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명품백' 김건희·최재영 불기소…"대통령 직무관련성 인정 안돼"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게 모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공직자의 직무관련성 등을 인정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일 명품백 수수 사건과 관련해 고발된 윤 대통령과 김 여사, 최 목사 등 5명을 모두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건이 배당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8조4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의 배우자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 등이 받는 것이 금지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 목사의 개인적 친분 관계 △선물 수수 경위 △요청 내용의 일회성과 모호성 △선물과 요청 내용의 연관성 △직무관련성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 △시간적 간격 △직무관련성에 대한 법리 등을 종합한 결과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선물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품가방 등은 김 여사와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또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김 여사를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신고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봤다.
청탁금지법 9조1항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자신의 배우자가 수수금지 금품 등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지체 없이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검찰은 이 조항 역시 수수금지 금품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어서 단독으로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물품 수수를 공모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물품수수 행위와 대통령 및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이에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알선에 대해 대가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사자들 사이에서 구체적 현안의 알선에 대한 고의 내지 인식도 없었기 때문에 김 여사에 대한 알선수재, 변호사법위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건 증거인 명품가방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보관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 지정 여부 검토를 위해 대통령실에서 보관하던 중 검찰에 증거물로 임의제출된 것이므로 윤 대통령, 김 여사에게 증거인멸 또는 은닉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김 여사가 금융위원회 인사에 개입했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행위 주체는 공무원인데 김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므로 구성요건 해당성이 없다"며 "현 금융위 사무처장인 A씨의 금융위 상임위원 임명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인사로 김 여사가 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고 고발내용은 고발인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 목사가 받은 청탁금지법위반 등 4개 혐의도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은 최 목사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청탁금지법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8조5항은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또는 그 공직자 등의 배우자에게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5항에는 직무관련성이 명시적으로 규정돼지 않아 법조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했지만 검찰은 수수금지 금품에 직무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또 최 목사가 김 여사 측과 일정을 조율하고 검문을 거쳐 사무실 내부로 들어갔기 때문에 주거침입죄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호 담당 공무원이 검문 과정에서 최 목사가 착용한 몰래카메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불충분한 검문 때문으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배우자는 공적 인물이고 대통령 배우자의 가방 수수 행위는 국민의 공적 관심사안에 해당해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개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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