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도이치' 방조도 무혐의…"주가조작 이용됐을 뿐 몰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17일 김 여사를 최종 불기소 처분한 것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하거나 주가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결과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되긴 했지만 김 여사가 시세조정을 알면서 돈을 댄 '전주(錢主)'가 아니라 주범으로 지목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권유에 넘어가 계좌를 건넨 '단순 투자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투자자로 시세조종에 편승한 것으로 판단돼 유죄 선고를 받은 또다른 전주 손모씨와도 투자 행태가 달라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권 전 회장이 주포 등과 함께 시세조종 범행을 진행하면서 김 여사 등 초기 투자자들의 계좌와 자금을 활용한 것이 이 사건의 실체"라며 "권 전 회장의 범행에 김 여사의 계좌와 자금이 활용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권 전 회장과 계좌 관리인들이 검찰 조사에서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이나 주가 관리를 한다는 말을 한 적 없고 김 여사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김 여사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권 전 회장의 말을 믿고 계좌 운용을 맡기거나 권 전 회장의 부탁에 따라 거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2009∼2012년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의심한 김 여사의 계좌는 총 6개(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다. 이 중 3개(대신·미래에셋·DS) 계좌의 48번의 거래가 앞서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주가조작 행위('통정매매')에 활용된 것으로 인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미래에셋, DS 계좌의 경우 권 회장이 주식 전문가와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를 위탁한 '일임 계좌'다. 이 계좌에서 시세조종성 주문이 나왔다고 해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알고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는 증권사 직원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만 주식을 매매했는데 미래에셋 계좌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로 주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권 전 회장 측에서 운용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 여사의 미래에셋 계좌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DS 계좌로 옮겨진 뒤 2011년 1월 권 전 회장과 '주포' 김모씨가 주식을 블록딜로 팔자 김 여사가 "왜 싸게 팔아버렸느냐"고 화를 냈던 것도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계좌를 마음대로 운용하고 있었단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김 여사가 직접 운용한 대신증권 계좌의 경우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연락하는 방식으로 통정매매 주문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시 상황, 피의자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씨에게 인정된 방조 혐의도 김 여사에게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손씨의 경우 시세 조종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직접 주포와 연락하면서 투자에 나섰다는 점에서 김 여사와 다르다는 것이다.
주가조작 주범들의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손씨는 추천받은 주식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상장폐지되자 김씨에게 변제 각서를 받아내기도 하는 등 증권사 직원과 고객 이상이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 역시 본인 명의 계좌가 권오수 전 회장의 차명계좌로 사용됐지만 시세조종과는 무관한 투자 목적으로 계좌를 빌려준 것으로 판단했다. 시세조종 행위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난 계좌주 90여명을 전수 조사한 끝에 혐의없음 또는 불입건 결정했다.
검찰이 오는 18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건 처분을 매듭지은 데는 국감장에서 불기소 결정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약 4시간 동안 '레드팀 회의'를 진행하고 수사 결과에 대해 법리 검토를 마쳤다. 검찰 조직에서 의사 결정 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부여받은 일컫는 '레드팀 회의'에는 1~4차장검사와 선임급 부장검사, 평검사 등 15명이 참여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4년6개월만에 수사가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16 재보궐선거 이후로 발표시점을 미룬 데 대해서도 정치적 파장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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