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등굣길, 출근길에 한 병. 시험 기간 밤새며 한 병, 야근하다가 피곤하면 또 한 병. 지친 피로를 풀어준다는 현대인의 체력 포션 박카스. 그런데 이 박카스에 무시무시한 괴담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우울증 환자를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 경고. 유튜브 댓글로 “박카스 주의사항에 우울증 환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구가 있던데 진짜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박카스를 직접 사서 주의사항을 살펴보니, 정말 있다. 편의점에서 산 ‘박카스 F’에도 약국에서 산 ‘박카스 D’에도 모두 ‘이 약을 과량 투여할 경우 우울증 환자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박카스 제조사인 동아제약에 물어봤는데,
동아제약 관계자
“카페인을 함유하는 자양 강장 변질제에 일반적 주의사항으로 기재가 되었습니다.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은 박카스뿐 아니라 카페인을 함유하는 자양 강장 변질제의 일반적 주의사항입니다.”

보통 박카스와 같은 자양강장제의 주성분은 타우린과 카페인. 타우린은 주로 오징어나 낙지 등 해산물에 많이 함유되어 피로 해소 효과를 내는 성분이고, 카페인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잠을 깨우고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효과를 낸다. 이 카페인 성분 때문에 박카스에 이런 주의사항이 들어가게 되었다는데, 이건 박카스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다른 자양강장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박카스와 비슷한 자양강장제의 주의사항도 잘 살펴보니 이렇게 우울증 관련 경고 문구가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럼 우울증 환자는 정말 카페인을 먹으면 안 되는 걸까? 가뜩이나 우울한데, 커피도 못마시고 박카스도 못마신다고?
전진용 울산대학교병원 정신의학과
“(카페인) 용량이 많아지면 일단 잠을 안 오게 하고 막 떨린다거나 심계 항진, 불안 이런 것들을 유발할 수 있거든요. 저는 치료 초기에는 디카페인이나 이런 거 먹으라고 말씀드리지만 이것도 사실 사람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거죠.”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사실 소량의 카페인은 우울증 개선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고 한다. 각성효과와 함께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기 때문. 그러나 카페인의 양이 늘어나면 두통, 불면, 예민, 불안, 초조함 등 우울증에 직격탄인 부작용이 더 커지기 쉽고 이걸 개인이 조절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카페인은 피하는 걸 권고하고 있단다.

식약처는 성인 남성 기준 하루 최대 카페인 섭취량을 400mg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박카스로는 13병 정도는 마셔야 넘길 수 있다. 오히려 카페인은 박카스보다 다른 식음료에 더 많은데 직장인에게 필수인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에 약 125mg(2shot 기준), 몬스터 에너지 드링크에는 100mg, 초콜릿 100g에 43mg, 콜라 한 캔에도 박카스보다 많은 34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고카페인으로 화제가 되었던 스누피 커피우유에는 무려 237mg이나 들어있다.

그런데 오히려 더 높은 카페인이 들어있는 이 제품들 뒤를 살펴보면, 우울증 관련 경고 문구를 찾아볼 수 없다. 왜 박카스 같은 자양강장제에만 우울증에 대한 경고 문구가 있는 걸까?

이건 박카스나 구론산 바몬드와 같은 자양강장제는 약사법에 영향을 받는 의약외품이고, 에너지 드링크나 커피, 녹차는 식품법에 영향을 받는 음료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주의사항에 대한 규정이 서로 달라서, 박카스보다 카페인이 약 8배나 많이 들어있는 스누피 커피는 우울증 관련 주의사항이 없는 거다. 오히려 주의사항은 이쪽이 더 필요해보이긴 하는데 말이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적당한 카페인은 우울함 개선에 도움이 된다니, 커피든 박카스든 하루 한 두잔 정도만 가볍게 즐기자.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피로회복제는 휴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