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9은 늘 ‘가격 대비 뛰어난 대형 세단’으로 평가받았지만, 제네시스 G80·G90과의 경쟁에서는 언제나 한 발 뒤에 있었다. 디자인, 옵션, 주행 성능은 뛰어났지만, 대중의 관심과 브랜드 파워 측면에서 제네시스를 넘지 못했다. 이제 K9이 풀체인지를 통해 ‘진짜 플래그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선이 아닌, 전면적인 전략 전환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브랜드 포지셔닝의 재정의가 핵심이다.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해 완전한 ‘럭셔리’의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K9은 여전히 ‘기아의 고급차’에 머물러 있다. K9만의 서브 브랜드처럼 관리하며, 디자인·서비스·고객 케어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전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BMW 7시리즈처럼 독자적인 존재감이 필요하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임팩트가 절실하다. 깔끔하고 단정했던 기존 스타일을 버리고, 기아 EV9·K8에서 보여준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 얇은 DRL, 절제된 캐릭터 라인 등으로 K9만의 대형 세단 디자인 언어를 새롭게 제시해야 한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 걸맞은 독창적이고 당당한 스타일이야말로 소비자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파워트레인 구성 역시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기존의 V6·V8 가솔린 라인업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REV, 고성능 듀얼모터 전동화 모델 등 다양한 친환경 고출력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정숙성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잡은 파워트레인이야말로 진정한 플래그십의 상징이다.
실내 UX도 제네시스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27인치 이상 와이드 디스플레이, 무드 라이팅, 천연 원목과 퀼팅 가죽, 리어 에르고 모션 시트, 쇼퍼모드 UI 등은 이제 필수 요소다. 특히 뒷좌석 경험의 차별화가 경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G90과 견줄 만한 감성 품질과 기술적 완성도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마지막은 ‘경험’의 차이다.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소유하는 가치’와 ‘대우받는 감각’을 제공해야 한다. 전용 라운지, 프리미엄 홈 딜리버리, VIP 고객 관리 프로그램 등은 더 이상 제네시스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 기아가 K9을 통해 보여줘야 할 건 가격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