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게도 퍼스널 컬러가 있다? 컬러 브랜딩을 위한 가이드

출처 : DBR

피부 톤에 어울리는 색을 뜻하는 이른바 '퍼스널 컬러'가 화두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색깔을 적절히 활용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도 변화시킬 수 있으니까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메인 컬러가 브랜드의 첫인상은 물론 소비자에게 오랫동안 기억되는 데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 브랜드에게 최적화된 색상을 고를 수 있을까요? 국내 1호 비주얼머천다이징(VMD) 박사인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가 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DBR 357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만나보시죠.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의 승부처가 된 '색'

하루에도 수만 가지의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의 뇌는 선택적으로 어떤 것은 빨리 인지하고, 어떤 것은 느리게 인지한다. 그렇다면 빨리 인지되며 오래 남는 정보는 어떤 종류일까. 바로 시각 정보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 중 87% 정도가 시각 정보에 해당한다. 시각 정보는 그 어떤 형태의 정보보다 빠르고, 한 번 인식되면 오래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주얼커뮤니케이션'은 바로 이 시각 정보를 활용한 상호 교감을 일컫는다.

게다가 소비자가 브랜드 및 제품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공간 역시 점점 더 비주얼커뮤니케이션 위주로 구성되고 있으며 관련 정보의 양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고객에게 자사 제품을 알리려는 기업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소상공인까지 모두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운영을 고민한다. 이처럼 이미지로 소통하는 일이 늘어날수록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더 눈에 띄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드는지가 브랜드를 알리는 성공 전략이 될 것이다.

출처 : DBR

그렇다면 비주얼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강력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색'이다. 한국색채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이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치는 감각은 시각 70%, 청각 20%, 기타(후각, 촉각, 미각) 10%의 순이다. 그리고 시각에서 60% 이상을 차지하는 요소가 바로 색이다. 색의 첫 번째 쓰임새는 '차별성'을 만들어낸다는 것. 유사한 성능과 디자인의 두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각기 다른 종류의 색을 쓰는 것이다. 마케팅 회사 WebpageFX에 따르면 소비자들 중 85%가 어떤 제품을 경쟁사보다 선호하는 이유로 색을 꼽았다. 아름다운 색이 제품과 브랜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색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리 브랜드의 퍼스널 컬러는 무엇?

브랜드 컬러를 결정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 핵심 전략, 핵심 소비자와의 결합이다. 유기농 식품을 배송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대부분은 이 회사나 브랜드의 메인 색상으로 가장 먼저 초록색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의 핵심 전략이 '새벽 배송'이라면? 새벽을 연상시키는 색을 써야 한다. 

새벽과 가장 가까운 색은 무엇일까. 혹시 검정? 하지만 이는 밤의 색이지 새벽의 컬러가 아닐뿐더러 식품을 주로 다루는 플랫폼이 검정이면 세련된 느낌은 줄 수 있어도 활력이 떨어져 보인다. 해가 떠오를 때를 연상시키는 노란색을 쓰면 아침 배송일수는 있어도 새벽 배송이 아니다. 그렇다면 보라색은 어떨까? 이쯤 되면 어떤 곳의 이야기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마켓컬리(이하 컬리)다.

출처 : 컬리

컬리의 보라색이 강력해 보이는 이유는 핵심 전략인 새벽 배송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컬리는 자신들의 소비자를 30대 중산층 주부로 잡았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며, 더 싼 물건을 사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비싸더라도 흔히 볼 수 없는 제품을 찾고 싶어 한다. 보라색은 또한 '고급'의 상징이다. 이러한 특성이 컬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타깃과 부합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색에 호감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색상 자체가 예쁘다, 안 예쁘다에 달려 있는 게 아니다. 색을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느낄 때 비로소 브랜드에 관심을 보인다. 특히 신생 기업은 컬러 커뮤니케이션에 더 집중해야 한다. 기존 브랜드들은 고객과 함께 쌓아온 경험이 있지만 신생 주자에겐 부재하다. 그 경험을 빨리, 많이 쌓는 것이 결국 브랜드가 성공하는 비결이다. 신생 기업은 흐릿한 경험 백 번보다 강렬한 경험 한 번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 시작하는 브랜드일수록 도전적이면서 타깃에게 맞는 색을 선택해야 한다.

출처 : 퀸잇

퀸잇의 사례를 살펴보자. 퀸잇은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추구하는 40대 이상 여성을 위한 패션 앱이다.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패션 플랫폼 5위권에 진입, 기업 가치도 2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백화점에 입점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가격은 합리적이다. 퀸잇의 초창기 슬로건은 '여왕들의 선택'이었다. 이 슬로건에 어울리도록 핵심 타깃의 연령층에 맞는 색으로 '로열 퍼플' 계열의 보라색을 선택했다. 만약 다른 패션 앱 지그재그처럼 핑크를 주제 색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처럼 4050대 여성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 끌어당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전문가처럼 보이고 싶다면 짙어지세요

색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릴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키장에 가면 초급자에서 전문가까지 난이도가 다른 코스들이 있다. 이 코스를 구분할 때 어떤 색으로 표시하는지를 살펴보면 우리가 색을 통해서 '쉽다' 혹은 '어렵다'를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스키장에서 초급자 코스는 노란색, 최고난도 코스는 검정으로 표시된다. 짙고 어두운 색일수록 어렵고, 옅고 밝은색일수록 쉽다고 느낀다. 이러한 구분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경향을 보인다. 어떤 색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바꿔 말하면 '전문적'이란 뜻이기도 하다. 색을 잘 사용하면 전문적으로 보이고 그로 인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도 있다.

