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으로 월세도 못낸다” WNBA 최고 스타의 한숨···열악한 여성 선수 수입 문제 도마

양승남 기자 2024. 10. 1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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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BA 시카고 스카의 엔젤 리스. Getty Images코리아



올 시즌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지만 선수들의 연봉은 형편없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 시즌 최고 루키 중 한 명인 엔젤 리스(22·시카고)가 자신의 급여로 월세도 내지 못한다고 한탄했다.

리스는 지난 16일 뉴욕에서 열린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참석한 뒤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연봉만으로는 살 수 없다”면서 “시카고에서 머무는 곳의 임대료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리스는 임대료 월세가 8000달러(약 1097만원)라면서 “나는 내 수입 이상인 곳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왕에 오른 케이틀린 클라크(22·인디애나)와 함께 최고 루키로 꼽히는 리스는 올 시즌 시카고 스카이와 4년에 32만4000 달러(약 4억4400만원)에 계약했다. 온라인 스포츠금융 시스템 ‘스포탁’에 따르면 리스의 올시즌 연봉은 7만3439 달러(약 1억70만원)다. 그의 말대로 8000달러를 월세로 내면 적자가 나는 셈이다. 그는 “원하더라도 샌드위치도 살 수 없다”고 했다.

16일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참가한 리스. Getty Images코리아



물론 리스의 수입에서 연봉이 차지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올 시즌 엄청난 인기를 모으며 WNBA 스타로 우뚝 선 그는 많은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유명 스포츠브랜드 리복과 다년 계약을 맺으며 개인 제품 컬렉션도 출시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리스가 리복 외에도 ‘비츠’ ‘에어비앤비’ ‘아마존’ ‘플레이스테이션’ ‘보스’ ‘소닉’ 등의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맺어 총 180만 달러(약 25억원)의 수입을 얻을 것으로 추산했다. 부수입이 주수입이 된 상황이다. 그러나 리스처럼 최고 스타로 상품성을 인정받아 후원 계약을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WNBA 인디애나의 슈퍼 루키 케이틀린 클라크. Getty Images코리아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열악한 처우가 종종 이슈로 떠오르긴 했으나 현실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 시즌 최고 인기 선수 클라크의 연봉(7만6535 달러·약 1억500만원)을 듣고는 분노하며 “여성들이 공정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딸들에게 아들들과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고 여성들이 합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할 때”라고 SNS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성 스포츠의 상업적 가치는 높게 평가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WNBA의 올시즌 방송중계권은 6000만 달러(약 823억원)에 그친다. 반면 NBA는 지난 7월에 11년간 770억 달러(약 106조원)의 천문학적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NBA 팀의 평균가치는 38억5000만 달러(약 5조 2800억원)에 이른다. 선수들의 급여도 이런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 스포츠 최고 인기 선수가 월세도 내기 어려운 정도의 급여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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