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사랑해♡’ 낙서 테러당한 유튜버 “범인들, 어려보이지도 않았는데…”
서울에서 전시회를 열었다가 낙서 테러를 당한 네덜란드 출신 한국여행 유튜버가 합의금 전액을 6‧25 참전 용사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아이고바트(iGoBart)’ 운영자 바트는 29일 자신의 유튜브에 낙서 테러 사건의 전말을 담은 영상을 올렸다. 바트는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이자 한국이 대단한 이유가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인데, 안타깝게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바트는 지난 9일부터 서울 성동구 한 복합문화공간에서 서울의 467개 동네를 탐험한 여정을 담은 기록을 ‘웰컴 투 마이 동(Welcome to My Dong)’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동네들을 탐험하며 숨겨진 역사와 건축물,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다.
그는 동네 탐험 하나를 마칠 때마다 서울 지도에 색을 칠했다. 바트는 이 지도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설명했다. 단순히 제작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이 지도는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 만난 사람들 등이 담긴 지도다. 도시와 동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고 했다.
전시회에는 이 지도와 함께 바트가 그동안 기록한 95곳 동네의 사진들이 걸렸다. 첫 주에만 400명 넘는 이들이 전시회를 찾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15일 갤러리 측으로부터 “누군가 지도를 훼손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바트는 “그 순간 부글부글 끓었다”며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학생들이 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면 누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CCTV 속 범인들의 모습은 바트의 생각과는 달랐다. 그는 “범인들이 성인 남자와 여자라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그 둘은 전혀 어려 보이지도 않았고 새벽 1시 52분에 전시장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어 “들어온 지 6초도 안 돼서 지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둘러보지도 않았고, 설명을 읽지도 않았다. 이건 의도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지도 옆에는 그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페인트와 붓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한국어와 영어로 된 설명도 붙어 있었다. 바트는 “400명 이상의 방문객 모두 ‘메시지는 지도가 아니라 방명록에 쓰는 것’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며 “두 사람은 심지어 페인트가 묻은 붓을 씻지 않고 바닥에 떨어트려 다른 곳에 페인트가 튀었다”고 했다.
바트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원래 2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회는 일주일이나 앞당겨 마무리됐다.
바트는 추석 때 인스타그램 익명 계정으로 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자신들이 작품을 훼손한 범인들이라며 “우리는 어리고 멍청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바트는 “근데 CCTV를 보면, 이들은 멍청하긴 했지만 전혀 어려 보이지 않았다”며 “나는 이 사과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경찰서에 가수 자수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추석 연휴가 지난 23일 바트는 뉴스를 통해 두 범인이 경찰에 입건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바트는 “보도를 통해 범인의 나이를 알게 됐다”며 “20대 여자와 30대 남자였다. 나는 젊음을 그런 행동에 대한 변명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범인들이 “미술 작품인 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럼 누군가의 방,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낙서해도 된다는 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후 경찰로부터 “가장 좋은 해결책은 합의하는 것이다. 합의를 하든 안 하든 그들은 적절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했다. 바트는 경찰이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 원하는 액수를 제시했고, 상대방이 받아들였다고 했다.
바트는 “금액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다”며 “왜냐하면 이건 우리와 범인들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절대 돈 때문에 합의한 건 아니다”며 “전액을 네덜란드에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 협회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이고바트는 이전에도 네덜란드 참전 용사 영상을 다수 제작했고, 작년 국가보훈처로부터 6‧25전쟁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바트는 이번 일로 실망감이 컸다면서도 “이것 또한 극복해 나갈 거다. 다음 동네 영상을 통해 지도를 계속 칠해 나가겠다. 물론, 복구된 뒤에”라고 알렸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아이고바트의 전시 작품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30대 남성 A씨와 20대 여성 B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바트의 서울 지도 그림에 ‘오빠 사랑해♡’ ‘앨범 파이팅. 우리나라 최고 프로듀서’ 등의 낙서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 CCTV 영상을 분석해 B씨의 집을 특정했다. 두 사람은 범행 나흘 만인 19일 오후 10시 30분쯤 함께 경찰에 출석해 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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