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세계급 풍경" 1억 년 전부터 이어진 국내 비경 여행지

구문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억 년 전 지구의 바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강원특별자치도가 2025년 5월 지질·생태명소로 선정한 태백시의 '구문소와 전기고생대 지층'은 단순한 자연 명소를 넘어, 지구의 오래된 과거를 만날 수 있는 생생한 야외 박물관이다.

바다였던 땅, 미생물의 흔적, 고대 생물의 화석까지. 이 모든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곳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지질 탐험가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구문소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백시 태백로 2249에 위치한 구문소는 단순한 협곡이 아니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지하 동굴과 만나 오랜 시간 깎아낸 결과물인 이 협곡은 '구무소'라는 옛 지명에서 유래한 이름처럼, 강물이 산을 뚫고 지나가며 만들어낸 천연의 돌문과 깊은 물웅덩이로 구성되어 있다.

그 자체로도 독특하지만, 그 뒤편에 펼쳐진 전기고생대 지층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구문소에서 발견된 화석 / 사진=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지층은 약 5억 년 전 고생대 초기의 해양 환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장소다.

석회암 퇴적층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 연흔, 건열, 사층리 등 다양한 퇴적 구조가 생생하게 남아 있으며, 삼엽충과 완족류 등 당시의 해양 생물 화석도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처럼 땅속 깊은 이야기들이 지표 위로 드러나 있는 자연 노두는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로,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즐겨 찾는 필드 트립 장소이기도 하다.

구문소 풍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구문소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접근성'이다. 이곳은 누구나 쉽게 걸으며 퇴적 지층과 화석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어, 복잡한 장비나 전문 지식 없이도 고생대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접근성과 교육적 가치 덕분에 구문소와 그 일대는 이미 천연기념물 제417호(2000년), 강원고생대 국가지질공원 지질명소(2017년), 국가급 보호 대상 Ⅱ등급 지질유산(2019년)으로 연이어 지정되며 그 가치를 공고히 해왔다.

구문소 절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거 '뚜루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조선 시대의 『세종실록지리지』와 『대동여지도』에도 ‘천천(穿川)’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 구문소는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장소다.

협곡을 따라 걸으며 거대한 지질의 단면을 마주할 때, 우리는 단지 관광지를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태고적 시간 위를 걷고 있는 셈이다.

구문소 / 사진=ⓒ한국관광공사 문혜정

태백의 구문소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자연의 숨결과 과학의 신비, 그리고 인류가 공유하는 지구의 역사가 만나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특히 가정의 달 5월, 가족이 함께하는 지질 여행은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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