉽다. 특히 투수진과 포수 라인은 더 그렇다. 울산 웨일즈가 포수 자리를 두고 강민성(24), 송현준(22)을 훈련에 합류시켜 추가 점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팀이 돌아가려면, 경기 중반 이후를 정리할 수 있는 포수의 안정감이 필요하다. 포수는 리그에서 “실력” 이전에 “경기 사고”가 중요하다. 신생팀이 포수에 집착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에 합격한 6명도 구성이 딱 그 흐름이다. 투수 박성웅(27), 최시혁(25) / 내야수 전광진(25), 김성균(24) / 외야수 김동엽(35), 예진원(26). 나이 분포부터가 힌트다. 한두 명의 ‘즉시 전력’과, 당장 경기를 뛰어 줄 ‘현장형’ 선수들을 섞었다. 울산 웨일즈 장원진 감독이 “선수단 구성이 거의 마무리됐다”라고 말한 것도 이해가 간다. 지금은 드라마를 쓰는 시기가 아니라, 리그 개막까지 “선수단을 굴릴 최소 조건”을 맞추는 시기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진짜 질문이다. 김동엽이 울산 웨일즈 유니폼을 입었다는 사실이, 울산 웨일즈에게는 희망이면서 동시에 시험지다. 김동엽이 직접 “부상 때문에 기량을 못 보여주고 은퇴하는 게 아쉬웠다. 지금은 몸 상태가 좋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 멘트는 팬들에게는 반갑고, 팀에게는 반가우면서도 무겁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동엽의 재도전은 ‘몸’이 답이기 때문이다. 타격 기술이 갑자기 사라지는 선수는 아니다. 스윙 궤도나 파워는 훈련으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런데 시즌을 치르는 동안 통증이 반복되면, 출전이 끊기고 리듬이 끊긴다. 그러면 팀이 기대한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아니라 “있다가 없는 베테랑”이 된다. 신생팀은 그런 변수를 흡수할 여유가 크지 않다.

또 하나의 현실도 있다. 울산 웨일즈가 겪고 있다는 ‘운영의 빈틈’ 이야기다. 프런트 구성, 전력분석, 스카우트 같은 조직이 기존 프로팀만큼 촘촘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건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다. 요즘 야구는 2군이 특히 데이터 싸움이다. 투수는 구종 가치와 회전수, 타자는 타구 질과 스윙 결을 수치로 잡아야 빨리 성장한다. 신생팀은 이 시스템이 부족하면 “훈련은 하는데 왜 좋아지지 않지?”라는 구간에 빠지기 쉽다. 김동엽 같은 베테랑이 합류하는 이유가 여기서 더 중요해진다. 시스템이 부족하면 사람이 메워야 한다. 라커룸에서, 더그아웃에서, 훈련 때. 말 한마디, 루틴 하나, 몸 관리 습관 하나가 팀의 표준이 된다. 베테랑은 기록만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팀의 기본기를 ‘생활’로 보여주는 존재다.
그렇다고 김동엽에게 ‘구원’ 역할을 과하게 씌우면 안 된다. 울산 웨일즈는 1군이 아니라 2군 리그에서 출발한다. 목표는 우승이 아니라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며 경쟁력을 확인하는 것”이다. 김동엽이 만약 꾸준히 출전해 장타를 몇 번만 터뜨려도 팀은 얻는 게 많다. 상대 팀 투수들이 “울산도 방심하면 맞는다”라는 긴장을 갖게 되고, 젊은 타자들은 타석에서의 준비법을 바로 옆에서 배운다. 반대로 김동엽이 몸 때문에 초반에 빠지면? 팀은 다시 ‘경험의 구멍’을 찾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즌이 헐거워질 수 있다. 이번 영입이 쇼가 아니라 승부수인 이유가 여기 있다.
결국 울산 웨일즈의 첫 시즌은 이런 그림으로 정리된다. “이름값이 있는 베테랑 + 당장 뛸 수 있는 선수들”로 리그에 착지하고, 전지훈련으로 조직력을 끌어올린다. 그리고 시즌을 뛰면서 부족한 포지션을 추가로 보강한다. 여기까지는 계획이다. 문제는 실행이다. 선수단이 꾸준히 건강해야 하고, 운영이 뒤에서 받쳐줘야 하며, 무엇보다 팀이 흔들릴 때 중심을 잡아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김동엽이 울산에서 다시 배트를 들게 된 건, 본인에게도 마지막 시험일 수 있지만 팀에게도 마찬가지다. 울산 웨일즈가 ‘그저 생긴 팀’이 아니라 ‘뛸 줄 아는 팀’이 되려면, 이런 선택들이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
김동엽의 한 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더 매력적인 건, 그 한 방이 울산 웨일즈라는 신생팀의 첫 시즌에 “이 팀, 진짜 굴러가네”라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공은 그라운드로 넘어갔다. 말이 아니라, 타석과 수비에서 증명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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