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프롬 인천·(27)] '신도시' 만수동서 나고 자란 기본소득당 서태성입니다
지극히 인간적인 세상 꿈꾸는 '인공지능'… "지역에서 기반 만들기 집중"
만수3지구서 유년, 신설 남동초 입학
"자주 찾던 상점들 대부분 그대로"
힘든 일도 부딪쳐보는 성격 모친 닮아
대학때 노래패 가입… 사회운동 관심
제대후 KOICA 소속 미얀마 교육봉사
"국적따라 삶 달라져…" 평등 고민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 창당 주도
한결 같은 성격 "동료들 AI라 불러"
"2년뒤 지선, 기초단체장 출마 고려"
"기본소득 누가 지킬 수 있습니까…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살아온 제가 경기도 기본소득을 지키겠습니다."
서태성(39) 기본소득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은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 기호 4번으로 나섰다. 득표율 0.16%인 9천314표를 얻었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6명 후보 중 6위로 선거를 마쳤다. 그는 낙선 이후에도 '기본소득 구현'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기본소득당 창당 멤버이기도 한 서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사회를 꿈꾸며 정치 활동을 지속한다.
지난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 위원장을 만났다.
서 위원장은 인천에서 태어나 유년·학창시절을 보냈다. 그가 살았던 인천 남동구 만수6동은 '만수3지구'로 불린다. 버스 정류장 이름도 만수3지구로 돼 있고, 각종 상점의 지점 명칭은 '만수3지구점'으로 표기돼 있다.
남동구청, 남동구보건소 등 주요 행정기관이 있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이 동네는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바글바글한 신도시였다. 7천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은 서 위원장이 거주했을 당시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아파트'가 많았다.
서 위원장이 다닌 남동초등학교와 남동중학교 역시 1992년 설립된 '신설 학교'였다. 그는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에 입학했다. 현재 만수3지구 아파트들은 노후화돼 재건축을 바라보고 있다.
인천에는 1990년 전후 지어진 아파트가 많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노후 아파트 단지들을 정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일산·중동·산본·평촌·분당 등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조성한 지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전국 50여 곳이 대상 지역이다.
인천에서는 연수지구(연수·동춘동 일원 621만1천331㎡), 계산지구(계산·작전동 일원 161만6천8㎡), 구월지구(구월·관교동 일원 125만9천353㎡) 등이 대상지로 꼽힌다. 부평(34만6천㎡)·갈산(65만9천900㎡)·부개(60만5천㎡) 지구 일대와 만수(58만6천300㎡)·만수2(14만9천100㎡)·만수3(71만7천800㎡) 지구 일대도 지역을 묶는 방식으로 정비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 위원장은 수원시민이 된 지 오래됐지만 가족이 살고 있는 인천에 종종 찾아온다. 만수3지구에는 그가 어렸을 때 자주 찾던 상점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아 알아가야 하는 도시"라고 했지만 "인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많다"고 했다.
그는 인천에서 살면서 성균관대학교(수원캠퍼스)에 입학했다.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중·고교 시절까지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처음 정치를 해보겠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 부모와 친구 모두 우려했다.
서 위원장은 자신이 정치를 선택하게 된 것은 어머니 영향이 컸다고 했다. 서 위원장 모친은 그가 고등학생 때 인천 주안동에서 혼자 떡집을 시작해 15년간 운영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힘든 일도 일단 부딪쳐 보고 해결책을 찾는 어머니 성격이 자신에게 이어졌다고 그는 생각한다.
서 위원장은 "저도 작은 정당에서 쉽지 않은 일을 시작한 셈인데, '일단 시작하자'는 마음가짐이 있었다"며 "이런 성향은 정치인의 삶을 살 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서 위원장의 대학 생활은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2004년 성균관대에 입학하면서 민중가요 노래패에 가입했다. 이때부터 한국 현대사 등을 다룬 사회과학 서적을 많이 접했다.
홍세화, 한홍구, 박노자 등 당시 진보 지식인으로 꼽혔던 이들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홍세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1995), 한홍구 '대한민국史'(2003),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2001) 등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진보 성향의 대학생들이 많이 읽었다.