출처 : Blue Apron

미국의 밀키트 기업인 '블루에이프런'은 2012년 처음 등장했다. 반조리 식품을 많이 이용하는 시대가 되면서 밀키트 제조 기업이 늘어났지만 소비자들은 재료가 괜찮을지 불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 그만큼 식품 산업에서는 신뢰가 생명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로 블루 에이프런은 브랜드의 메인 컬러로 짙은 톤의 '딥블루'를 썼다. 옅은 파란색보다 더 전문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 색의 짙고 옅음은 해당 브랜드의 가격 인지에 영향을 준다. <사고 싶은 컬러 팔리는 컬러>라는 책에서는 영국 슈퍼마켓 브랜드들의 간판 색과 로고를 다음과 같이 비교한다. 저가형 매장인 아스다는 밝은 녹색을, 고가형 브랜드인 웨이트로즈는 진한 녹색을 쓴다. 그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하는 막스 앤드 스펜서는 검은색을 사용한다. 위의 사례로 같은 녹색이어도 옅은 녹색은 저가형으로, 짙은 노색은 고가형으로 느껴지게 하는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뮤니티의 색은 달라야 한다

색은 신뢰감뿐 아니라 소속감을 높이는 데도 사용된다. 소속감을 높이는 색은 차가운 계열보다는 따뜻하고 밝은 컬러가 좋다. 소속감을 무기로 시작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실제 따뜻한 계열의 브랜드 컬러를 활용한 사례가 많다.

출처 : 트레바리

국내 최초로 독서 모임을 사업화한 '트레바리'는 따뜻한 오렌지색이 주제 색이다. 반면 다양한 독서 모임의 컬러를 보면 주로 지적인 느낌을 내는 파란색 계열이 지배적이다. 독서는 개인적 경험이고 독서 모임은 사회적 경험이란 것을 트레바리는 알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사회적 경험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따뜻한 색 계열의 오렌지를 활용하고 톤을 낮춰 지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컬리가 인수한 여성 커리어 성장 지원 커뮤니티 '헤이조이스' 역시 밝고 따뜻하며 에너지가 느껴지는 노란색을 주제 색으로 활용한다. 이렇듯 커뮤니티 기반의 소속감을 강조하는 브랜드 컬러는 차가운 계열보다 따뜻한 계열을 선택해야 더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흰색으로 도배된 온라인 세계에선?

온라인에서 색을 사용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하는 점은 온라인 환경의 바탕 대부분이 흰색이라는 것이다. 이 빛나는 흰색과 어울렸을 때 제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혹은 내 브랜드가 더 빨리 인지되려면 더 선명한 색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출처 : DBR

크롬 로고의 변천사만 봐도 알 수 있다. 2014년 이후 8년 만인 2022년, 크롬은 로고를 다시 디자인했다. 구글 소속 디자이너 엘빈 후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변화한 크롬 로고 디자인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면서 그 미묘한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2014년과 2022년의 크롬 로고는 형태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컬러는 훨씬 더 선명해졌고, 그림자가 없어졌다. 후는 "초록색과 빨간색을 나란히 배치해 색상에 음영을 넣는 경우 불쾌한 색상 진동이 발생한다"며 "이 사실을 발견하고 미세한 진동을 없앰과 동시에 로고를 단순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색을 사용할 때는 사람들의 눈에 인지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을 걷어주는 것이 좋다.

온라인에서 색상을 쓸 때는 오프라인보다 더 밝고 선명한 색을 사용해야 시선을 끌 수 있지만 구체적인 색을 선택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색상별로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의미가 각각 다르다. 따라서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에서는 화려한 컬러를 사용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블랙 앤 화이트'도 효과적이다. 온라인 화면에서 보이는 검정과 흰색은 빛을 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보다 훨씬 가독성이 좋게 느껴진다. 무신사, 크림과 같은 패션 플랫폼 앱 모두 검정 바탕에 흰 로고를 쓰는 디자인을 사용한다.​

온라인 세계에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빛(조명)'이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서 보여주기 힘든 색이 바로 금색과 은색이다. 귀한 금속의 질감에서 비롯된 금색과 은색은 빛이 있어야만 제대로 표현된다. 인위적으로 빛의 효과를 주는 장치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실제 사진을 찍어 제품을 보여줄 때도 조명과 자연광을 잘 사용해야 한다.

아름다운 색에는 스토리가 있다

색을 아름답게 잘 활용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색'을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색은 없던 컬러를 만드는 일인 동시에 색에 이름과 의미를 붙이는 작업이다. '티파니 블루'처럼 명칭을 붙이고 히스토리를 입히는 것이다. 이는 브랜딩 전략의 확장판과 같다.

출처 : DBR

색채 분야의 최초 국제적 전문가 미셸 파스투로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색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사고하는 경향이 도리어 소비자의 반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물과 관련된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파란색일 수 없다. 오히려 그렇게 접근하면 색이 가진 다채로운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브랜딩이란 내 고객이 나를 계속해서 기억하게 만들고, 나에 대한 신뢰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의 보조적인 역할을 해왔던 컬러가 이제는 핵심이 돼가고 있다. 기존의 상식과 유행하는 컬러에서 벗어난 과감한 시도들을 해보길 권한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357호
필자 이랑주 위박스브랜딩 대표
정리 인터비즈 이한규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