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학습권’ vs ‘공동체 일깨우는 경험’…수업 중 ‘월드컵 시청’ 두고 갑론을박
학교장 재량·교사 개인 판단 의존
공동체 경험·학습권 침해 '논란'
구성원 의견 수렴·보충 대책 필요
#성남 분당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A씨는 지난 12일 열린 한국 국가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시청했다. 4년마다 돌아오는 대회인 만큼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인데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함께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공동체 활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월드컵 첫 경기는 그 자체로 학생들에게 문화적 경험이 된다"면서 "학생들이 행복하게 보고 함께 응원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학교 수업 중 월드컵 경기 시청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16일 중부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업 중 월드컵 경기 시청 가능 여부는 교육부나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별도 안내가 없는 만큼 온전히 학교장 재량에 달렸다. 학교장이 별도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판단하는 구조다.
그런 가운데 이번 대회 한국 국가대표팀의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수업시간대인 평일 오전 10~11시에 배치돼 있다 보니 경기 시청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온다.
실제 금요일이던 지난 10일 치러진 한국-체코 경기는 오전 11시부터 진행됐다. 앞으로 남은 멕시코와의 경기 역시 금요일인 오는 19일 오전 10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도 25일 목요일 오전 10시에 예정돼 있는 등 모두 평일 수업시간대에 몰려 있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 상황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학생들이 함께 응원하고 추억을 쌓으며 공동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나 반대하는 쪽은 경기에 관심 없는 아이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이다.
앞서 경북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 교사들의 명단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학생들은 성명문을 내며 학교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학습권 침해와 같은 중대한 사항이 얽혀 있는 만큼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미리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정규 수업 시간에 경기를 보여준다면 향후 그 수업을 보충하기 위한 추가적인 시간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 있어 경기 전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수렴한다면 논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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