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는 K-AI, 풀스택 전략으로 글로벌 공략 가속

홍주연 기자 2026. 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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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반도체·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 연합 전략과 개별 기업들의 독자적인 기술 수출이라는 두 축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국가 차원의 AI 생태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중동 최대 에너지 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한편, 보안·인증·데이터 분야에서는 개별 기업들이 잇달아 해외 계약과 수익 성과를 내고 있다. 연합과 독주가 동시에 맞물리며, K-AI의 글로벌 행보가 하나의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K-AI가 글로벌로 나아가고 있다. / 챗GPT 생성

'팀 코리아'로 뭉쳐 중동을 두드리다

연합 전략의 첫 결실은 중동에서 나왔다.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아람코 디지털 본사에서 국내 AI 기업 7곳과 아람코 디지털 간 '산업용 풀스택 AI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가 협력을 주도했다.

아람코 디지털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사우디 아람코 그룹의 IT 계열사로, 에너지·제조 등 그룹 전반의 산업 인프라에 AI를 접목하는 전권을 쥔 사령탑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공급을 넘어, 사우디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에 직접 참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풀스택(Full-Stack)' 구조다. AI 반도체 분야는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가, 산업 특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은 NC AI·업스테이지·LG AI연구원이, LLM 운영 및 서비스 관리는 유라클이, 클라우드·AI 인프라 구축 및 운영은 메가존클라우드가 각각 담당한다. AI 생태계의 전 계층을 7개 기업이 역할을 나눠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일 기업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빈칸을 연합 모델이 메운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중동 국가들이 데이터 주권과 안보를 이유로 특정 빅테크 의존도를 줄이려는 '소버린 AI' 수요에 주목하고, 그 수요에 맞는 협력 모델을 설계하는 데 공을 들인 결과라고 해석한다. 조준희 KOSA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 AI 기업들이 경쟁자가 아닌 K-AI 풀스택 모델 아래 팀 코리아 정신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서고자 하는 시도"라며 "한국형 AI 풀스택을 통해 해외 시장에서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단위 AI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K-AI 풀스택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KOSA 주도로 공식 발족했다. 이번 아람코 MOU가 그 첫 번째 결실이다.

개별 성과도 잇달아

풀스택 연합이 대형 협력 구조를 추진하는 사이, 개별 기업들의 해외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일본 공적 인증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 사업자인 사이버링크스와 AI 안면인식 솔루션 '한컴 오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위·변조된 가짜 얼굴을 실시간으로 판별하는 라이브니스 기술 등 딥페이크 대응 역량이 높은 신뢰도를 요구하는 일본 공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일본은 심각한 인력난 해소와 아날로그 행정 탈피를 위해 디지털 전환(DX)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인증 및 보안 솔루션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컴은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현지 합작법인(JV) 설립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데이터 분야에서도 독자적인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플리토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60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전체 매출의 65% 이상이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수출에서 발생했다. 주요 시장은 미국, 일본, 중동이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고품질 희소 데이터를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독자적인 체계가 경쟁력을 수치로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모델이나 서비스뿐 아니라 '데이터 인프라'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확인된 셈이다.

연합이 큰 판을 짜고, 개별 기업이 각자의 영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K-AI의 글로벌 행보가 입체적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아람코 협력 모델을 한국 AI 산업의 해외 진출 표준으로 삼아 중동 외에도 신흥시장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7년까지 전 세계 국가의 약 35%가 소버린 AI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했다. K-AI 풀스택의 수출 기회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부터 AI 모델, 클라우드, 오케스트레이션까지 모든 레이어를 갖춘 나라는 미국과 한국 정도"라며 "이번 풀스택 협력은 우리 기업들이 신흥시장에서 더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jyh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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