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나섰다 아이 숨지게 한 미혼모, 집행유예… 法 "사회책임 있어"

이재현 기자 2023. 2. 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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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에 시달려 성매매에 나섰다가 아이를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미혼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취약계층을 돌보지 못한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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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생활고로 분윳값을 벌기 위해 생후 7개월짜리 아들을 홀로 두고 성매매에 나섰다가 숨지게 한 미혼모에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생활고에 시달려 성매매에 나섰다가 아이를 홀로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미혼모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취약계층을 돌보지 못한 우리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27일 뉴스1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이윤호)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3년동안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40시간의 성매매 방지 강의 수강 등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아들을 출산한 뒤 가족들과 관계가 단절된 상태로 홀로 아이를 키워왔다. 출산 이후 소득활동이 없던 A씨는 기초생계급여와 한부모 아동 양육비 등 매달 137만원을 받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A씨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 바람에 독촉고지서를 받는가하면 각종 공과금도 제때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 27만원을 비롯한 분유값, 기저귀 비용 등 감당이 어려워진 A씨는 성매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21일 A씨가 성매매를 하기 위해 집에 나선 후 아들 B군은 2시간여를 혼자 남겨져 있다 숨졌다. A씨가 젖병을 고정하기 위해 B군 가슴 위에 올려놓은 쿠션이 얼굴 위로 넘어가면서 호흡을 막은 것으로 추정됐다.

A씨의 지인 C씨는 "아들을 돌봐달라"는 A씨의 문자에 집을 찾았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때 B군은 이미 숨진 후였다.

재판부는 "범행의 결과를 놓고 전적으로 피고인만을 사회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중한 결과의 발생에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적절하게 보호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 있고 피고인이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애정을 갖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 왔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재현 기자 jhyu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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