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 9회말 2아웃에 2홈런으로 패전.. 한화 2위 확정!

끝에서 무너졌다. 비로 시작된 긴 밤, 한화는 9회 2아웃까지 모든 퍼즐을 맞춰 놓고도 마지막 한 조각을 잃었다. 폰세가 흔들린 출발을 삼진 퍼레이드로 수습했고(탈삼진 신기록까지), 7회엔 김경문 감독의 ‘대타 릴레이’가 연달아 적중했다. 최인호의 2루타, 이도윤의 동점타, 이진영의 역전 투런포. 이어 리베라토–문현빈–노시환으로 이어진 추가점까지. 교과서처럼 만든 5–2 리드는 충분해 보였다. 7회 박상원, 8회 김범수–한승혁이 계획대로 이어 던졌을 때만 해도, ‘1위 결정전’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문제는 마지막 문을 닫는 순간이었다. 마무리 김서현이 9회 두 타자를 공 하나씩으로 정리하며 26번째 아웃까지 거둔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타에게 중전 안타, 또 다른 대타에게 몸쪽 슬라이더 실투로 투런포. 잠깐의 마운드 미팅 이후엔 볼넷, 그리고 신인 포수에게 또 한 번 가운데 몰린 빠른 공이 담장을 넘어갔다. 26아웃 이후, 안타–홈런–볼넷–홈런. 이렇게 빠르게 경기가 뒤집히는 장면은 흔치 않다. 그래서 더 쓰렸다.

이 장면을 두고 우리는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 하나는 ‘마무리 보직’에 대한 질문, 다른 하나는 ‘불펜의 부하’다. 김서현은 시즌 내내 리그 정상급 위력을 보여줬다. 최고 구속, 헛스윙 유도 능력, 멘탈도 빠르게 성숙했다. 그러나 불펜의 철칙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투수도 지칠 때는 제구가 먼저 무너진다.” 이틀 연속 등판을 넘어 ‘3연투’였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젊은 팔이라고 해서 피로의 법칙이 비켜가진 않는다. 빠른 공이 150㎞대라도 손끝 감각이 둔해지면, 몸쪽으로 던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 안쪽으로 굽어 들어오고, 포심은 낮게 깔리지 못한 채 한가운데로 몰린다. 딱 그 패턴이었다.

마무리 보직에 대한 의심은 인신공격이 아니다. 오히려 팀을 위한 필요한 토론이다. 한 시즌 동안 김서현이 만들어 준 승리가 얼마나 큰지 다 안다. 그럼에도 ‘가을’로 가는 문턱에선 질문해야 한다. 3연투가 불가피했다면, 초구·둘째 공의 선택을 더 보수적으로 가져갔어야 했던 건 아닌지. 첫 안타 허용 뒤, ‘끝까지 간다’보다 ‘한 타자 더 내보내면 교체’라는 원칙을 잡았어야 했던 건 아닌지. 특히 상대가 연속 대타로 타격 어프로치를 바꾸는 동안, 우리는 구종·코스의 반복을 끊는 변주를 내지 못했다. 그게 결과론이 아니라, 단기전에서의 관리 철학이다.

불펜 전체의 부하도 분명했다. 9월 들어 한승혁·김종수·김범수가 다시 살아나며 평균자책을 끌어올렸지만, 반대로 박상원은 흔들렸고(이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가 숨을 고르기도 했다), 몇몇 투수는 한 이닝을 넘겨 던지는 ‘플러스 원(+1)’이 잦았다. 단순 등판 경기 수만이 아니라, 러닝업–불펜 대기–재가동까지 합치면 팔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던진다. 특히 우천 지연, 잇단 접전, 대타 맞대응이 꼬리를 물며 ‘준비만 하고 안 던지는 날’이 반복되면 피로는 수치로 보이지 않게 쌓인다. 그 결과가 시즌 막판의 작은 높낮이, 한가운데 실투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할까. 복잡하게 들리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첫째, ‘3연투 금지’가 원칙이라면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예외를 써야 한다면, 구종 구성은 바뀌어야 한다. 김서현처럼 강속구의 비중이 높은 투수는 3연투 시 초구·첫 타자에게 확률 높은 변화구로 스타트를 끊어 타자 타이밍을 깨는 쪽이 안전하다. 둘째, ‘원아웃 세이브’의 유연성이다. 9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마무리를 올리는 설계를 줄이고, 필승조 체인을 7–8–9회가 아니라 6–7–8–9회의 네 구간으로 나눠 각 투수가 ‘자기 이닝’을 확실히 책임지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엄상백처럼 긴 이닝이 가능한 자원이 컨디션이 좋다면, 8회 2아웃부터 9회 1아웃까지 묶는 브리지를 적극 고려할 수 있다. 셋째, ‘두 출루 교체 룰’. 마무리라도 연속 출루(혹은 장타 허용) 두 번이면 즉시 플랜B로 가는 팀 규칙을 가을엔 더 엄격히 적용하는 게 좋다. 타석에서 대타 카드가 이어질 때일수록, 우리 쪽도 투수 타입을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타자 운용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다. 7회 대타 3연타는 ‘상대 매치업–우리 벤치 자원–카운트별 공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어떤 폭발을 만드는지 보여줬다. 이건 가을야구에서 큰 무기가 된다. 그 힘을 지키려면, 마운드의 ‘안전장치’를 하나 더 달아야 한다. 오늘 같은 경기는 선수 하나의 책임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감독의 결단, 코치의 시그널, 포수의 구종 리드, 투수 본인의 컨디션 체크가 동시에 만들어 내는 종합 결과다. 그래서 팀은 ‘과정’에서 교훈을 뽑아야 한다.

이 패배가 모든 걸 무너뜨리진 않는다. 순위는 2위로 확정됐고, 플레이오프 직행이라는 이점은 그대로다. 오히려 지금 쓰린 경험이 포스트시즌에서 같은 장면을 막아줄 수 있다. 며칠 숨을 고르며 필승조의 피로를 덜어주고, 마무리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클로저 1+세터 1, 혹은 상황별 공동 마무리) 미리 합의하면 된다. 9회 마지막 공 하나를 위해 팀 전체가 앞으로 어떤 ‘대비 버튼’을 누를지, 그 답을 선수단이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서현 자신이다. 오늘의 결과가 그의 시즌을 규정하지 않는다. 좋은 마무리는 blown save가 없는 투수가 아니라, blown save 다음 등판에서 다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투수다. 빠른 공은 여전히 리그 최고고, 타자들은 여전히 그의 포심을 두려워한다. 지금 필요한 건 팔보다 마음의 회복, 그리고 팀이 만들어주는 명확한 사용 계획이다. “오늘은 우리가 지켰다”는 감각을 다시 심어주면, 9회는 다시 한화의 회차가 된다.

한화는 올 시즌 내내 ‘팀으로 이기는 법’을 배웠다. 강한 선발, 발 빠른 대타·대주자, 촘촘한 수비, 그리고 젊은 불펜의 폭발력. 그 완성도를 마지막 3아웃에서 한 번 더 점검했을 뿐이다. 아픈 밤이 지나면 계획이 선다. 지금 필요한 건 분노가 아니라 정비, 탓하기가 아니라 조정이다. 플레이오프의 문 앞에서, 한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마지막 3아웃을 오늘보다 단단하게 가져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 그 답만 찾는다면, 씁쓸한 엔딩은 훌륭한 프롤로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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