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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상법이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한화그룹이 올해 지분승계라는 정공법을 통해 3세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또 상법개정 이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해 당분간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 이슈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오너3세가 보유한 한화에너지의 기업공개(IPO), 내부거래, ㈜한화의 밸류업 공시 등은 상법개정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3월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김동관 부회장(4.86%), 김동원 사장(3.23%), 김동선 부사장(32.23%) 등에게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너3세들의 ㈜한화 지분율은 42.67%로 늘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화그룹은 3조6000억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사들인 직후 유증으로 주주들의 손을 빌린다는 비판이 나왔고, 김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결정했다. 결국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유증 규모 대비 금액을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자사주 의무 소각이 포함된 3차 상법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앞선 1·2차 상법개정안에는 주주 충실 의무,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분 증여에 따른 경영승계, 글로벌 시장 방산 업체들 사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유증 등을 진행했다. 또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신재생에너지·우주·화학 부문을, 김동원 사장은 금융 부문, 김동선 부사장은 호텔·유통·로봇 부문을 책임지는 체제를 마련했다.
각각의 사안은 모두 한화그룹의 의도와 달리 소액주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었다. 상법개정 이후 시행됐다면 주주 충실 의무로 제동이 걸릴 수 있었던 지배구조 개편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상법개정 전에 해결한 셈이다.
1·2차 상법개정으로는 주주 충실 의무, 3%룰 등에 따른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소액주주의 권리 향상,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반면 기업 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자율성 악화,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다.
다만 한화그룹 입장에서 당분간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승계가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이다. 또 반기 기준으로 ㈜한화는 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55.85%에 달해 지배력이 공고하다.
그러나 3차 상법개정안에서 다룰 자사주 의무 소각은 다소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는 현재 자사주 7.45%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의 경우 의결권은 없지만 우호세력에 넘기면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한화그룹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임직원 성과보상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전략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경영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지만 아직 마무리 작업은 미완의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오너3세가 가진 한화에너지의 IPO가 오리무중이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3월 상장주관사로 한국투자·NH투자·대신증권을 선정하고 IPO를 준비해왔다. 한화에너지는 ㈜한화 지분 22.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향후 오너3세의 승계를 마무리 지을 핵심 회사로 거론된다. 한화 3세→한화에너지→㈜한화→계열사로 영향력이 이어지는 구조다.
한화에너지의 IPO가 진행되면 오너3세는 구주매출로 승계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상법개정의 와중에 오너3세가 소유한 회사이자 지주사의 대주주인 한화에너지가 상장될 경우 중복상장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 한화에너지는 내부거래 문제도 존재해 향후 ㈜한화나 계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과거 50%대였던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 비중은 30%대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다. 2023년 기준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의 내부거래로 243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화그룹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도 보완할 대목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일부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한화 차원의 공시는 없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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