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민국 최고의 캠퍼스'라며 올라온 사진인데, 높은 산자락 사이에 학교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저 멀리 보이는 산 아래 구름이 자욱하게 깔려있다. (엥?) 유튜브 댓글로 “800m 고지대에 대학캠퍼스가 있다는데 왜 이렇게 만든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서울의 롯데월드타워(555m)보다도 250m나 높고, 북한산(836m) 정상과 맞먹는 해발 800m에 떡하니 자리 잡은 이 대학의 정체는 바로 ‘강원대 도계캠퍼스’다. 캠퍼스의 동쪽으로는 육백산과 응봉산이 우뚝 솟아있는데 태백산맥의 정기를 받기는커녕 높은 해발고도 때문에 학생들은 셔틀버스에서 먹먹해지는 귀 때문에 침을 연신 삼키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도계캠퍼스가 800m 고지대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째, 당초 이 캠퍼스가 조성될 때 산으로 둘러싸인 부지가 한의대 유치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최종적으로는 실패하면서 이렇게 높은 곳에 학교가 그대로 지어졌다는 것. 이게 정말 그럴까 싶기도 한데 지역 사정을 아는 한 지역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삼척시의회 권정복 의원
"(원래) 거기다 한의대를 유치한다고. 거기 학교 (부지가) 해발 800m가 되니까, 이제 자연청정 뭐 이런 것도 있고 이러니까...거기다가 약재 같은 것도 재배하고 이런 차원에서 (부지가) 됐는데, 당시에 한의대 유치가 실패한 거예요."

도계캠퍼스는 지역에서 석탄산업이 쇠락한 이후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폐광지역 발전기금에 국비를 보태 지어졌다. 당시 보도를 보면 특히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삼척시는 석탄산업의 쇠락으로 인해 인구수가 1만 명 대로 급격하게 줄어든 도계읍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의대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부산대에 밀려서 고대하던 한의대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다.

도계읍 주민들은 이에 분노했지만, 대학 유치 외에 도계읍의 인구 감소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한의대가 들어서야 했을 자리에 2009년 강원대학교 도계 캠퍼스가 문을 열게 된 거다. 현재는 보건과학대학을 비롯해 규모가 점점 커져서 2023년 6월 기준 도계캠퍼스 재학생 수(1928명)는 도계읍 인구수(9489명)의 2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둘째, 도계캠퍼스 조성 사업 당시 도계읍내에는 대학교 건물을 지을 만한 마땅한 부지가 없었기 때문. 광부들의 사택을 허물어야 했는데, 당시 사택을 사용 중인 사람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 부지 마련이 어려웠다고 한다.
삼척시의회 권정복 의원
"그 폐사택들을 정비를 해야지만이 부지를 마련할 수가 있는데, 그때는 탄광이 존속되고 있던 시기라서 부지를 찾은 게 거기(해발 800m)를 찾았던 거로, 그런 거로 기억이 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개교한 강원대 도계캠퍼스는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될 순 있어도 교육에는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는데, 지난 2007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강원대학교 측에 해당 부지는 ① 지형이 험난하고 ② 기상 악화 시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대학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실제로 개교 이후 폭설로 인해 휴강하거나 휴교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잦은 휴강과 휴교로 학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문제지만, 기상 악화 시 등하굣길 안전 문제가 심각한 상황.
박승규씨/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간호학과 4학년
"수업 끝나고 (기숙사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눈이 엄청 많이 내리는 거예요. (셔틀) 버스를 탔는데 기사님께서 오늘 눈 많이 와서 여차하면 가드레일 긁으면서 내려갈 수 있으니까 마음의 준비 좀 하라고…."

읍내와 동떨어진 캠퍼스의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지자체는 지난 2020년 도계읍내에 새로운 강의동인 복합교육연구관을 지었지만, 정작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새로운 강의동보다 교내 편의시설부터 정비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
박승규씨/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간호학과 4학년
"현재는 평일 점심시간에 너무 사람이 밀려서 밥을 못 먹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편의점에서 대충 때우는 경우도 많이 있어서 스쿨버스를 탄다고 해도 편도로만 15분이 걸리고 해서 사실 점심시간 때는 밑(읍내)에서 뭘 먹고 올라온다? 이거는 거의 없는 사례라고 볼 수 있어요."

정리하자면, 폐광 지역을 살리기 위해 산중에 대학이 지어졌지만 정작 학생들은 외진 곳에 있는 학교 탓에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끼니를 거르는 일도 종종 생겨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인 건데, 높이로만 최고인 대학이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최고의 대학이 되려면 앞으로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