서 위원장은 "이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고 고민하지도 못했던 사회에 대해 많은 것들을 책을 통해 알게 됐다"며 "노래패는 사회 활동이 활발한 동아리가 아니었지만, 민중가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이 노래가 왜 만들어졌는지 혼자서 찾아보면서 저항적 문화에 익숙해졌다"고 했다.
서 위원장은 군 복무를 마치고 2009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미얀마에서 2년간 봉사 활동을 했다. 미얀마 대도시 양곤에서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이 그가 맡은 역할이었다. 에어컨 설치, 노동 환경 개선 등의 업무도 했다. 미얀마에서의 경험과 활동은 그가 진보 정당에 발을 들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나라라는 것을 알고 갔음에도, 생각보다 심한 빈부 격차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생각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적에 따라 삶이 달라지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과 함께 '평등'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의 경험이 그를 대학 내 '운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이끌었다. 당시 대학 사회 주요 화두였던 '반값 등록금'을 주장하며 총학생회 선거에 나섰다. 39% 득표율로 선전했지만 1위 후보에 3%p 뒤졌다.
총학 선거 낙선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정당'에 몸을 담으면서 정치인의 삶에 발을 내디뎠다. 주변에서는 "당원이나 후원자로 참여하면 되지, 꼭 직업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며 만류했다.
서 위원장은 "함께 있던 동료들과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부모님 표현으로는 '고집을 부려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노동당 소속으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월세방 사는 청년 후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선거 공약으로는 '생활임금조례 제정을 통한 소득 향상' '버스공영제로 무상교통 실현' '1인 가구 생활지원센터 설립' 등을 내세웠다.
그는 노동당에 몸담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당을 만드는 일에 힘썼다. 노동당이 추구하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변화한 시대 상황에 맞는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 위원장은 "사회가 많이 변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하고, 일자리가 있어도 열악한 상황인 경우가 많아진다"며 "노동이나 일자리를 통한 전체 사회의 복지 확대가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일자리와 연계되지 않은 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을 이슈화하고 함께 활동할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했다"고 했다.
용혜인 국회의원은 이 시기 서태성 위원장과 함께 활동한 인물이다. 노동당에 있을 때 용혜인 의원은 대표, 서 위원장은 부대표를 맡았다. 용 의원과 서 위원장은 함께 탈당했고, 2020년 기본소득당을 창당했다.
기본소득당은 창당 직후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내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둔다. 용 의원은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했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른 소수 정당과 함께 '새진보연합'으로 당명을 변경해 선거에 출마했다. 비례대표 후보였던 용 의원은 재선에 성공한다. 서 위원장은 노동당 때부터 기본소득당 창당, 그 이후에도 용 의원과 함께 활동했다.
서 위원장은 기본소득당 창당 전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당원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다. 웹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온라인 광고를 기획했다. 온라인을 통한 당원 모집은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창당이 이뤄졌다.
국내에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창당한 정당은 기본소득당이 최초다. 창당 후에는 기본소득당 부대변인, 홍보팀장, 기획팀장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용혜인 의원실 선임비서관을 맡고 있다.
김한별 기본소득당 인천시당 위원장도 서 위원장과 창당 과정을 함께한 동료다. 김 위원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서 위원장은 기본소득당 동료들로부터 'AI'(인공지능)라고 불린다고 한다. 행동이 한결같고,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 생긴 별칭이다. 주어진 업무 등을 막힘없이 해낸다는 점도 이러한 별칭이 붙은 이유다. 또 하나의 특징은 '권위적이지 않다'는 점이라고 한다. 나이와 직책 등에 관계없이 격의 없게 편하게 지낸다고 한다.
서 위원장은 기본소득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아직 소수 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정책을 알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서 위원장은 "기본소득당이 아직 소수 정당이기도 하고, 지역 기반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경기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조직을 만드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략 지역을 정하고 그곳에 집중하면서 향후 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던 그는 2년 뒤 지방선거에선 기초단체장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는 행정가가 되고자 하는 그는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국민이 기본적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충족시키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디딤돌과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고, 그러한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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