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들 저마다의 이유로 '감원' 카드 만지작, 왜?

정심교 기자 2024. 10. 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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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과 학생들이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의대 증원으로 의과대학 교육 여건이 나빠져 의평원의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더라도 처분을 1년 이상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 했다. 2024.10.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 /사진=(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의사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한의사 단체인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가 잇따라 '감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사실상 의대 정원과 한의사 수를 크게 줄이려는 카드를 내민 건데, 왜일까.

먼저 의협은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정부가 강행할 경우 2026년도 이후 '감원 카드'를 내놓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해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언급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지 7개월여 만의 첫 공식 사과다.

하지만 이날 의협은 "정부가 초래한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사과가 아닌, 전공의에 대한 유감 표명이라서 여전히 정부의 진정성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나라 의료 가 한 순간에 붕괴되고 있는 의료대란 사태는 결코 우리 전공의들의 탓이 아니"라고 조 장관의 발언에 일침을 가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내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걸 보장해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엄포를 놨다. 정부가 25학년도 1509명 증원(총 정원 4567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26학년도 이후 계속 의대정원을 기존(3058명)보다 감원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9월30일) 한의사들도 사실상 '한의사 감원 효과'를 낼 만한 정책을 공개 제안했다. 한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의대에선 의대 교육 커리큘럼의 75%를 배운다"며 "나머지 25%(수술·봉합 등)를 최대 2년간 배우고 국가고시를 치러 합격한 한의사에게 필수의료 분야 의사 면허를 발급해달라"고 의견을 냈다. 내년부터 의사 전환을 희망하는 한의사 300~5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 2026년 이후 의대정원 증가 폭(+2000명)을 그만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한의사 최대 500명이 매년 한의사 면허를 내려놓고 의사가 되는 건데, 이는 사실상 한의대 정원을 절반 이상 줄이는 셈이나 마찬가지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의대 정원이 연간 725명이므로, 300명이 의사로 전환되면 지금보다 41.3%(300명 감원), 500명이 전환되면 69%를 감원하는 효과나 다름없어서다.

실제로 그간 한의사들 사이에선 한의사가 너무 많아 한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암암리에 쌓여왔다. 현직 한의사의 76%가 한의원에서 근무(2020년 기준)하고 있는데, 정년이 따로 없어 포화 상태라는 것. '이번 정책 제안이 한의사 감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해 기자가 묻자,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정 부분 그런 (감원)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다"면서도 "지금 심각한 건 지역·필수·공공 의료 의사 부족이지만, 나중에 거꾸로 한의사가 부족해진다면 의사도 한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도 열리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한의협이 제안한 한의사 2년 추가 교육 실행방안과 기대효과. / 자료=한의협
의협 "내년 증원 강행 시 26학년도 아예 뽑지 말아야" 일침
그런데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이)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면 20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협이 '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면'이라고 조건부로 가정한 데 대해 날을 세운 것이다.

지난 1일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서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 현 정책을 강행할 경우 정상적인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다"며 "재차 강조하지만, 의협 임현택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와 휴학한 의대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임현택 회장은 아무렇게나 지껄이지 마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지난 2일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4개 의사단체와 연석회의를 열고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대 증원을 논의하지 않으면 의사 인력 추계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공동 입장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 복지부가 이달 18일까지 의사 인력 추계 위원회 위원을 추천해달라 요구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것이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내년도 의대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7500여명이 한 데서 공부해 의대 교육은 파탄 날 것"이라며 "이 경우 26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은 기존 인원(3058명)은 물론 단 1명도 뽑을 수 없다. 뽑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 입장을 바꾼 적 없다. 25학년도 입시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은 회장 후보 출마 직후 줄곧 '의대 감원'을 강조해왔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도 동네 사거리에 수없이 많은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의원들이 있다. 의료 접근성이 좋아 오히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1000명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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