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완속 충전 구역 주차 허용 시간이 기존 14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어들며 충전 방해 행위 단속이 대폭 강화된다. 이번 조치는 전기차 등록 대수 100만대 시대를 맞아 충전 시설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나, 심야 시간대 이동 의무를 둘러싼 이용자 간 갈등은 심화할 전망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차 충전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PHEV 차량의 완속 충전 구역 점유 허용 시간이 7시간으로 단축됐다.
개정안은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포함한 모든 완속 충전 시설에서 PHEV 차량이 7시간을 초과해 주차할 경우 충전 방해 행위로 간주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상 올해 1분기 내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정부는 만성적인 충전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규정 개정의 핵심 배경은 PHEV와 순수 전기차(BEV) 간의 배터리 용량 및 충전 속도 차이다. 전기차는 통상 70~80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에 10시간 이상 소요된다. 반면 PHEV는 배터리 용량이 10~30kWh 수준에 불과해 완속 충전기로도 4~5시간이면 충분히 충전할 수 있다.
그동안 PHEV 차주들이 완충 이후에도 규정상 허용된 14시간을 가득 채워 주차 공간을 점유하면서 실제 충전이 시급한 BEV 운전자들이 충전기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단속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의 범위도 기존 50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 아파트로 대폭 확대했다.
이번 정책은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 내 충전 시설이 법적 단속 권역에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한 주민 간 신고가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고 방식은 간단하다. 최초 주차 시점의 사진과 7시간이 경과한 시점의 사진을 각각 촬영해 제출하면 지자체가 시간차를 확인해 과태료 부과 절차를 밟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주차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특히 퇴근 후 차량을 충전하는 PHEV 차주들의 반발이 거세다. 오후 8시에 귀가해 충전기를 꽂을 경우 규정을 준수하려면 새벽 3시에 차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6시간을 주차 시간 산정에서 제외하는 예외 규정 도입을 검토 중이다. 만약 이 예외 규정이 적용되면 오후 8시에 주차하더라도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는 과태료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실질적인 주차 허용 시간이 다시 13시간으로 늘어나게 돼, PHEV의 장기 점유를 막겠다는 원래의 정책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전기차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전기차 차주들은 "배터리 용량이 작은 PHEV가 온종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명백한 민폐"라며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PHEV 차주들은 "충전 기능이 있는 엄연한 친환경차임에도 불구하고 심야에 잠까지 설쳐가며 차를 옮기라는 것은 과도한 징벌적 규제"라며 맞서고 있어 주민 간의 감정 골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기술적 솔루션을 통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주차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은 단속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주민 간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대신 충전 완료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점유 수수료를 가산하는 '점유 과금제'를 전면 도입하거나, 충전기 자체에서 완충 시 전력을 차단하고 점유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소에 통보하는 시스템 구축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100만대 시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양적 성장을 의미하지만, 성숙한 충전 문화와 효율적인 인프라 운영이라는 질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함께 각 공동주택 관리사무소가 단지만의 특성에 맞는 자율적 운영 수칙을 마련하고, 입주민 간의 양보와 배려가 뒷받침되어야 충전 전쟁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BMW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