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오늘의 웹툰' 가벼움속에 진지함과 무거움 있네

입력 2022. 8. 6. 17:26 수정 2022. 8. 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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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정, 열정 영향력 전파
동기 남윤수 감동의 변화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한국 웹툰 사장은 급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1조원의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거의 음악산업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웹툰은 드라마, 영화, 게임, 연극, OTT 콘텐츠까지 원천소스로 활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웹툰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어 SBS ‘오늘의 웹툰’은 시의적절한 기획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마감시간내에 업로드하기 위한 담당자들의 안간힘만 있는게 아니라, ‘네온’이라는 웹툰사를 중심으로 웹툰 업계에 관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한 생생한 리얼리티가 제공된다.

그래도 SBS ‘오늘의 웹툰’은 참을 수 없게 가벼운 드라마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구성이 꽤 알차게 돼있다. 일상적 에피소드를 통한 진지함과 무거움을 잘 전하고 있다.

1~2회에서는 경력 30년이 넘는 원로 무협만화 백어진 작가(김갑수)가 등장했다. 그는 주로 스포츠지, 단행본, 만화잡지 같은 곳에서 ‘용의 꿈’ 시리즈를 연재해오다 잡지의 폐간으로 ‘네온’에서 리뉴얼해 연재하던 작가다. 이름 그대로 ‘어진 선생님’은 도제 시스템의 문하생인 ‘어시’가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을 간다고 해도 웃으면서 보내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원로작가의 웹툰 조회수가 갈수록 떨어진다. 백어진 작가는 평소 악플을 보지 않는데, 어쩌다 보게되면서 상처도 받았다. 부진 이유는 실력과 감각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허리가 굽어져 그림 그리는 각도가 문제였다. 그래서 정면 시점으로 작업실 각도를 바꿔져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5일 방송된 3회는 제목부터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랑 있을 수 없는 거야'(베르세르크)부터 에피소드를 통해 깨알 같은 깨우침도 전했다. 또한 웹툰PD(웹툰편집자)가 무엇을 하는 직종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했다.

제목은 장만철(박호산) 편집장이 방황하는 신입사원 구준영(남윤수)의 팀 이동 요청을 거절하면서 한 말이다. 이어 “전력을 다해서 일하면 자기 주변 풍경이 변하는 법이야”라고 조언해준다. 자신이 일하는 웹툰서비스팀이 1년후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미리 포기하는 준영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절대 명대사의 나열은 아닌데도, 머리에 콕콕 박히는 대사들이 적지 않다. “그리는 사람의 괴로움은 보는 사람의 즐거움과 비례하는 법. 우리에게 월급주는 사람이 누구야? 독자야.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작품의 퀄리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담당의 역할이야” 이건 작가가 회상신을 계속보내며 조회수를 떨어뜨리는 데도 가만히 있는 온마음PD에게 사수 석지형(최다니엘)이 불호령을 내리며 한 말이다.

이날 방송은 온마음(김세정)이 동기 구준영(남윤수)에게 열정 영향력을 전파, 감동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극과 극이었던 ‘네온즈’ 막내 둘이 드디어 “웹툰 팀 안 없어지게, 제대로 된 전쟁터로 만들겠다”며 손을 잡았다.

온마음은 “정규직 전환은 희망 고문”이라는 동기 구준영(남윤수)의 폭탄 발언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되레 “지금보다 내가 2배, 3배, 열심히 더 잘해서 이 팀 안 없어지게 할 것”이라며 열의를 불태웠다.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에 떨고, 보장된 미래만 꿈꾸는 건 한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목표였던 마음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담당 작가를 배정받은 마음은 진정한 편집자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최애 웹툰 〈구미호 공주〉의 나강남(임철수) 작가를 담당하게 돼 기쁨의 돌고래 비명을 지른 것도 잠시, 첫 주부터 연재 ‘펑크’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원고를 보낼 시간이 됐는데도 나강남이 감감무소식이자, 불안해진 마음은 곧장 작업실로 향했고, 걱정은 현실이 됐다. ‘요주의 인물’이라던 인플루언서 여자친구 지한슬(진예솔)이 하필이면 마감 당일 또 잠수를 타는 바람에, 나강남이 당장이라도 찾아갈 기세로 “휴재 때려!”라며 원고를 내팽개친 것.

결국 힘으로 그를 붙잡아 세운 마음은 마감을 간곡히 부탁하며,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대신 그녀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SNS에서 찾아낸 단서를 바탕으로, 오밤중에 달리고 달려 지한슬을 찾아 데려갔고, 나강남은 약속대로 제시간에 원고를 전송했다.

그 사이, 준영은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하게 한 화려한 스타작가 뽐므(하율리)의 어두운 이면을 보게 됐다. 담당을 맡자마자 준영을 작업실로 부른 뽐므는 “사람이 그립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1년 365일, 하루 16시간 이상 작업에만 매달리니, 담당 편집자가 아니면 사람 얼굴 보고 얘기할 상대가 없었던 것. 쇼핑도 인터넷으로밖에 할 수 없어 현관문 앞엔 택배 박스가 수북이 쌓였고, 그 중엔 대량의 파스도 있었다. 디스크, 편두통, 관절염을 달고 사는 ‘극한직업’ 작가의 고충이었다.

뽐므의 사적인 라이프 케어 요청의 진짜 이유를 이해하게 된 준영. 그런 그에게 마감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몸소 입증한 마음의 열정은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준영의 팀 이동 요청을 거절한 장만철(박호산) 편집장이 “전력을 다해서 일하면 주변의 풍경이 변하는 법”이라고 건넨 조언이 마음을 보며 이해됐기 때문이다.

반차를 쓰고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가던 준영은 발길을 되돌렸다. 그리고 장만철에게 “건방지게 이 팀은 치열하게 싸울 만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하며 얄팍한 자존심의 껍질을 깼다. 또한, “풍경이 변하게끔, 이 팀이 제대로 된 전쟁터가 되도록 해보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편, 이날 방송은 열혈 신입 마음과 나강남의 또 다른 전쟁을 예고하는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3주째 루즈한 전개로 조회수와 트래픽이 떨어졌음에도, 베테랑 작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다며 마음이 안일한 태도를 보이자, “그리는 사람의 괴로움은 보는 사람의 즐거움과 비례하는 법.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 작품의 퀄리티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담당의 역할”이라는 사수 석지형(최다니엘)의 불호령이 떨어진 것.

그제야 작가를 혼자만의 외롭고 긴 마라톤으로 내몰고 같이 뛰어야겠다는 생각은 못 했다는 잘못을 깨달은 온마음은 ‘한판승’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또다시 작업실로 달려가 수정을 요청했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웹툰PD와 작가의 신경전이 쫀쫀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이 웹툰 작가와 웹툰 PD가 '2인3각'으로 같이 뛰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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