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 위기…21년 만에 다시 거론된 ‘긴급조정권’
국가경제 타격 우려 속 초강수 만지작
李대통령, 기본권 제한 가능성 언급
노동계 "위헌적 기본권 탄압" 반발

이재명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동조합 파업 사태와 관련해 노동권과 기업 경영권의 균형을 강조하며 사실상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005년 이후 21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른 긴급조정권은 노조의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강력한 조치인 만큼, 노사정 간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긴급조정권은 합법적인 파업이라 할지라도 국가 경제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클 때 정부가 강제로 개입해 이를 멈추게 하는 제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은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그 규모가 크거나 그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에는 긴급조정의 결정을 할 수 있다. 긴급조정의 결정을 하고자 할 때에는 미리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고용노동부장관이 긴급조정을 결정한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이유를 붙여 이를 공표함과 동시에 중앙노동위원회와 관계 당사자에게 각각 통고해야 한다.
발동 즉시 파업 중단…"강제 중재 시 무조건 수용해야"
이 제도가 강력한 파급력을 가지는 이유는 막강한 강제성 때문이다. 긴급조정권 발동이 공표되는 즉시 노동조합은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아울러 공표일로부터 30일 동안은 어떠한 형태의 파업도 법적으로 전면 금지된다. 파업이 멈춘 이 기간에 중앙노동위원회가 개입해 강제 조정을 진행하며, 노사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강제 중재로 넘어가게 될 경우 중노위의 최종 중재 재정안은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구속력을 지니게 된다. 사실상 노사가 정부의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셈이다.
위헌 논란 속 역사상 단 4번 발동된 '초강수'
이처럼 강력한 효력 탓에 긴급조정권은 국가 경제를 보호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위헌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1963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숱한 대형 파업 사태 속에서도 실제 발동된 사례가 대한민국 역사상 단 4차례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긴급조정권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때 처음 발동됐으며, 이후 1993년 현대자동차 총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과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때 사용된 것이 전부다.
李대통령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이 대통령은 18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과유불급, 물극필반이라는 말처럼 연대와 책임 속에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긴급조정권 발동을 염두에 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도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파업으로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 셧다운 우려 정부 vs "시대착오적 탄압" 노동계
정부가 21년 만에 다시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 생산 라인이 가동을 멈출 경우 발생할 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국가 차원에서 방관할 수 없다는 단호한 판단이 깔려 있다.
반면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과 거시적인 경제 논리만을 내세워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국가 권력으로 탄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비판이다. 국가 경제 보호라는 대의명분과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 수호라는 핵심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21년 만에 소환된 긴급조정권의 향방에 대한민국 산업계와 노동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재개하며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노조는 연봉의 최대 50%로 제한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연간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수준과 유연한 성과급 체계를 제안하며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