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박에 빠진 아이들… 처벌보다 회복이 필요하다

나승균 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2026. 6. 4.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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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승균 청주청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최근 청소년 사이버도박 문제가 단순한 일탈 수준을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의 제한 없이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SNS와 메신저를 통한 은밀한 홍보까지 더해지면서 청소년들이 너무 쉽게 도박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은 호기심과 충동조절 미숙, 또래 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범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도박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전국에서 3544건, 5196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314명이 구속됐다. 특히 같은 기간 청소년 도박행위자도 7153명이 적발돼 청소년 도박 문제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 호기심 수준을 넘어 실제 중독과 범죄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불법 도박은 스포츠토토 모방 사이트, 홀덤·바카라·슬롯게임 등 성인 도박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도박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폭력, 절도, 중고거래 사기, 조건만남, 보이스피싱 전달책 등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청소년 중 상당수는 자신이 범죄에 연루됐다는 인식조차 부족하다. "친구가 알려줘서 했다", "게임인 줄 알았다", "소액이라 괜찮은 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불법 사이버도박은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청소년기 도박 경험은 성인기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사이버도박이 청소년의 일상과 정신건강까지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학업 포기, 가족 갈등, 우울감, 대인관계 단절은 물론 심한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일부 청소년들은 도박 빚 독촉과 개인정보 유출 협박에 시달리며 심각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은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제도를 운영하며 예방과 회복 중심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역시 청소년 도박 노출 차단을 위해 자진신고 제도를 적극 운영하고 있으며 자진신고 학생들에 대해서는 선도심사위원회를 통한 훈방과 선도 프로그램 연계, 전문 상담기관 치료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다.

자진신고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할 수 있으며 학교전담경찰관(SPO)과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 전문기관이 연계돼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게 된다. 사안의 경중과 개선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도조건부 훈방 등 회복 중심의 조치도 가능하다.

청소년 문제는 처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사이버도박은 단속과 처벌 이전에 예방과 회복 중심 접근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부모와 학교, 지역사회 역시 "왜 그랬니"라는 질책보다 "함께 해결하자"는 보호와 회복의 시선으로 접근해야 한다.

청소년 한 명의 회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와 연결된다. 사이버도박의 유혹에서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경찰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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